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작품 속 성적으로 묘사된 승무원 출신 캐릭터
'더 글로리' 차주영에 "따뜻한 서비스 없냐"·"몸이나 놀리지" 모욕
'카지노' 손은서, '속옷 색깔' 질문에도 대답
전문성 있는 커리어우먼으로서 존중 필요
작품 속 성적으로 묘사된 승무원 출신 캐릭터
'더 글로리' 차주영에 "따뜻한 서비스 없냐"·"몸이나 놀리지" 모욕
'카지노' 손은서, '속옷 색깔' 질문에도 대답
전문성 있는 커리어우먼으로서 존중 필요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스튜어디스는 승객이 목적지까지 편안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기내에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을 말한다. 유니폼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이들은 언제나 미소 띤 얼굴로 승객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한다. 이들은 전문성을 가진 여성 직업인이다. 하지만 일부 드라마나 영화,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에서는 여전히 이들을 종종 성적 대상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나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에서도 마찬가지다. 작품의 재미와 의미를 따라가다 놓쳐버린 맹점이다.
학교 폭력 피해자의 복수를 그려낸 '더 글로리'는 학폭의 심각성을 인식시키며 호평 받고 있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 분)에게 학폭을 가했던 무리 중 한 명이었던 최혜정(차주영 분)은 스튜어디스다. 문동은이 최혜정에게 "스튜어디스 혜정아"라는 말에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장면 때문에 이 대사가 유행어처럼 쓰이기도 한다. 극 중 비행기를 탄 전재준(박성훈 분)은 기내에서 최혜정을 만나자 "자장가를 불러달라", "따뜻한 다른 서비스는 없냐"며 음흉하게 말한다. 전재준 역시 학폭 가해 무리 중 한 명. 집안의 재력을 믿고 안하무인 살아가는 전재준은 최혜정을 은근히 하대한다. 학폭 가해 주동자 박연진(임지연 분)과 이사라(김히어라) 역시 마찬가지다. 표면상 이들과 최혜정의 관계는 '친구'지만 사실은 주종 관계에 가깝다. 허영심 많은 최혜정. 박연진과 이사라는 최혜정이 세탁소에 맡겨진 명품옷을 입고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일부러 값비싼 명품 옷을 세탁소에 맡기고 최혜정이 입고 나오도록 유도한다. 망신을 당한 최혜정. 박연진은 "술이나 먹고 몸이나 놀리지 왜 주둥이를 놀리냐"며 최혜정을 모욕한다. 이 장면에서 최혜정이 입은 옷은 몸에 과하게 달라붙는 흰색 원피스. 가슴 부분이 깊게 파여 가슴 노출도 심하다.
웨딩드레스를 시착해보는 장면에서도 최혜정 캐릭터는 교양 없게 그려진다. 최혜정은 "내가 몇 대 몇 경쟁률을 뚫었는데"라고 말하면서 과하게 어깨와 허리를 흔들며 오프숄더 드레스의 가슴 부분을 끌어올린다.
다소 성적으로 묘사되고 탐욕스러운 차혜정. 물론 직업과 무관하게 차혜정이라는 인물의 성향과 성격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허영심 많고 노출 있는 옷을 즐겨입는 인물의 직업이 왜 스튜어디스여야 하냐는 질문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카지노'에서도 한 여성 캐릭터가 성적 대상화된다. 손은서가 연기한 승무원 출신의 호텔 매니저 김소정 역할이다.
'카지노'는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 분)의 일대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마닐라에서 카지노 사업을 성공한 차무식과 그의 수하인 양정팔(이동휘 분)이 칼리즈로 옮기면서 그 지역 호텔에서 일하고 있던 김소정과 알게 된다.
호텔 리셉션에서 일하는 김소정의 단아한 모습에 양정팔은 첫눈에 반하고, 둘은 친분을 쌓아간다. 김소정은 비를 맞고 온 양정팔이 "쉬면 낫는다"고 하자 청소가 끝난 호텔방을 내어주고, 근무 시간이었음에도 양정팔과 잠자리를 함께하게 된다. 더 좋은 호텔로 이직하고 싶었던 김소정은 양정팔에게 말해 차무식에게 부탁해달라고 한다. 덕분에 김소정은 차무식이 운영하는 카지노가 있는 호텔에서 매니저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양정팔의 동료인 필립(이해우 분)을 알게 된다. 필립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정팔 형이 많이 좋아하더라"고 하자 김소정은 "우리 그런 사이 아니다"고 단호히 말한다. 필립은 김소정의 유니폼 맵시를 칭찬하기도 한다. 결국 둘은 잠자리를 가지는 사이로 발전한다. '카지노'에서 김소정은 야망 있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카지노에서 수십억을 베팅하는 고 회장(이혜영 분)의 눈에 들기 위해 "언제든지 불러주면 술친구 해드리겠다"며 갖은 애를 쓴다. 고 회장이 자신의 몸을 만져도 불평하지 않고, 속옷 색깔을 묻자 묵묵히 답하기도 한다.
