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웰컴투 삼달리' 왕경태 역, 이재원 인터뷰
배우 이재원. /사진제공=플럼에이앤씨
배우 이재원. /사진제공=플럼에이앤씨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친구들과 인연을 맺고 또 헤어짐을 반복한다. 나이가 들어서, 삶의 형태가 달라져서, 나도 모르게 멀어져서. 많은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그만큼 친구 관계를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가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을 받은 이유는 극 중에서 조용필(신혜선)과 조용필(지창욱)의 러브 스토리뿐만 아니라 '독수리 오형제' 조삼달, 조용필, 부상도(강영석), 차은우(배명진), 왕경태(이재원)의 어린 시절부터 이어오던 우정이 멈췄다가 다시 재가동을 하던 순간들도 한몫 했을 것이다.

각각의 개성 넘치는 매력을 지닌 '독수리 오형제' 중에서도 왕경태는 어린 시절 한번쯤은 마주했을, 그런 친근하고 편안한 친구였다. 눈치 없는 오지라퍼지만 또 미워할 수는 없게 친구들을 사랑하는 그런 모습들이 말이다. 초반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습들이 존재하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왕경태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까닭은 배우 이재원의 공감 가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연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친구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입체적으로 표현한 왕경태는 그렇기에 제주 삼달리에서 조삼달이 다시 설 수 있는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JTBC '웰컴투 삼달리' 방송 캡처본.
사진=JTBC '웰컴투 삼달리' 방송 캡처본.
마지막 회에서 12.399%의 자체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연일 화제성을 모으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재원은 "'웰컴투 삼달리' 사랑해주시고 경태 귀여워해 주셔서 감사하다. 삼달리 마을 사람들로 많은 분이 힐링 받으셨으면 좋겠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극 중에서 왕경태는 눈치 없는 오지라퍼 같기도, 누구보다 마음이 여리고, 우정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것이 없는 캐릭터다. 그래서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순수한 느낌마저 든다. 왕경태를 구현하기 위해 집중한 지점에 관해 묻자 "우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 것 같다. 왕경태는 친구들에게 진심이고, 그것이 삼달리 안에서 그려지는 중요한 뿌리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JTBC '웰컴투 삼달리' 방송 캡처본.
사진=JTBC '웰컴투 삼달리' 방송 캡처본.
친구로서의 면모도 부각되지만, 어머니 오금술(백현주)의 럭키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속을 썩이는 아들로서의 모습도 그려진다. 극 중에서 어머니와의 관계성을 어떤 식으로 구상했느냐는 물음에 "초반에는 엄마가 모아둔 돈을 들고 뭔가 해보겠다고 들고 튄다. 아마 그런 일들이 되게 많았을 것이다. 아마 그렇기에 살갑게 대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아직도 철도 안 들어서 '엄마는 왜 이렇게 나를 무시해'라고 말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래 배우들도 많지만, 현장에서 김미경, 유오성, 백현주 등의 선배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많이 배웠다는 이재원은 "유오성 선배님은 독보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강인한 아버지인데, 속으로는 사랑했던 부인을 잊지 못하는 것이지 않나. 고미자를 미워하는데, 결국에는 또 사랑하는 아들 때문에 내려놓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백현주 선배님은 원래 엄청나게 차분하신 분이다. 그런데 경태 엄마의 까랑까랑하고 눈치 없는 모습을 그려낸 것이 놀라웠다. 김미경 선배님은 굉장히 엄하고 단단해 보이시는데 언젠가는 꼭 한번 안아드리고 싶은 단단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13, 14부 보면서 마음이 너무 뭉클하더라"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사진=JTBC '웰컴투 삼달리' 방송 캡처본.
사진=JTBC '웰컴투 삼달리' 방송 캡처본.
