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인서트》
'부산 사투리 연기 달인' 정우
'바람'·'응사'에 이어 '뜨거운 피'에서 사투리 열연
이미지 반복 우려? "서로 다른 상황·감정"
"사투리 연기, 오히려 내 장기" 자신
'부산 사투리 연기 달인' 정우
'바람'·'응사'에 이어 '뜨거운 피'에서 사투리 열연
이미지 반복 우려? "서로 다른 상황·감정"
"사투리 연기, 오히려 내 장기" 자신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배우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는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대중에게 자신을 확실히 각인할 수 있는 기회면서도, 각인된 이미지에 발목이 잡히기도 하기 때문. 배우 정우에게는 '부산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가 그러하다. 부산 사투리 연기가 찰진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한 탓에, 그가 했던 다양한 시도와 변주들이 저평가되기도 한다. 정우의 대표작으로는 2009년 개봉한 영화 '바람'과 2014년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꼽을 수 있다. '바람'은 집안에서 골칫덩어리 막내인 짱구(정우 분)가 폭력적 교사와 불량한 학생들로 악명 높은 학교로 전학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학원물. 전학간 학교에서 짱구는 불법 서클에 들어가게 되지만, 아버지가 간경화로 돌아가시면서 뒤늦게 철이 든다. '바람'은 정우가 자신의 고교 시절 경험담을 바탕으로 직접 원안을 쓰고 이성한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한 작품. 저예산 독립영화인데도 입소문을 타면서 재개봉까지 했다. 정우의 실감나는 사투리는 캐릭터의 지질하고 허세 가득한 면모를 부각했다. 이 작품으로 정우는 제47회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자배우상 수상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정우는 2014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캐릭터로 '상업적' 인기도 얻게 된다. '응답하라 1994'는 1994년도를 중심으로, 전국 8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대학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정우의 극 중 본명은 김재준이지만 '쓰레기'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린다. 쓰레기라는 별명은 옷을 며칠간 갈아입지도 않을 만큼 청결하지도 않고, 음식이 상한 것도 잘 모를 만큼 미각이 둔하다고 해서 붙여진 것. 어딘가 모자라 보이지만 사실 비상한 머리로 수석을 놓쳐본 적 없는 의대생이라는 점이 반전 매력이다. 동생이라 생각했던 성나정(고아라 분)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는 성큼성큼 다가가는 직진남의 매력도 갖췄다. 코믹한 모습과 진지한 모습, 짓궂은 모습과 다정한 모습을 오가는 쓰레기 캐릭터를 정우는 디테일한 연기로 표현해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의 부산 사투리 연기는 캐릭터의 '츤데레' 매력을 더했다. 정우는 23일 개봉한 영화 '뜨거운 피'에서도 부산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뜨거운 피'는 1993년 항구도시의 변두리 포구 구암을 둘러싼 건달들의 세력 다툼을 그리는 작품이다. 정우가 연기한 희수는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자 구암을 장악하고 있는 조직의 중간 간부다. 정우는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배경이 부산이고 부산 사투리를 써서 제가 보여줬던 기존 모습들을 반복하는 게 아닐지, 전형적인 작품이 되는 건 아닐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전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선택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정우는 밑바닥 인생을 살며 어떻게든 생존해야 하는 한 남자의 처절함과 애처로움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사투리 연기로 인한 이미지 반복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도 내가 보여주지 않은 재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투리라는 건 특유의 억양, 뉘앙스가 묻어있는 건데, 지금은 제 장점, 장기라고 생각한다. 그걸 더 좋아해주시니 연기하는 데 힘이 나고, 이번에는 내 장기를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투리의 억양이 비슷하더라도 그걸로 전달되는 캐릭터의 감정은 전혀 다르니 다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예전에 했던 것과 비슷한 캐릭터, 비슷한 장르라면 부담스러울 순 있겠지만 사투리를 이유로 작품 선택에 제약을 두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같은 '부산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라는 설정에도 정우는 서로 다른 디테일로 작품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구축했다. 사투리에 강한 배우지만 사실 그가 도전한 캐릭터도 다양하다.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는 동제 제과점 제빵사로 소탈하고 가식 없는 매력을, 영화 '재심'에서는 변호사로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카카오TV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X'에서는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는 의협심 넘치는 열혈 경찰 역할에 녹아들어 코믹과 로맨스를 오가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tvN에서 하반기 방영되는 '멘탈코치 제갈길'에서는 트라우마를 극복한 경험과 태릉에서 연마한 정신력으로 멘탈코치가 되어 선수촌에 재입성에 태권도 전 국가대표 선수를 연기한다.
