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유재석./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놀면 뭐하니?' 유재석./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MBC '놀면 뭐하니'가 또 한 번 보컬 그룹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번엔 여성 보컬 그룹 WSG워너비다. 유재석이 새로운 '부캐' 유팔봉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이 제작자 '유팔봉'이 돼 돌아왔다. '여성 보컬 그룹' WSG워너비를 제작하겠다며 기획사 수장들을 만났다.

이날 유팔봉은 '본캐' 유재석이 속한 안테나를 찾아갔다. 안테나 수장 유희열에게 "WSG워너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3대 기획사와 함께할 것"이라며 "거대한 규모와 완벽한 시스템을 지닌 대형 기획사는 함께할 수 없다. '왜 저런 회사랑 해?' 라고 말할 만한 곳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희열에게 회사 명의를 빌려달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유희열은 "지난해 8월 유재석과 계약할 때 '올해 봄 쯤 이 회사를 자신의 명의로 바꾼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유팔봉은 유야호가 지난해 MSG워너비를 제작할 때와 차별점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안테나와 정준하의 야무진+1, 그리고 또 다른 회사가 함께 보컬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유팔봉과 유희열의 상황극이 재미를 줬다. 회사 명의를 빌리기까지 유재석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입담, 유희열과의 티키타카가 시종 웃음을 유발했다.

지난해 MSG워너비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던 박재정이 보컬 실력을 증명했고,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주름 잡았던 김정민, KCM을 각각 소환했으며, 지석진에게 늦게나마 가수의 꿈을 이루게 해줬다. 여기에 이동휘, 이상이, 쌈디, 원슈타인까지 MZ세대에게 유명한 배우와 가수까지 조합하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보컬 그룹을 탄생시켰다.

이에 따라 어떤 스타들이 WSG워너비에 소환돼 향수를 자극하고, 어떤 좋은 음악이 탄생 될지 기대감이 높아졌다.
MBC '놀면 뭐하니' 캡처
MBC '놀면 뭐하니' 캡처
그러나 일각에서는 '놀면 뭐하니'가 비슷한 포맷으로만 화제성을 높인다며 이른바 '우려먹기'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2020년 혼성그룹 싹쓰리, 환불원정대, 지난해 MSG워너비에 이어 WSG워너비까지 유재석이 제작자 '부캐'를 만들어 몇 년째 그룹을 제작하고 있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무한도전'과는 차이가 있다. '무한도전' 또한 해마다 가요제를 열고, '토토가' 프로젝트를 지속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한 해를 돌이켜 봤을 때, 가요제 외에도 떠오르는 특집이 많을 정도로 알찼다.

'놀면 뭐하니'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무려 6개월 동안 MSG워너비와 관련한 방송을 내보냈다. 지난해 '놀면 뭐하니'를 떠올렸을 때 MSG워너비를 제외하고 기억에 남는 회차가 거의 없다. 연말에 선보인 '도토페' 페스티벌 또한 '음악'을 기반으로 한 '추억팔이' 콘셉트로,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특집은 아니었다.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 정보를 보면 평소 스케줄 없는 날, '놀면 뭐하니?'라고 말하는, 대한민국 개그맨 유재석이 펼치는 무한확장 유니버스 스토리라고 돼 있다. 지금까지의 '놀면 뭐하니'는 애초 기획 의도에서 벗어나, 방향성을 상실했다.

유재석이 독보적인 '부캐' 유산슬로 변신, 트로트 가수로 도전하면서 '놀면 뭐하니'는 '무한도전'의 영광을 재현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유재석 스스로 홀로 새로운 콘텐츠를 소화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고, 지난해 MSG 워너비를 미친 이후 정준하, 하하, 신봉선, 미주를 멤버로 영입해 또 한 번 변화를 꾀했다.

유재석 단독 주연이 아닌, 다섯명이 함께하는 '놀면 뭐하니'는 점점 더 산으로 갔다. 현재 '놀면 뭐하니'는 10여년 동안 맞춰온 '런닝맨' 멤버들만큼의 케미가 없고, 역동성이 부족하다. 전통적인 여행 프로 '1박 2일'처럼 뚜렷한 정체성도 없다. '시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려먹기'가 펼쳐진 것이다. 새로운 여성 보컬 그룹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지만, 늘 비슷한 포맷을 선보이는 '놀면 뭐하니'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이 와중에 유재석이 새로운 '부캐'로 프로젝트를 이끌며 단독 주연으로 나서자, 프로그램의 색깔이 오히려 뚜렷하게 보였다. 유희열, 정준하, 이미주 등을 만나 상황극을 펼치는 모습만으로 시종 웃음을 줬다. 정준하, 이미주 등이 조연으로 함께해 재미를 더하는 그림이 오히려 진짜 '놀면 뭐하니' 같았다.
 [TEN피플] 우려 먹기 '놀면 뭐하니', 어설픈 '무도' 보다 유재석 단독 주연이 낫다
'놀면 뭐하니'는 박창훈 PD가 김태호 PD의 배턴을 이어받아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무한도전' 시절부터 이어진 고정 팬이 있어서 시청률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젝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려먹기'까진 이해할 수 있다. 반응이 좋았던 프로젝트를 틀어서 또 다른 프로젝트로 활용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게 전부라는 것이 문제다. 프로그램의 지속성을 위해, 하루빨리 '놀면 뭐하니'의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설픈 '무한도전' 보다, 유재석 주연 '놀면 뭐하니'가 차라리 낫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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