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선 감독-김성식 감독/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CJ ENM
유재선 감독-김성식 감독/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CJ ENM
위기는 때때로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는 것은 기성세대가 아닌 새로운 세대일 때가 많다. 오랜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영화계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신선한 바람이 불어들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새로운 얼굴의 주인공은 영화 '잠'의 유재선 감독과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의 김성식 감독이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먼저 유재선 감독은 데뷔작부터 칸 국제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으며 더할 나위 없는 행보를 보이는 행운의 주인공이다. 그의 데뷔작 '잠'은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이름을 올려 세계 영화팬들을 만났다. 이 영화는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이어 판타스틱 페스트까지 해외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으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극장가도 '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잠'은 개봉 이후 무려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80만 관객의 손익분기점도 일찌감치 넘기며 연일 관객수를 더한 결과 140만 관객을 만났다. 주연 배우 정유미,이선균의 호연이 크게 작용한데다, '잠' 자체의 작품성과 연출에 대한 호평도 흥행에 유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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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선 감독에 이어 김성식 감독도 대망의 입봉 기쁨을 누렸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김 감독은 10년 넘게 여러 선배 감독들의 작품에서 연출부로 일하며 입봉을 준비했다. 김성식 감독의 데뷔작 '천박사'는 몇 년 전부터 추석을 겨냥한 영화로 기획돼 지난 27일 대선배인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개봉했다.

여기에 배우 강동원, 허준호, 이동휘, 이솜, 김종수, 박소이 등 여러 배우들의 앙상블과 호연, 또 '기생충' 지하실 커플 이정은-박명훈과 박정민, 블랙핑크 지수 등 화려한 특별출연 라인업으로 다채로운 재미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호평에 힘입어 '천박사'는 추석 3파전 속 예매율 1위로 순항을 시작했다.

유재선과 김성식 감독의 연결고리는 봉준호 감독이다. 유재선 감독은 '옥자' 연출부 출신이고, 김성식 감독은 '기생충'을 비롯해 여러 영화 현장에서 조연출을 맡아 왔다.

제자의 입봉 소식에 봉준호 감독도 확실하게 끌어줬다. 봉준호 감독은 유재선 감독의 '잠'에 대해 "10년간 본 공포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하다"고 극찬을 전했다. 또, '천박사'의 김성식 감독에겐 1시간이 넘는 시간 세심한 모니터링을 해주며 영화 속에서 유머를 활용하는 법, 악인을 묘사하는 법 등에 대해 섬세한 조언을 전했다고.

김성식 감독은 26일 진행된 영화 '천박사' 관련 인터뷰에서 영화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영화 일이 너무 하고 싶어서 고향 울산에서 아침 첫 차를 타고 봉 감독님 영화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그리고 무작정 봉 감독님께 다가가서 제가 쓴 시나리오를 건넸다. 당시 '이걸 왜 저한테 갖다주냐'고 하셨지만, 그 일을 계기로 감독님 영화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김 감독은 유재선 감독에 대해 '데뷔 동기'로 유대감이 있다며 "봉준호 감독님이 '유재선 감독 시나리오 죽인다, 너 잘 만들어야 된다'고 하시면서 경쟁을 붙이시더라"고 전하기도. 그러면서 "저도 '잠'을 봤는데 정말 잘 만들었더라. 탐나는 재능이다"고 칭찬했다.

오랜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한국 영화계 새롭게 대두된 어려움은 전체 관객수가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 수준의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는 가운데, 세계 영화 시장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한국 영화 시장의 파이는 심각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파이를 다시 예년 수준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결이 필요하고, 신선한 작법의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영화계의 중론이다.

봉준호의 후예라고 볼 수 있는 새 얼굴 유재선과 김성식 감독은 스승의 길을 따라 한국 영화계 유의미한 자취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랜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가 다시 활기를 찾게 되길 기대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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