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김숙흥 역, 배우 주연우 인터뷰
KBS 2TV '고려 거란 전쟁'의 양규 장군(지승현)을 보다 보면, 자꾸만 옆에 있는 다른 사내에게도 눈길이 간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늘 앞으로 나아가는 급한 성격에, 거란군만 생각하면 눈이 뒤집히는 이 남자. 양규 장군과 투닥거리면서도 점점 그의 리더십에 동화되어가면서 누구보다 충실하고 믿음직한 편이 되어주는 김숙흥 장군 역의 배우 주연우다.
'거란다죽인다맨'이라는 수식어로도 불리는 주연우는 다소 앳된 얼굴 뒤에 꺾이지 않는 곧은 심지와 본국의 백성들을 위한 마음으로 똘똘 뭉친 진정한 장수이자 장군을 표현해낸다. 1009년(고려 목종 12년, 현종 즉위년)부터 1019년(고려 현종 10년)의 시대적 배경을 그리는 '고려 거란 전쟁' 안에서 시간적 격차를 줄이는 인간적인 얼굴로 단숨에 몰입을 하도록 한다.
특히, 사료로 남아있는 '김숙흥 장군과 양규 장군이 거란군으로부터 맞서 싸우다가 고슴도치처럼 화살을 맞아 전사'하는 16화의 에피소드는 숭고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마치 김숙흥 장군의 단단한 내면을 품은 듯, 인터뷰 내내 자신만의 중심을 바로잡고 연기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짙게 배여있다는 느낌을 받은 배우 주연우의 다음 발걸음은 어떨까. 아직 드라마는 방영 중이지만, '고려 거란 전쟁'의 16화의 김숙흥 장군 죽음을 마지막으로 본인의 역할을 무사히 끝마친 소감에 대해 주연우는 "너무나 뜻깊은 시간이었다. 50주년 대하 사극이라고 해서 그 역할에 임하면서 어깨가 무겁기도 했다. 안전하게 무사히 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하다"라고 이야기했다. 2023년 연기대상 7관왕에 10%대가 넘는 시청률, 연일 화제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바.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물음에 주연우는 "많이 체감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내가 표현한 김숙흥 장군의 잔인하면서도 귀여운 면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실존 인물이기도 한 김숙흥 장군을 구현하기 위해서 역사적 사료도 찾아봤지만 자료가 많지 않아서 여백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주연우. 그는 "대본에 나온 김숙흥 장군님을 표현한 대사들과 상대 배우의 대사들 안에서 대본에 집중했다. 장군님을 표현하도록 한발 한발 다가갔다. 자료 중, 양규 장군님과 김숙흥 장군이 고슴도치처럼 화살을 맞아 전사하신 엔딩 지점을 생각하며 만들어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 김숙흥은 불의를 참지 못하고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본국의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꽉 찬 인물이기도 하다. 본인이 해석한 김숙흥 장군은 어땠느냐는 물음에 "순수하게 '나의 목숨을 바쳐서 나라를 수호하자'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를 떠올리면, 천하무적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모든 창과 검과 무기들을 잘 다룰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분장의 힘을 많이 받기도 했다. 수염을 붙이지 않았을 때는 앳된 모습인데, 거울을 바라본 순간에는 정말 김숙흥 장군님 모습 같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한 것이 아닐까"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4화에서 주연우의 매력이 물씬 묻어난다. 고려 군사들이 거란군에 대비해 밤잠도 자지 않고 혹독하게 훈련하는데, 이때 군사들이 잠을 자고 싶다고 투덜거린다. 김숙흥 장군은 "잠은 거란군 다 죽인 다음에 잘 것이다"라는 대사를 내뱉으며 '거란다죽인다맨'라는 호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이에 주연우는 "그 대사는 대본에 그대로 나와 있었다(웃음) 연기를 할 때, 현장에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성향이 많다. 순간순간에 대입하면서 일상에서 다른 모습이 있듯이 현장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부분이 있다. 상대가 잘 표현을 해주었기에, 저 친구를 잠을 깨워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김숙흥 장군의 거란군을 전멸하겠다는 대쪽 같다는 마음과 더불어 양규 장군(지승현)과의 케미도 '고려 거란 전쟁'의 주요한 볼거리 중에 하나다.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양규와는 달리 쉽게 감정을 드러내는 행동파적인 면모 탓에 초반에는 많이 투닥거리기도 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빠르게 가까워지는 느낌을 보인다. 주연우는 "김한솔 감독님께서 양규 장군과 김숙흥 장군의 브로맨스를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하셨었다. 그래서 지승현 선배와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존경심이나 믿음이 강해지다보니 눈빛이나 미소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다"라고 회상했다.
