'괴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50만 관객 돌파 "작품이 가진 힘 덕분"
성소수자·아동학대 등 다룬 작품 "세상엔 괴물로 치부해버리는 일 일어나"
"함께 일하고 싶은 한국배우? 고르기 어려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사진제공=미디어캐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사진제공=미디어캐슬
"이 영화를 기획했던 건 2018년 12월이었습니다. 코로나 전에 구성이 나온 상태였고 촬영은 팬데믹 때 진행됐어요. 영화를 다 찍고 개봉하기까지 코로나라는 힘든 일도 있었습니다.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분단을 상징할 수 있는 일이 있어났죠. 이 영화는 마치 현재 사회를 상징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괴물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일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죠."

영화 '괴물'은 성소수자, 학교폭력, 아동학대 등 여러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되고 사회와 단절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를 사랑하는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와 초등학교 선생님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그리고 아이들 미나토, 요리(히이라기 히나타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괴물'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는 아마도 이러한 시대를 먼저 읽고 위기 의식을 먼저 느낀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이미 일어난 일을 쓴 게 아니라 예견해서 썼다는 점에서다. 지금 사회와도 맞아 떨어지는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간 뒤,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최근 한국에서도 아동학대, 교권 추락 등이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에서 그러한 사건 있었다는 건 들어서 알게 됐다. 프랑스에서 개봉할 당시에도 마침 왕따 사건이 있었고 아이가 자살했다고 들었다. 그러한 사건이 있어서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이 더 늘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일 자체가 좋은 일은 아니다"며 안타까워했다.
아동 성소수자 등장 '괴물', 고레에다 히로키즈 "전문가 참관 하에 아역들 연기"[TEN인터뷰]
사진제공=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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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아동 성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괴물'을 연출하며 "섬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태프들부터 공부하게 했다"며 무엇보다 아역들에게 각별히 신경썼다.

그는 "평소에는 캐스팅 된 아역들에게 각본 전체를 주지 않는다. 연기할 부분의 각본을 주고 그 아이의 개성에 맞게 각본을 고치며 배역 자체와 아이의 개성이 어느 정도 겹치는 방향으로 연출해왔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연기를 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방법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각본 전체를 읽게 했다. LGBTQ라는 게 어떤 것이고, 성정체성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강의를 받게 했다. 보건 교육 전문가를 불러 교육도 받게 했다. 신체 접촉을 하거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리허설 단계부터 전문가를 불러 참관하게 했다. 내외적으로 아이들에게 부담가지 않는 방식으로 연출했다. 프로듀서 역시 신경쓰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숙제는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개선할 점이 있겠지만 저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아동 성소수자 등장 '괴물', 고레에다 히로키즈 "전문가 참관 하에 아역들 연기"[TEN인터뷰]
사진제공=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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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던진 질문 중 몇몇을 '미제'로 남겨두기도 했다. 그는 "이 영화 속에서는 몇 가지 전혀 해결되지 않고 남아버린 묘사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특히 슈퍼마켓에서 교장 선생님이 여자아이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장면이나 미나토가 집에서 지우개를 떨어뜨리곤 엄마 사오리가 돌아올 때까지 똑같은 자세로 있는 장면들이다"고 꼽았다.

이에 대해 그는 "작품 속에서는 명확하게 해답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 일반적이라는 영화라면 후반부에서 그 이유가 밝혀지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영화 전반부에 엄마는 자신이 얻은 정보만으로 학교를 탓한다. '내 아들에게 무언가 일어나고 있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저 교장은 뭔지 모르겠지만 말도 안 되는 교장 같다'고 느낀다. 전반부에는 관객도 엄마의 시각에서 그걸 똑같이 느끼는 게 만드는 게 각본가의 목적이었다. 나도 그것에 맞춰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미나토가 지우개를 주우려다 멈추는 장면에 대해서는 "미나토를 연기한 아역에게 평소에 했던 이야기가 있다. 감정이라는 것은 얼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손끝, 발, 배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 의식하기보다 몸으로 감정 표현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비하인드를 풀어놨다. 또한 "그 장면에서 미나토의 감정은 주우려는 자세보다 줍고 난 뒤 쓴 글을 지우개로 지울 때 더 감정이 표현됐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배우에게 항상 감정을 동작으로 치환하라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했다.
사진제공=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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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9일 개봉한 '괴물'은 이달 4일 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022)에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본 실사 영화 중 50만 관객을 돌파한 수치다. 뿐만 아니라 최근 15년간 일본 실사 영화 흥행 기록에서도 흥행 2위에 올라선 기록이다.

2박 3일의 내한 동안 50만 돌파를 맞게 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의 수입 배급사, 영화관 관계자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업영화가 아닌데도 흥행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작품이 가진 힘이 중요했다. 이번 영화로 처음 일한 분들도 계셨고 20년 가까이 함께 일한 스태프들도 있었는데, 그들이 잘 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의 전개 방식, 관객 동원 방식 등 각본의 힘이 컸다"고 답했다. 또한 "여러 번 한국을 찾으며 생긴 팬들 덕분도 있다"고 웃으며 한국 관객을 향한 고마움도 표했다.

이번 내한에서 GV 등으로 한국 관객들도 만났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모두가 환대하며 좋아해주셨다. 이번 GV를 했을 때,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관객들도 N차 관람이 많다는 걸 알았다"며 기뻐했다. 또한 "이번 영화는 한 번 보고 두 번 볼 때 다르게 보이는 게 있다. 한국에서 어떤 관객은 열 몇 번 관람했다고 들었다. 저보다 이 영화에 대해 깊이 포착하고 의견을 내는 팬들이 있다. 작품에 있어서 엄청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사진제공=미디어캐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사진제공=미디어캐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브로커'를 통해 송강호, 배두나 등 한국 배우들과도 작업했다. 이번 내한 기간에도 송강호, 배두나와 만났다고 한다. 그는 "송강호, 배두나와 추억담을 나눴다. 서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잡담도 나눴다. 지난해 뭘 했는지, 지금은 뭘 하고 있는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 나눴다"고 전했다. 협업하고 싶은 한국 배우가 있냐는 물음에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가 많다. 하지만 몇몇만 거론하면 그 분들만 언급돼서 다음에 제안했을 때 (다른 분들과는) 힘들 수도 있을 거 같다. 일단은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가 많다는 것만 말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작업에 대한 열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만들고 싶은 영화가 많지만 현역으로 언제까지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나이다. 머릿속에 있는 영화를 다 만들 수는 없겠구나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일본 밖에서도 만들고 싶은 기획도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배우들과 하고 싶은 기획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가능한 빨리 실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다음 신작이 무엇이 될지 모르겠지만 꼭 다음 작품도 봐주시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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