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 이장 부인 역 박보경 종영 인터뷰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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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로 무대를 누볐던 배우 박보경이 출산 후 10년간 경력이 단절됐다. 배우로서는 아쉽지만, 엄마로서는 기쁜 일이다. 배우와 엄마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박보경은 자신에게 찾아온 일에 대해 운이라고 표현했다.

박보경은 2011년 배우 진선규와 결혼,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앞서 진선규는 "와이프가 현장 나가는 게 좋다. 현장 나갔다 들어와서 표정이라는 게 있지 않나. 와이프가 집에 오면 피곤해 있는 게 아니라 생기가 돌더라. 현장에서 오늘 이랬었다, 저랬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즐거워하고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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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경은 "제가 10년 동안 슬퍼한다거나 (연기) 하고 싶은 티를 안 냈다. (진선규가) 늘 미안해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아이를 낳자고 한 건 우리 결정이었고,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지도 않고, 그럴 처지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키우고 있을게', '마음껏 잘하고 와'라고 했다. 한 번도 운다거나 우울증이 온다든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렇지만 현장 가는 걸 많이 바랐다. 혼자 운 적도 있고, 나는 배우라는 꿈을 꾸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날 필요로 하니까. 엄마와 같이 지내면서 당장 일이 생겨서 나가는 게 아니라고 하기도 했다. 또 '나쁜엄마'는 스트레스받는 현장이 아니라 정말 가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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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로 데뷔한 박보경은 드라마 '달리는 조사관', '괴물',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작은 아씨들' 등에 출연했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된 '화란'에 출연,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는 최근 종영한 '나쁜엄마'를 통해 마스크 팩 이장 부인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3.6%의 시청률로 시작해 12%로 유종의 미를 거둔 '나쁜 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영순(라미란 역)과 뜻밖의 사고로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 역)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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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박보경은 마스크 팩 너머로 촌철살인을 날리며 마을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드는 이장부인, 반려견 호랑이 엄마, 야쿠자의 딸이라는 루머와 스커트 밑으로 숨긴 심상치 않아 보이는 문신을 지닌 여인을 연기했다. 특히 K-콘텐츠 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5월 4주차 드라마 출연자 검색 이슈 키워드 순위에서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박보경은 "아이들이 다 커서 연극 무대에서 할머니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매체는 생각도 못 했다. 빨리 기회가 좋게 온 거 같다. 엄마 역할도 하고 있었고, '작은 아씨들'에서 이사도 해보고 '나쁜엄마'에서는 마스크 팩 이장도 부인도 해봤다. 실은 엄마 역할만 하게 될 줄 알았다. 회사에는 미안하지만, 엄마 역할은 안 하고 싶다고 했다. 두세 작품 하고 나니까 엄마 역할 빼고 기다려볼게요라고 했다. (엄마 역할을 계속하면) 그 이미지로 굳혀지게 될까 봐. 그런데 뭘 믿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니 (다른 역할들이) 들어오더라"고 말했다.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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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력 단절에 대해 "그게 진짜 어려운데, 희망 고문이다. 저도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저는 지금도 누구한테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언젠가 될 거야. 나 봐. 나봐'라고 하는데, 이 바닥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 그래서 저는 아예 그런 말들을 하지 않는다. 만나면 오히려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애 키우는 이야기만 한다"라고 했다.

박보경은 "작품 활동해서 좋다고 이야기해 주면 '고마워, 이러다 내 삶으로 돌아오는 거지. 내 삶은 가정이니까'라고 한다. 10년 동안 갇혀 있었던 마음, 끝이 없다는 걸 아니까 그런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저도 어느 날 작품이 안 들어오면 쭉 쉬는 거지 않나. 얼마 전에 (오)만석 오빠를 만났다. 오빠가 해준 말 중에 '배우는 평생 무직'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일할 때만 배우, 배우가 아닐 때는 네 삶을 살라고 한 말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일할 때만 배우라고 생각하고, 내 삶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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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꿈 같고 거짓말 같다. 제가 연극 공연을 할 적에도 매체 연기는 극소수의 선배님들만 했었다. 인제야 바운더리가 조금 더 넓어지는 느낌이다. 저는 무대에 10년 넘게 있었는데, 매체 오디션을 본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물론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저한테는 꿈 같다. 연극을 할 때와 다른 재미가 있더라"며 웃었다.

박보경은 "제가 촬영을 하러 가니까 아이들도 '엄마는 언제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어?'라고 물어보더라. 제가 공연을 했던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 엄마는 그냥 엄마라고 알고 있었다. 배우는 그냥 하면 되는 건 줄 안다. 요즘 다음 작품을 위해 PT를 받고 있다. 엄마의 몸 말고 탄탄한 몸을 가진 캐릭터라 죽을 것 같다. 아픈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기어 나올 때 기분이 좋더라. 지금까지는 운이 따라줘서 준비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미리 준비할 시간이 있다. 새 캐릭터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이 시간이 감사하고 좋다"라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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