'독수리 오형제'인 조삼달(신혜선), 조용필(지창욱), 부상도(강영석), 차은우(배명진)과의 앙상블은 '웰컴투 삼달리'의 중심이 되어준다. 이에 이재원은 "서른여덟의 대화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대화들을 초반에 한다. 우리가 친구들을 만날 때, 객관적으로 이 친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 때 보인 친구면 그 친구로 보이지 않나. 그들 안에 있을 때는 지금의 상황이나 현실에서는 벗어나서 나고 자랐으니까.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연기해서 더 친해 보이고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배우들) 각자의 성격들이 운 좋게 잘 맞지 않았나. 누구 하나 상처받은 사람도 없고 모난 사람도 없었고 무탈하고 즐겁게 촬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조삼달 역의 배우 신혜선과는 SBS '푸른 바다의 전설' tvN '철인왕후'에 이어서 또다시 호흡을 맞췄다.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신혜선의 오빠로, '철인왕후'에서는 홍별감과 철인왕후로, 이번에는 오랜 친구로 만났다. 이재원은 "초반에 혜선이가 울면서 '너네가 그러고도 친구냐'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모두가 오케이였는데, 다시 한번 하고 싶다고 요청하더라. 그때 스스로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미 연기력도 인정받았고 많이 이루지 않았나. 이 친구는 정말 작품을 즐기는 것 같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JTBC '웰컴투 삼달리' 방송 캡처본.
사진=JTBC '웰컴투 삼달리' 방송 캡처본.
사진=JTBC '웰컴투 삼달리' 방송 캡처본.
사진=JTBC '웰컴투 삼달리' 방송 캡처본.
조용필 역의 지창욱, 부상도 역의 강영석, 차은우 역의 배명진과의 연기 호흡에 관해선 "창욱이는 분량이 많고, 소화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음에도, 신 자체에 아이디어가 많더라. 숙취 때문에 편의점에서 물 마시는 신을 찍는데 창욱이가 내 신을 모니터하더니 '물병을 한번 돌려주면 재밌을 것 같다'라고 말하더라. 그만큼 되게 웃긴 친구다. 다음에 코미디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 영석이는 조용히 웃긴 친구다. 얼마 전에 내 매니저가 연애할 때, 크리스마스라서 예약이 안 된다고 어디서 하면 좋겠냐고 했더니 본인이 직접 예약도 해주더라(웃음) 속도 넓고, 알면 알수록 매력 있는 친구다. 명진이는 정말 순수한 느낌이다. 겉과 속이 똑같고 현장에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계속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이더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왕경태에게 '독수리 오형제'는 어떤 의미였을 것 같냐고 묻자 이재원은 "힘들거나 아주 좋거나 나한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빨리 공유하고 친구였을 것 같다. 이런 친구를 한 명 만들기도 어렵다고 하는데, 경태한테는 네 명이나 있는 거다. 어릴 때부터 독수리 오형제를 따라 하다 보니, 우리는 5명이라는 것이 생긴 것 같다. 누구 하나라도 이탈되면 빠진 느낌? 물론 경태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다시 모였을 때, 기쁨이 배가 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다"라고 답변했다.
배우 이재원. /사진제공=플럼에이앤씨
배우 이재원. /사진제공=플럼에이앤씨
2023년 KBS 연기대상에서 '극야'로 드라마 스페셜 TV 시네마상을 수상한 이재원. 당시에 한 수상 소감이 많은 화제가 됐다. 데뷔 15년 만에 수상이라서 많이 떨렸을 것 같지만, 그만큼 능청스러운 모습과 진실함이 느껴지기도.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될지 몰랐다던 이재원은 "첫 수상이고 여태까지 고마웠던 분들은 말하고 싶은데, 시간은 그렇게 없고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고마운 사람들은 많고 미션을 수행하듯이 했던 것 같다. 아마 조급함이나 당황한 모습에 더 진정성 있게 봐주신 것 같다. 장성규 씨나 박수 쳐주신 다른 배우들이 진심으로 좋아해 주시는 것이 느껴져서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이 편해졌다. 감사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MBC '라디오 스타'에 나와서 출연한 이재원. 평소에도 남들을 웃기거나 재밌는 성격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지 묻자 "라디오스타는 아예 판을 깔아주지 않나.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재밌게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상시에는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신나서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기는 한데, 어렵더라"라고 답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섭외가 들어오면 참여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 소화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2008년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로 데뷔해서 벌써 15년 차를 맞이한 이재원은 "그동안 잘 버틴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힘든 순간들이 많았지만 연기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계속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 뭔가 안 풀린다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돌아봐도 그랬던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매번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너무 재밌는 것 같다. 그만큼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게 연기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라고 언급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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