정우는 사투리 연기에서 "탈피해야겠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진 않다"고 했다. '사투리만 잘하는 배우'라는 틀을 벗어나려하기 보다는 그것을 장기로 만들고, 경계를 두지 않는 도전으로 '사투리도 잘하는 배우'로 거듭나려는 영리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사투리 장기'가 아니더라도 정우가 또 다시 인생 캐릭터를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배우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는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대중에게 자신을 확실히 각인할 수 있는 기회면서도, 각인된 이미지에 발목이 잡히기도 하기 때문. 배우 정우에게는 '부산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가 그러하다. 부산 사투리 연기가 찰진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한 탓에, 그가 했던 다양한 시도와 변주들이 저평가되기도 한다. 정우의 대표작으로는 2009년 개봉한 영화 '바람'과 2014년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꼽을 수 있다. '바람'은 집안에서 골칫덩어리 막내인 짱구(정우 분)가 폭력적 교사와 불량한 학생들로 악명 높은 학교로 전학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학원물. 전학간 학교에서 짱구는 불법 서클에 들어가게 되지만, 아버지가 간경화로 돌아가시면서 뒤늦게 철이 든다. '바람'은 정우가 자신의 고교 시절 경험담을 바탕으로 직접 원안을 쓰고 이성한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한 작품. 저예산 독립영화인데도 입소문을 타면서 재개봉까지 했다. 정우의 실감나는 사투리는 캐릭터의 지질하고 허세 가득한 면모를 부각했다. 이 작품으로 정우는 제47회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자배우상 수상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정우는 2014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캐릭터로 '상업적' 인기도 얻게 된다. '응답하라 1994'는 1994년도를 중심으로, 전국 8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대학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정우의 극 중 본명은 김재준이지만 '쓰레기'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린다. 쓰레기라는 별명은 옷을 며칠간 갈아입지도 않을 만큼 청결하지도 않고, 음식이 상한 것도 잘 모를 만큼 미각이 둔하다고 해서 붙여진 것. 어딘가 모자라 보이지만 사실 비상한 머리로 수석을 놓쳐본 적 없는 의대생이라는 점이 반전 매력이다. 동생이라 생각했던 성나정(고아라 분)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는 성큼성큼 다가가는 직진남의 매력도 갖췄다. 코믹한 모습과 진지한 모습, 짓궂은 모습과 다정한 모습을 오가는 쓰레기 캐릭터를 정우는 디테일한 연기로 표현해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의 부산 사투리 연기는 캐릭터의 '츤데레' 매력을 더했다. 정우는 23일 개봉한 영화 '뜨거운 피'에서도 부산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뜨거운 피'는 1993년 항구도시의 변두리 포구 구암을 둘러싼 건달들의 세력 다툼을 그리는 작품이다. 정우가 연기한 희수는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자 구암을 장악하고 있는 조직의 중간 간부다. 정우는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배경이 부산이고 부산 사투리를 써서 제가 보여줬던 기존 모습들을 반복하는 게 아닐지, 전형적인 작품이 되는 건 아닐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전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선택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정우는 밑바닥 인생을 살며 어떻게든 생존해야 하는 한 남자의 처절함과 애처로움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사투리 연기로 인한 이미지 반복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도 내가 보여주지 않은 재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투리라는 건 특유의 억양, 뉘앙스가 묻어있는 건데, 지금은 제 장점, 장기라고 생각한다. 그걸 더 좋아해주시니 연기하는 데 힘이 나고, 이번에는 내 장기를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투리의 억양이 비슷하더라도 그걸로 전달되는 캐릭터의 감정은 전혀 다르니 다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예전에 했던 것과 비슷한 캐릭터, 비슷한 장르라면 부담스러울 순 있겠지만 사투리를 이유로 작품 선택에 제약을 두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같은 '부산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라는 설정에도 정우는 서로 다른 디테일로 작품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구축했다. 사투리에 강한 배우지만 사실 그가 도전한 캐릭터도 다양하다.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는 동제 제과점 제빵사로 소탈하고 가식 없는 매력을, 영화 '재심'에서는 변호사로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카카오TV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X'에서는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는 의협심 넘치는 열혈 경찰 역할에 녹아들어 코믹과 로맨스를 오가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tvN에서 하반기 방영되는 '멘탈코치 제갈길'에서는 트라우마를 극복한 경험과 태릉에서 연마한 정신력으로 멘탈코치가 되어 선수촌에 재입성에 태권도 전 국가대표 선수를 연기한다.
정우는 사투리 연기에서 "탈피해야겠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진 않다"고 했다. '사투리만 잘하는 배우'라는 틀을 벗어나려하기 보다는 그것을 장기로 만들고, 경계를 두지 않는 도전으로 '사투리도 잘하는 배우'로 거듭나려는 영리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사투리 장기'가 아니더라도 정우가 또 다시 인생 캐릭터를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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