양규 역의 배우 지승현과의 연기 호흡에 관해선 "현장에서 보여주시는 애티튜드를 많이 배웠다. 꼭 OK 사인이 들리면, 박수를 두 번 치신다. 사실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은연중에 좋은 에너지가 나오지 않나. 어느 날 나도 같이 치고 있더라. 신마다 진정성으로 표현하시는 모습을 너무나도 흡수하고 싶었고 존경심이 생겼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2023년 연기대상에서 지승현 배우와 베스트 커플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강감찬 장군 역의 배우 최수종과 현종 역의 배우 김동준에게 돌아갔다. 지승현은 인터뷰를 통해 아쉬운 마음을 비치기도 했던바.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주연우는 "정말 솔직하게 상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함께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나도 지승현 선배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많이 아쉬워하셨더라. 따로 연락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인터뷰 글을 보면서 '좋아요'를 눌렀다(웃음)"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16화에서 고려 진영의 김숙흥 장군은 거란군에 의해 고슴도치처럼 화살을 마구 맞아 전사하게 된다. 해당 장면은 숭고하면서도 경건한 느낌으로 많은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마지막 싸움임을 직감하는 것만 같은, 결의에 찬 모습은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주연우는 "전쟁 신을 촬영하면서 많이 다쳤다. 피 분장을 많이 해서 피는 흐르는데 어느 피가 내 피인지 모르지만, 어디가 아파오더라. 정말 치열하게 전투를 한 것 같다. 양규 선배님은 100 합, 나는 80 합으로 액션도 많이 연습했다. 레디-액션이 되는 순간 감정이 올라와서 치열하게 싸웠다"라고 답했다.
해당 장면에서 김숙흥 장군은 화살을 맞은 양규 장군을 향해 다가가려고 하지만, 끝내 이동하지 못하고 울부짖는다. 처음에는 "도승검사"라고 부르다가, 이내 "형님"이라고 목놓아 부르는 모습은 '고려 거란 전쟁'의 명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주연우 역시 "나도 '형님'이라고 부르는 부분에서 많이 울었다. 마지막 방송을 지승현 선배와 같이 시청했었다. 실제로 김한솔 감독님이 몇 개월 전부터 '마지막에 죽는 상황에서 고민해보세요'라고 말을 해주셨다. 혼자 많은 상상을 해봤다. 지승현 선배와 사적으로 이야기하다,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셨는데 작품이 끝나고 그 호칭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어쩌면 김숙흥 장군도 양규 장군이 죽는 모습을 봤을 때, 형님이라는 단어로 부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고이고이 그 마음을 간직하다가 현장에서 감정을 터뜨린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2023년 주연우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KBS2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는 속내를 읽기 어려운 유범룡으로, 넷플릭스 '이두나!'에서는 두나의 광팬 국수진 역으로, 운수 오진 날'에서는 처음으로 연쇄살인마 금혁수의 희생양이자 환영이 되어 나타난 공천석 역으로, '고려 거란 전쟁'에서는 고려 백성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김숙흥 장군 역으로 얼굴을 비추며 그야말로 열일한 한 해를 보냈다. 작년을 돌아보며 주연우는 "2023년의 네 작품이 방영됐다. 시청자들과 많은 소통을 한 것이 내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언제 이런 순간이 다시 올까라고 아직은 생각한다. 신마다 캐릭터마다 진솔하게 표현해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한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tvN '복수노트 2'로 데뷔한 주연우는 '어? 이 배우가 저 배우야'라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로 캐릭터마다 작품마다 늘 신선한 얼굴로 등장한다. 한동안은 '고려 거란 전쟁'의 김숙흥 장군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지만, 앞으로 배우로서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느냐는 물음에 주연우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식어는 딱히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연기의 매력은 어떤 생명을 만들어가는 지점에서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도 그때의 그 친구는 화면 속에서 살아있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라고 차분히 자신의 신념을 언급했다. 2024년을 시작하며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눈앞에 있는 것들을 잘 마무리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는 주연우는 "1월 초에 '스터디 그룹'에 들어갔다. 지금 맡은 캐릭터를 잘 표현해서 잘 전달이 되면 좋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필모그래피 안에 '고려 거란 전쟁'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느냐는 물음에 주연우는 이렇게 답변했다. "제 인생에서 중요한 한 챕터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지 않을까요? 첫 사극이고, 첫 제안이고, 처음으로 실존 인물을 표현한 순간이었기에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못 잊을 것 같아요(웃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거란다죽인다맨'이라는 수식어로도 불리는 주연우는 다소 앳된 얼굴 뒤에 꺾이지 않는 곧은 심지와 본국의 백성들을 위한 마음으로 똘똘 뭉친 진정한 장수이자 장군을 표현해낸다. 1009년(고려 목종 12년, 현종 즉위년)부터 1019년(고려 현종 10년)의 시대적 배경을 그리는 '고려 거란 전쟁' 안에서 시간적 격차를 줄이는 인간적인 얼굴로 단숨에 몰입을 하도록 한다.
