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약쟁이' 보다 받지 못한 신뢰…무너지는 YG [TEN스타필드]
≪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제아무리 단단하게 빚어놓은 그릇이라도 깨졌으면 끝이다. 깨진 조각을 붙인다 한들 그릇의 기능을 못 할뿐더러 이전의 가치도 잃기 마련이다.

양현석의 왕국, 양군기획에서 출발했던 YG엔터테인먼트의 가치는 전만 못하다. 소속 가수들의 연이은 마약 범죄 연루는 기본이고 총괄 프로듀서였던 양현석이 얽힌 많은 의혹이 견고해 보이던 성을 부수기 시작했다.

양현석은 현재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아이돌 지망생 한서희를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재판을 진행 중이다. 여러 차례 이어진 재판에서 줄곧 침묵을 지키던 양현석은 결심 공판을 앞두고 직접 협박 혐의를 부인했다.

양현석은 한서희가 비아이의 마약을 진술하자 그를 YG 사옥으로 불러 회유 및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한서희는 양현석이 '너 하나 연예계에서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협박하며 진술을 번복하면 돈을 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오른쪽) / 텐아시아DB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오른쪽) / 텐아시아DB
양현석이 한서희를 YG 사옥으로 부른 건 사실이다. 한서희가 진술한 내용 중 '착한 애가 되어야지'라고 말한 것도 사실. 하지만 양현석은 "마약을 하지 말라고 걱정한 이야기였다. 말을 굉장히 조심해서 했던 기억이 난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한서희는 실형을 사는 마약 사범이다. 그는 빅뱅의 탑과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나 그 기간에 필로폰 투약을 한 것이 적발됐다. 비아이는 이런 한서희에게 마약 구매를 부탁했고 대마를 흡연했으며 LSD도 구매했다.

재판은 양현석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한서희는 재판 중 양현석에게 "저런 쓰레기"라며 폭언하기도 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판사에게 지적받기도 했다. 담담한 양현석에 비해 감정적으로 재판장에 서고 있다.

그런데도 대중의 마음은 한서희에게 기운다. '양회장님'의 말보다 '약쟁이'의 말을 믿고 있는 것. 양현석과 그의 변호인의 진술은 왜 신뢰받지 못하고 있을까.
양현석, '약쟁이' 보다 받지 못한 신뢰…무너지는 YG [TEN스타필드]
양현석의 편을 들기엔 그의 행보는 그리 깨끗하지 못하다. 양현석은 2019년 YG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버닝썬 게이트와 해외 투자자 성접대, 해외 원정도박, 비아이 마약 수사 개입으로 시작된 경찰 유착 여부 등 끊이지 않는 논란으로 수장에 머물 수 없었기 때문.

성접대 의혹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무혐의=무죄'는 아니다. 경찰은 유흥업소 여성들로부터 성관계가 있었고, 일부는 돈을 지급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하지만 일부가 인정했고 받은 돈이 성매매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진술이나 물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성접대 혐의는 이미 공소시효가 끝나 수사가 불가능하다.

성접대 같은 이슈에선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그는 대중의 의심을 받고 있다. 양현석에게 신뢰 회복이 중요한 과제가 된 것.
양현석 / 텐아시아DB
양현석 / 텐아시아DB
한 줌의 모래가 되어 버린 양현석에 대한 신뢰와 기대. 견고할 것 같았던 YG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YG는 양현석의 사임 시기와 맞물려 퇴보 중이다. 블랙핑크라는 글로벌 걸그룹이 있긴 하지만 거기서 멈췄다. 대단하고 안정적이지만 더 이상 새롭지 않으니 후발주자가 간절히 필요한데 대안이 없다.

양현석이 가장 신경을 쓴다는 트레저의 성과는 아쉽고 블랙핑크 다음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는 감감무소식이다. 회사 내부는 채움과 비움을 반복 중이나 아직 제대로 된 방향을 잡지 못했다. 동생 양민석이 복귀 한 뒤 임원진을 물갈이 했지만, 큰 변화의 씨앗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경쟁사로 분류된 다른 대형 기획사들은 다음 세대를 향해 전진하고 있지만 YG만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상황을 만든 건 양현석이다. 최순실 게이트와의 유착 관계부터 마약 유통과 성폭행, 공권력 유착 의혹 등이 있는 클럽 버닝썬과도 밀접하다. YG는 자회사를 통해 버닝썬과 협업해왔고 양현석, 양민석 형제가 클럽 버닝썬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양현석은 대중이 이를 잊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대중은 여전히 양현석의 과거를 알고 있다.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감 역시 큰 법이다. 실망감은 불신을 낳는다. 일개 연습생 출신인 '마약사범' 한서희의 말에 더 공감하는 대중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를 둘러싼 의혹들이 말끔히 해결되지 않으면 양현석에 대한 불신을 거두는 건 쉽지 않다. 양현석은 여전히 YG 대주주고 '회장님'으로 불린다. 비공식적으로 아티스트를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공식적인 복귀가 쉽지 않다. 그의 프로듀싱 능력은 여전하겠지만, 양현석이란 이름이 전면에 나서는 순간 아티스트에겐 독이된다. 훈장이었던 그의 이름은 어느샌가 패밀리에 부담으로 바꿔있다.

YG는 위기다. 이 위기를 넘을 수 있는 주사위는 YG가 던지겠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엔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넜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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