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식상해도 8년째 자기복제中…tvN의 게으른 기획력[TEN피플]
tvN의 새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벌써부터 '서진이네' 모습이 보인다. 또는 '윤식당'의 그림자도 여전히 짙다.

오는 4월 2일 첫 방송을 확정한 tvN '장사천재 백사장'(연출 이우형)은 대한민국 외식 경영 전문가 백종원이 한식 불모지에서 직접 창업부터 운영까지 나서는 프로그램으로, 일명 '백종원의 세계 밥장사 도전기'다.
백종원, 식상해도 8년째 자기복제中…tvN의 게으른 기획력[TEN피플]
'장사천재 백사장'은 백종원이 한식 불모지인 아프리카 모로코와 미식의 도시 이탈리아 나폴리 현지인들의 입맛도 사로잡기 위한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장사천재 백사장'은 현재 방영되고 있는 '서진이네'와 유사하다는 인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외에서 음식을 팔고 그 나라 국민들의 반응을 살피는 과정이 반복된다. 윤여정이 필두로 나섰던 '윤식당'도 마찬가지였다.
백종원, 식상해도 8년째 자기복제中…tvN의 게으른 기획력[TEN피플]
여기에 사장과 직원들, 막내, 알바생 등 출연자들의 역할 분담 과정도 흡사하다. 결코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니다. '장사천재 백사장'에서는 백종원을 중심으로 배우 이장우와 가수 뱀뱀, 존박, 권유리가 함께 한다. '서진이네' '윤식당'과 다른 점은 그저 다른 인물이라는 점뿐이다.

백종원은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이름을 알린 후 지금까지 10개 이상의 요리 예능을 출연했다. 그것도 자신의 이름을 앞에 걸고 말이다. '백패커' '백파더' '백스프릿' '백종원 클라쓰' 등 백종원표 요리 예능은 수도 없이 나왔다.

제한된 시간 혹은 장소 안에서 백종원은 맞춤 음식을 조리했다. 함께한 출연자들이 실패할 위기에 처했을 때는 다시 살려내는 모습을 보이며 늘 같은 콘셉트를 유지했다.
백종원, 식상해도 8년째 자기복제中…tvN의 게으른 기획력[TEN피플]
스승과 애제자의 케미를 강조하는 것도 동일했다. 매 방송에서 새로운 '백종원 제자'가 만들어지기도. 지금까지 언급된 애제자만 김동준, 앤디, 양세형, 성유리, 김희철, 규현, 곽동연, 남상미, 바로, 손호준 등이다.

이번 '장사천재 백종원'에서는 티저에서부터 이장우가 애제자로 등극할 예정이다. '안 봐도 비디오'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백종원, 식상해도 8년째 자기복제中…tvN의 게으른 기획력[TEN피플]
2015년 '마리텔' 이후 8년째 같은 모습으로 자기복제 중인 백종원. 시청자에게도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점이다.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만 한다면 백종원 스스로에게도, 방송에서도 질적인 성장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더 이상의 신선함이 없기 때문.

문제는 출연자인 백종원에게만 있지는 않다. 매번 식상하고 억지스러운 패턴을 반복하는 방송가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판에 박힌 듯 다른 예능과 똑같은 포맷에 출연진과 장소만 갈아 끼우는 패턴이 기계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비슷한 작품의 성공과 친숙함을 담보로 큰 고민 없이 똑같은 기획을 한 tvN이다. 게으른 기획력 안에서 쉽게 만들어지는 예능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시청자는 늘고 있다.
백종원, 식상해도 8년째 자기복제中…tvN의 게으른 기획력[TEN피플]
PD들은 음식, 판매 장소, 출연진 라인업을 변주하는 것으로 나름의 '차별점'을 뒀다고 강조한다. 큰 틀은 같으면서도 세부 요소만 살짝 변화를 준 것을 가지고 '차별점'이라고 정당화한다.

결국 '윤식당'의 성공을 바탕으로 무한 변주를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의 수는 늘었지만 비슷한 포맷이 범람한다는 지적은 이번에도 피할 수 없겠다.

tvN은 새로운 도전보다는 안전한 시청률을 택했다. 대박 성공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시청률과 화제성은 보장받을 수 있는 길 말이다. 하지만 이처럼 한 방송사 안에서 비슷한 포맷의 예능이 양산될 경우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때론 기존 포맷의 반복이 아닌 용감한 투자나 실험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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