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이혁래 감독 인터뷰
10월 27일 넷플릭스 공개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이혁래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이혁래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의 감독 이혁래는 봉준호 감독이 내걸었던 출연 조건에 대해 언급했다.

이혁래 감독은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관련 인터뷰에 나섰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90년대 초, 시네필들의 공동체였던 ‘노란문 영화 연구소’의 회원들이 30년 만에 떠올리는 영화광 시대와 청년 봉준호의 첫 번째 단편 영화를 둘러싼 기억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이혁래 감독은 영화 '붕붕거리는 오후'(1996), '미싱타는 여자들'(2022)을 연출한 바 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관객들을 만났던 이혁래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에 대해 언급했다. 이혁래 감독은 "20대 관객들이 되게 많이 울고, 본인의 경험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더라. 동아리의 정수가 90년대 초반에만 있던 것은 아니지 않나. 다양한 방식으로 무언가를 함께 나누는 방식들이 있다. 노란문 이후에는 PC 통신이나 인터넷 카페가 있고. 젊은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에서 되게 기분이 좋았다"라고 당시의 분위기를 말했다.

오는 10월 27일 넷플릭스 공개되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극장용 영화가 아닌 넷플릭스와 작업을 시작한 연유를 묻자 "독립 다큐가 극장에 개봉해서 관객들을 만나는 과정이 너무 힘들더라.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제작 당시 출연하는 봉준호 감독의 조건을 언급했다.

'노란문'의 출연 조건으로 봉준호 감독은 "그가 내세운 조건이 주인공이 아니라 1/n로 나온다는 조건이었다. 나도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웃음) 너무 뻔하지 않나. 그런 조건을 내세운 것은 일종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 봉준호 감독이 유명해지고 위인전이나 tv에서 다큐멘터리가 나왔는데 제일 싫어할 만한 방식이었기에 굉장히 싫어하더라"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에서 봉준호가 내건 조건을 들어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는 이혁래 감독은 담당자의 말을 듣고 한시름을 놨다고. 이혁래 감독은 "뜻밖에도 넷플릭스의 담당자가 '이건 동아리 이야기네요'라고 하더라"라며 넷플릭스와 협업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1990년대 당시에 노란문으로 활동했던 멤버들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영화는 당시의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재현한다. 노란문 멤버들의 섭외 과정에 대해 "영화에 나오는 분이 12명이고, 그 외에 출연 요청은 했으나 허락 안 하신 분이 5명 정도다. 모든 멤버가 공통으로 '이게 이야기가 돼?'라고 하더라. 단지 다큐멘터리 출연자가 아니라 본인이 했던 모임에 대한 이야기고 멤버가 연출을 해서 걱정이 많이 됐었나 보다. 원래 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이 영화의 구성이나 방향을 출연자들과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생생한 반응을 잡아내기가 힘들다.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는 식이었다. 부산에서 처음 보셨는데, 각자 불안을 가지고 계시더라. 창피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부분들이었다. 다행히 상영의 반응들이 나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구성 방식은 꽤나 담백하다. 동아리 멤버들의 구성이나 흩어짐에 거창한 이유를 늘어놓지 않고 과거의 조각들을 따라가는 방식을 취한다. 이혁래 감독은 "동아리의 사라짐에 대해서 가장 정직한 묘사가 무엇인지를 생각했었다. (동아리가) 없어지는 것이 사람의 노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특수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생명체처럼 다루는 것이 전략이었던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오는 10월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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