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음주운전' 구자명, 이창명 이어 호란도 '복면가왕'으로 복귀 시동
호란, 이창명, 구자명./사진=MBC '복면가왕'
호란, 이창명, 구자명./사진=MBC '복면가왕'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가수 구자명, 개그맨 이창명에 이어 가수 호란의 복귀 판도 깔아줬다. 음주운전에도 '삼진아웃' 제도가 있는데, MBC 예능 '복면가왕'은 세 번이나 음주운전을 저지른 연예인들을 출연시키면서도 심각성을 모르는 듯하다.

지난 9일 방송된 '복면가왕'에는 음주운전 적발만 3번인 가수 호란이 가왕전에서 탈락해 정체를 공개했다. 이날 가면을 벗은 호란은 "사실 1라운드에 떨어지지만 말자고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남아서 감사드린다"며 "1라운드 때부터 따뜻하게 응원을 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용기를 내서 끝까지 서 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 새로운 싱글(앨범) 발표를 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알렸다. 제작진은 '음색 퀸 호란 무대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자막으로 그녀의 복귀를 응원했다.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 화면.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 화면.
그러나 호란의 정체가 공개된 뒤 MBC 시청자 게시판에는 반발 여론이 일었다. 음주운전 상습범의 복귀가 불편하다는 것. 여기에 '복면가왕' 직후 방송된 '뉴스데스크' 첫 소식이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초등학생의 뉴스라는 점에서 더욱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호란 역시 음주운전 사고로 미화원을 다치게 한 전적이 있다. 2004년, 2007년, 2016년 총 3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호란. 그는 2016년 9월 29일 새벽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몰고 성수대교 남단 인근을 지나다 3차선 도로 길가에 정차돼 있던 공사 유도 차량을 추돌했고, 운전석에 타고 있던 미화원이 부상을 입었다. 호란은 벌금 700만 원 약식 기소 처분을 받았고, '음주운전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면허 취득이 2년간 제한됐다.

또 이로 인해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호란, 알렉스, 클래지)는 2년 만 내놓은 정규 7집 활동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접게 됐다.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 화면.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 화면.
'복면가왕'이 음주운전 논란이 있는 연예인을 출연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개그맨 이창명 역시 2022년 6월 '복면가왕'을 통해 10년 만에 지상파에 복귀했지만, 대중의 싸늘한 반응만 얻었다.

당시 이창명은 오랜만의 지상파 출연에 "정말 기쁘고 MBC에 뼈를 묻고 싶다"며 방송 활동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2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음주운전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에 더욱 당당했을 터.

당시 이창명은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행적을 감췄다가 21시간만에 나타나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쟀다.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0.148%로 추정됐음에도 완강히 부인하며 재판을 벌여 무죄를 받았으나 의혹이 완전히 씻긴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창명이 음주운전 도주에 심각한 '꼼수'을 열여줬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 화면.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 화면.
음주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군대에 입대한 가수 구자명의 복귀 무대도 '복면가왕'이었다. 가왕과의 대결에서 아쉽게 패배하며 가면을 벗은 그는 "부상으로 군대를 현역으로 못 가고 사회복무요원으로 있으면서 다시 무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었다. 걱정 때문에 포기할까 했다"며 "아이러니하게 노래 때문에 노래를 관두고 싶었는데, 다시 힘을 준 것도 노래여서 용기를 내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힘겹게 입을 떼며 울컥했다. 그러나 음주운전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방송 이후 올린 장문의 복귀 심경글에서도 "어린 나이에 복에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받아 너무 붕 떠있었던 그때, 조금 더 성숙하게 행동가짐을 잘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저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다시는 오지 않을 그리고 와서는 안 될 중요한 시간을 갖게 됐다"며 후회와 반성의 뜻을 담긴 했지만, 이 역시 음주운전라는 논란의 쟁점을 피해가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음주운전에 대한 대중의 잣대는 높아졌다. 무죄를 받았든, 한 번의 실수였든, 상습적인 음주였든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음주운전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예비살인 행위란 거다. 그런 사람을 보고싶어하는 대중은 없다. '복면가왕'에 폐지 목소리가 쏟아지는 게 결코 과하지 않은 이유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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