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의 코미디가 통하는 이유
'극한직업', '열혈사제', '원더우먼'
'밤에 피는 꽃'에서는 어떨까
'극한직업', '열혈사제', '원더우먼'
'밤에 피는 꽃'에서는 어떨까
![사진='밤에 피는 꽃' 스틸컷.](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BF.35574329.1.png)
지난 12일 첫 방송된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의 15년차 수절과부 조여화 역으로 돌아온 이하늬의 코미디는 만개한 꽃과 같은 인상이다. 해당 작품에서는 이하늬는 낮에는 수절과부, 밤이 되면 복면을 쓰고 의로운 일을 하는 비밀스러운 캐릭터를 맡았다. "오늘에서야 알았다. 내가 17 대 1이 된다는 것을"이라며 연선(박세현)의 걱정스러운 말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유쾌한 말투로 생동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사진='극한직업' 스틸컷.](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BF.35574338.1.jpg)
'극한직업' 오프닝을 살펴보자. 마포경찰서 마약반은 마약 밀수책인 환동이(이중옥)을 잡기 위해 불시에 그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간다. 이때, 고반장(류승룡)과 장형사는 공중에서 레펠을 타고 내려오는데, 경찰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흔히 보여지는 멋있게 착지해서 발차기하는 클리셰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유리창을 깨는 것으로 인해 변상한다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형사들의 찌질한 면모와 레펠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하늬의 길쭉한 팔다리는 옹졸해 보이기까지 한 효과를 만든다.
바로 이어진 장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여유롭게 달리는 마형사를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이 숨을 헐떡거리면서 달리는 형사들의 모습과 이하늬가 "야아이 개에새에끼이야"라고 분노의 샤우팅을 하며 출렁이는 볼살은 사실적인 재미를 더한다. 이외에도 어둠이 내려앉은 부둣가에서 격투를 벌인 마형사의 피 흘린 얼굴을 보고는 "볼 거 얼굴밖에 없는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놔?"라고 하거나, 마약책을 잡기 위해 치킨집을 운영하는 위장 수사를 하며 지친 마음을 표현한 "245만원 오늘 하루 매출액이야 과연 오늘 몇 개의 테이블을 채팅하고 치웠을까"라는 대사는 이하늬의 말맛으로 잘 버무려져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로서 작용했다.
![사진='열혈사제' 방송 캡처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BF.35574325.1.png)
![사진='원 더 우먼' 방송 캡처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BF.35574323.1.png)
SBS '원 더 우 먼'(2021)에서는 중앙지검 형사 3부 검사이자 할 말은 참지 않고 말하는 조연주와 재벌가 한주그룹의 며느리이며 집 안에서 구박받고 자라는 강미나, 1인 2역을 연기했다. 극 중에서 두 사람은 의문의 사고로 몸이 바뀌었고, 강미나가 한주그룹 사람들에게 쩔쩔매던 모습은 조연주의 본성이 자꾸만 튀어나오면서 "그래서, 저보고 유민그룹 호구하라는 소리네요", "자식 농사, 자식 농사 하니까 자식이 무슨 오이나 호박쯤 되어 보이는 줄 아세요"라는 사이다 같은 대사로 통쾌함을 안기기도 한다.
![사진='킬링 로맨스' 스틸컷.](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BF.35574260.1.jpg)
![사진='외계+인' 2부 스틸컷.](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BF.35574278.1.jpg)
또한, 최동훈 감독의 영화 '외계+인' 2부(2024)에서 민개인 역을 맡은 이하늬의 첫 등장은 마치 자신의 집에서 요가를 하는 듯했지만, 남들이 지나다니는 뻥 뚫린 장소인 육교에서 이뤄지는 반전 상황으로 그려졌다. 상황 자체의 재미도 있으나, 육교인 것을 인지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태평하고 의연한 이하늬의 표정이 한몫한 장면이라 생각된다.
본질적으로 이하늬의 코미디가 '재미있다'라고 느껴지는 까닭은 자신의 장점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배우이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웃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캐릭터 전체를 아우르고 서사 층을 탄탄하게 쌓아가는 과정에서 이하늬의 코미디가 만개한 꽃처럼 피어난 것이라는 느낌이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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