특히, 사료로 남아있는 '김숙흥 장군과 양규 장군이 거란군으로부터 맞서 싸우다가 고슴도치처럼 화살을 맞아 전사'하는 16화의 에피소드는 숭고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마치 김숙흥 장군의 단단한 내면을 품은 듯, 인터뷰 내내 자신만의 중심을 바로잡고 연기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짙게 배여있다는 느낌을 받은 배우 주연우의 다음 발걸음은 어떨까. 아직 드라마는 방영 중이지만, '고려 거란 전쟁'의 16화의 김숙흥 장군 죽음을 마지막으로 본인의 역할을 무사히 끝마친 소감에 대해 주연우는 "너무나 뜻깊은 시간이었다. 50주년 대하 사극이라고 해서 그 역할에 임하면서 어깨가 무겁기도 했다. 안전하게 무사히 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하다"라고 이야기했다. 2023년 연기대상 7관왕에 10%대가 넘는 시청률, 연일 화제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바.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물음에 주연우는 "많이 체감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내가 표현한 김숙흥 장군의 잔인하면서도 귀여운 면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실존 인물이기도 한 김숙흥 장군을 구현하기 위해서 역사적 사료도 찾아봤지만 자료가 많지 않아서 여백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주연우. 그는 "대본에 나온 김숙흥 장군님을 표현한 대사들과 상대 배우의 대사들 안에서 대본에 집중했다. 장군님을 표현하도록 한발 한발 다가갔다. 자료 중, 양규 장군님과 김숙흥 장군이 고슴도치처럼 화살을 맞아 전사하신 엔딩 지점을 생각하며 만들어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 김숙흥은 불의를 참지 못하고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본국의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꽉 찬 인물이기도 하다. 본인이 해석한 김숙흥 장군은 어땠느냐는 물음에 "순수하게 '나의 목숨을 바쳐서 나라를 수호하자'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를 떠올리면, 천하무적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모든 창과 검과 무기들을 잘 다룰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분장의 힘을 많이 받기도 했다. 수염을 붙이지 않았을 때는 앳된 모습인데, 거울을 바라본 순간에는 정말 김숙흥 장군님 모습 같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한 것이 아닐까"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4화에서 주연우의 매력이 물씬 묻어난다. 고려 군사들이 거란군에 대비해 밤잠도 자지 않고 혹독하게 훈련하는데, 이때 군사들이 잠을 자고 싶다고 투덜거린다. 김숙흥 장군은 "잠은 거란군 다 죽인 다음에 잘 것이다"라는 대사를 내뱉으며 '거란다죽인다맨'라는 호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이에 주연우는 "그 대사는 대본에 그대로 나와 있었다(웃음) 연기를 할 때, 현장에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성향이 많다. 순간순간에 대입하면서 일상에서 다른 모습이 있듯이 현장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부분이 있다. 상대가 잘 표현을 해주었기에, 저 친구를 잠을 깨워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김숙흥 장군의 거란군을 전멸하겠다는 대쪽 같다는 마음과 더불어 양규 장군(지승현)과의 케미도 '고려 거란 전쟁'의 주요한 볼거리 중에 하나다.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양규와는 달리 쉽게 감정을 드러내는 행동파적인 면모 탓에 초반에는 많이 투닥거리기도 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빠르게 가까워지는 느낌을 보인다. 주연우는 "김한솔 감독님께서 양규 장군과 김숙흥 장군의 브로맨스를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하셨었다. 그래서 지승현 선배와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존경심이나 믿음이 강해지다보니 눈빛이나 미소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다"라고 회상했다.