뛰어난 외국어 능력에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갖춘 승무원이 외국 호텔에서 매니저로 일하게 되는 것은 충분히 납득되는 일. 하지만 남자와 부자를 이용해 자신의 야망을 이루고자 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유쾌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더 글로리'와 '카지노', 두 작품 모두에서 탐욕스럽고 허영심 많고 성적 대상화되는 인물이 스튜어디스 출신이라는 점이 공교롭다. '더 글로리' 최혜정의 말처럼 높은 경쟁률을 뚫고 치열한 노력 끝에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는 그들. 전문성을 가진 명석하고 친절한 스튜어디스의 모습이 아닌 아둔하고 비열하고 고상하지 않은 스튜어디스로, 상징성이 많은 작품인 '더 글로리'와 범죄 액션물 '카지노'에서 공통적으로 묘사된다는 점은 씁쓸함을 남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스튜어디스는 승객이 목적지까지 편안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기내에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을 말한다. 유니폼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이들은 언제나 미소 띤 얼굴로 승객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한다. 이들은 전문성을 가진 여성 직업인이다. 하지만 일부 드라마나 영화,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에서는 여전히 이들을 종종 성적 대상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나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에서도 마찬가지다. 작품의 재미와 의미를 따라가다 놓쳐버린 맹점이다.
학교 폭력 피해자의 복수를 그려낸 '더 글로리'는 학폭의 심각성을 인식시키며 호평 받고 있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 분)에게 학폭을 가했던 무리 중 한 명이었던 최혜정(차주영 분)은 스튜어디스다. 문동은이 최혜정에게 "스튜어디스 혜정아"라는 말에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장면 때문에 이 대사가 유행어처럼 쓰이기도 한다. 극 중 비행기를 탄 전재준(박성훈 분)은 기내에서 최혜정을 만나자 "자장가를 불러달라", "따뜻한 다른 서비스는 없냐"며 음흉하게 말한다. 전재준 역시 학폭 가해 무리 중 한 명. 집안의 재력을 믿고 안하무인 살아가는 전재준은 최혜정을 은근히 하대한다. 학폭 가해 주동자 박연진(임지연 분)과 이사라(김히어라) 역시 마찬가지다. 표면상 이들과 최혜정의 관계는 '친구'지만 사실은 주종 관계에 가깝다. 허영심 많은 최혜정. 박연진과 이사라는 최혜정이 세탁소에 맡겨진 명품옷을 입고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일부러 값비싼 명품 옷을 세탁소에 맡기고 최혜정이 입고 나오도록 유도한다. 망신을 당한 최혜정. 박연진은 "술이나 먹고 몸이나 놀리지 왜 주둥이를 놀리냐"며 최혜정을 모욕한다. 이 장면에서 최혜정이 입은 옷은 몸에 과하게 달라붙는 흰색 원피스. 가슴 부분이 깊게 파여 가슴 노출도 심하다.
웨딩드레스를 시착해보는 장면에서도 최혜정 캐릭터는 교양 없게 그려진다. 최혜정은 "내가 몇 대 몇 경쟁률을 뚫었는데"라고 말하면서 과하게 어깨와 허리를 흔들며 오프숄더 드레스의 가슴 부분을 끌어올린다.
다소 성적으로 묘사되고 탐욕스러운 차혜정. 물론 직업과 무관하게 차혜정이라는 인물의 성향과 성격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허영심 많고 노출 있는 옷을 즐겨입는 인물의 직업이 왜 스튜어디스여야 하냐는 질문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카지노'에서도 한 여성 캐릭터가 성적 대상화된다. 손은서가 연기한 승무원 출신의 호텔 매니저 김소정 역할이다.
'카지노'는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 분)의 일대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마닐라에서 카지노 사업을 성공한 차무식과 그의 수하인 양정팔(이동휘 분)이 칼리즈로 옮기면서 그 지역 호텔에서 일하고 있던 김소정과 알게 된다.
호텔 리셉션에서 일하는 김소정의 단아한 모습에 양정팔은 첫눈에 반하고, 둘은 친분을 쌓아간다. 김소정은 비를 맞고 온 양정팔이 "쉬면 낫는다"고 하자 청소가 끝난 호텔방을 내어주고, 근무 시간이었음에도 양정팔과 잠자리를 함께하게 된다. 더 좋은 호텔로 이직하고 싶었던 김소정은 양정팔에게 말해 차무식에게 부탁해달라고 한다. 덕분에 김소정은 차무식이 운영하는 카지노가 있는 호텔에서 매니저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양정팔의 동료인 필립(이해우 분)을 알게 된다. 필립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정팔 형이 많이 좋아하더라"고 하자 김소정은 "우리 그런 사이 아니다"고 단호히 말한다. 필립은 김소정의 유니폼 맵시를 칭찬하기도 한다. 결국 둘은 잠자리를 가지는 사이로 발전한다. '카지노'에서 김소정은 야망 있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카지노에서 수십억을 베팅하는 고 회장(이혜영 분)의 눈에 들기 위해 "언제든지 불러주면 술친구 해드리겠다"며 갖은 애를 쓴다. 고 회장이 자신의 몸을 만져도 불평하지 않고, 속옷 색깔을 묻자 묵묵히 답하기도 한다.
뛰어난 외국어 능력에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갖춘 승무원이 외국 호텔에서 매니저로 일하게 되는 것은 충분히 납득되는 일. 하지만 남자와 부자를 이용해 자신의 야망을 이루고자 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유쾌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더 글로리'와 '카지노', 두 작품 모두에서 탐욕스럽고 허영심 많고 성적 대상화되는 인물이 스튜어디스 출신이라는 점이 공교롭다. '더 글로리' 최혜정의 말처럼 높은 경쟁률을 뚫고 치열한 노력 끝에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는 그들. 전문성을 가진 명석하고 친절한 스튜어디스의 모습이 아닌 아둔하고 비열하고 고상하지 않은 스튜어디스로, 상징성이 많은 작품인 '더 글로리'와 범죄 액션물 '카지노'에서 공통적으로 묘사된다는 점은 씁쓸함을 남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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