양규 역의 배우 지승현과의 연기 호흡에 관해선 "현장에서 보여주시는 애티튜드를 많이 배웠다. 꼭 OK 사인이 들리면, 박수를 두 번 치신다. 사실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은연중에 좋은 에너지가 나오지 않나. 어느 날 나도 같이 치고 있더라. 신마다 진정성으로 표현하시는 모습을 너무나도 흡수하고 싶었고 존경심이 생겼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2023년 연기대상에서 지승현 배우와 베스트 커플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강감찬 장군 역의 배우 최수종과 현종 역의 배우 김동준에게 돌아갔다. 지승현은 인터뷰를 통해 아쉬운 마음을 비치기도 했던바.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주연우는 "정말 솔직하게 상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함께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나도 지승현 선배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많이 아쉬워하셨더라. 따로 연락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인터뷰 글을 보면서 '좋아요'를 눌렀다(웃음)"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16화에서 고려 진영의 김숙흥 장군은 거란군에 의해 고슴도치처럼 화살을 마구 맞아 전사하게 된다. 해당 장면은 숭고하면서도 경건한 느낌으로 많은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마지막 싸움임을 직감하는 것만 같은, 결의에 찬 모습은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주연우는 "전쟁 신을 촬영하면서 많이 다쳤다. 피 분장을 많이 해서 피는 흐르는데 어느 피가 내 피인지 모르지만, 어디가 아파오더라. 정말 치열하게 전투를 한 것 같다. 양규 선배님은 100 합, 나는 80 합으로 액션도 많이 연습했다. 레디-액션이 되는 순간 감정이 올라와서 치열하게 싸웠다"라고 답했다.
해당 장면에서 김숙흥 장군은 화살을 맞은 양규 장군을 향해 다가가려고 하지만, 끝내 이동하지 못하고 울부짖는다. 처음에는 "도승검사"라고 부르다가, 이내 "형님"이라고 목놓아 부르는 모습은 '고려 거란 전쟁'의 명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주연우 역시 "나도 '형님'이라고 부르는 부분에서 많이 울었다. 마지막 방송을 지승현 선배와 같이 시청했었다. 실제로 김한솔 감독님이 몇 개월 전부터 '마지막에 죽는 상황에서 고민해보세요'라고 말을 해주셨다. 혼자 많은 상상을 해봤다. 지승현 선배와 사적으로 이야기하다,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셨는데 작품이 끝나고 그 호칭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어쩌면 김숙흥 장군도 양규 장군이 죽는 모습을 봤을 때, 형님이라는 단어로 부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고이고이 그 마음을 간직하다가 현장에서 감정을 터뜨린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2023년 주연우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KBS2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는 속내를 읽기 어려운 유범룡으로, 넷플릭스 '이두나!'에서는 두나의 광팬 국수진 역으로, 운수 오진 날'에서는 처음으로 연쇄살인마 금혁수의 희생양이자 환영이 되어 나타난 공천석 역으로, '고려 거란 전쟁'에서는 고려 백성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김숙흥 장군 역으로 얼굴을 비추며 그야말로 열일한 한 해를 보냈다. 작년을 돌아보며 주연우는 "2023년의 네 작품이 방영됐다. 시청자들과 많은 소통을 한 것이 내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언제 이런 순간이 다시 올까라고 아직은 생각한다. 신마다 캐릭터마다 진솔하게 표현해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한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tvN '복수노트 2'로 데뷔한 주연우는 '어? 이 배우가 저 배우야'라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로 캐릭터마다 작품마다 늘 신선한 얼굴로 등장한다. 한동안은 '고려 거란 전쟁'의 김숙흥 장군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지만, 앞으로 배우로서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느냐는 물음에 주연우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식어는 딱히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연기의 매력은 어떤 생명을 만들어가는 지점에서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도 그때의 그 친구는 화면 속에서 살아있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라고 차분히 자신의 신념을 언급했다. 2024년을 시작하며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눈앞에 있는 것들을 잘 마무리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는 주연우는 "1월 초에 '스터디 그룹'에 들어갔다. 지금 맡은 캐릭터를 잘 표현해서 잘 전달이 되면 좋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필모그래피 안에 '고려 거란 전쟁'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느냐는 물음에 주연우는 이렇게 답변했다. "제 인생에서 중요한 한 챕터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지 않을까요? 첫 사극이고, 첫 제안이고, 처음으로 실존 인물을 표현한 순간이었기에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못 잊을 것 같아요(웃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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