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민의 만남의 광장>>

"5년 만에 KBS 막내 탈출한 배혜지 입니다"

"가장 힘들 때요? 날씨가 맞지 않을 때죠"

"FM대행진은 제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에요"

"흥을 발산하고 싶어서 '미스트롯2'에 출연했어요"

"기상캐스터로 후회없이 쏟아내고 싶어요"
배혜지 기상캐스터./ 사진=조준원 기자
배혜지 기상캐스터./ 사진=조준원 기자
<<노규민의 만남의 광장>>

텐아시아 노규민 기자가 매주 일요일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 가요, 영화, 패션 등 연예계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합니다. 익숙지 않았던 사람들과 연예계의 궁금증을 직접 만나 풀어봅니다.
전날 비가 내린 서울 하늘엔 구름이 조금 끼어 있었다. 그런데도 낮 기온은 10도 이상으로 올라 제법 포근했다. KBS 방송국 신관 1층, "안녕하세요"라며 기자 앞으로 씩씩하게 걸어온 배혜지(30) 기상캐스터는 봄처럼 화사했다.

몇시간 전, 아침 뉴스에서 본 기상캐스터 배혜지와는 달랐다. 실제로 만난 그녀는 KBS 쿨FM '조우종의 FM 대행진' 코너 '일어나 회사 가야지' 속 배혜지와 가까웠다. 생글생글한 표정과 하이톤의 목소리로 점심식사 후의 노곤함을 싹 날려줬다. 지난 15일 오후 1시 30분, '흥신흥왕'으로 불리는 배혜지 기상캐스터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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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몇시에 출근하나요.

매일 새벽 4시까지 출근해요. 출근하자마자 전날 날씨를 다시 체크하고, 다른 방송사에서 어떻게 보도했는지 확인해 보죠. 4시 20분쯤 기상청에서 간단하게 정보가 넘어오고, 5시쯤 공식 정보가 나와요. 그걸 토대로 30~ 40분 동안 원고를 작성합니다.

직접 원고를 쓰는군요.

네 맞아요. 오늘 같은 날은 아침 기온이 조금 떨어졌어요. 낮에는 워낙 따뜻해서 아침 온도를 마주하면 춥다고 느끼실 거예요. 그래서 원고에 춥다고 써야 할 지, 쌀쌀하다고 써야 할 지 그런 것부터 고민하게 됩니다. (웃음)

기상캐스터는 모두 프리랜서입니까.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이 프리랜서예요. KBS의 경우 공채를 매년 뽑지 않아요. 제가 2017년에 공채로 들어왔고, 이번에 5년 만에 공채를 뽑았어요. 신입 2명이 들어와서 5년 만에 막내에서 탈출했어요.

원래는 아나운서를 꿈꿨다고요.

학창 시절에 방송부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어요. 그때 아나운서가 대단히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죠. 아나운서가 돼서 뉴스를 진행하고 싶었어요. 방송 3사 시험에 도전했는데, 다 떨어졌죠. 노랑머리를 한 채로 KBS 시험을 봤어요. 정말 뭘 몰랐던 거죠. 하하.

어쩌다 기상캐스터가 된 건가요.

우연한 계기로 기상캐스터 시험을 봤어요. 학교 다닐 때 지구과학을 좋아했는데, 제가 날씨와 관련해서 기본적인 걸 많이 알고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기상캐스터 쪽에서는 제 밝은 에너지를 좋게 봐주셨죠.

#배혜지 기상캐스터 경력
2016년 4월~ 2017년 4월 KBS 광주방송총국 기상캐스터.
2017년 4월~ 6월 YTN 기상캐스터
2017년 6월~ 현재 KBS 기상캐스터


입사 3개월 만에 YTN을 떠나 KBS로 옮겼네요.

제 고향이 광주예요. 맨 처음 KBS 광주방송총국에 있을 때부터 회사 앞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면서 서울 상경을 목표로 했죠. YTN에 입사했는데, 애초 제가 원하던 KBS 공채가 뜬 거예요. 매년 있는 기회가 아니어서 과감하게 도전했죠.

입사 초기에 힘든 점은 뭐였나요.

사실 기뻤던 것 보다 한 달 동안은 늘 조마조마했어요. KBS엔 프롬프트가 없어요. 진짜 '쌩방'이죠. 그리고 날씨를 전하는 시간이 매번 바뀌었어요. 앞에 전해지는 뉴스에 따라 늘 유동적이었죠. 그걸 적응하는데 힘들었어요.

타 방송국 기상캐스터와의 차별화를 위해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요.

KBS는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예요. 타 방송국에서 KBS를 보고 정보를 얻기 때문에 그만큼의 경쟁력이 필요합니다. 입사 초기에 KBS가 파업했는데, 마냥 쉴 수는 없었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여름 기상 기사 자격증' '겨울 기상예보사 면허' 등을 취득했죠.

날씨할 때 입는 옷은 전부 본인겁니까.

KBS에 스타일리스트가 있어요. 몇 벌 씩 준비해 주면 그날 톤에 맞는 옷을 직접 골라요. 특히 저는 의상에 신경을 많이 써요. 예뻐 보이려고 하기보다 뉴스톤에 맞추려고 노력하죠. 강원도에 산불이 났을 때는 계속 검정 톤을 입었고, 선거 때는 특정 색깔 옷을 입지 않았죠.

기상캐스터로서 가장 힘든 건 뭔가요.
아무래도 날씨가 맞지 않을 때죠. 욕을 피할 수 없어요. SNS 댓글도 엄청나게 달리는데 그게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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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잘합니까. 새벽부터 출근하려면 술자리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완전 좋아하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제대로 마실 수가 없어요. 맞아요. 저는 늘 9시에 잡니다. 친구들이 매번 저만 빼고 만나죠. 그런데 5년 만에 기회가 왔어요. 이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하고, 새로 들어온 후배가 주말 뉴스를 하게 됐거든요. 주말에도 친구 만날 수 있습니다. 하하.

후배가 들어 왔으니 뉴스 시간대도 옮길 수 있지 않나요.

안 그래도 아침 방송 그만 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엔 날씨는 아침이 메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아직 욕심이 있어요. 체력이 닿는 한 계속해서 아침에 날씨를 전하고 싶습니다.

날씨보다 라디오 방송 때문에 알게 된 사람이 많아보입니다.

KBS에서 제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에요. 온전히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곳이죠. 팀 분위기도 너무 좋고, 청취자분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DJ인 조우종과의 케미가 좋아요. 어떤 선배인가요.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계예요. 하하하 농담입니다. 정말 따뜻한 분이에요. 조언도 많이 해주시죠. 무엇보다 진상 상사 연기를 너무 잘하세요. 연기만 하면 돌변해서 다른 사람이 됩니다. 드라마 작가님들 제발 조우종 선배 좀 섭외해 주세요.
배혜지 "미스트롯 통편' 아쉬움 '골때녀' 출연으로 달래고 싶어…흥 많은 기상캐스터가 꿈" [TEN스타필드]
#배혜지는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2'에 도전했다. 하트 12개를 받아야 하는데, 6개를 받아 탈락했다. 무엇보다 '통편집' 굴욕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미스트롯2'에는 어떻게 나간 겁니까.

원래 노래와 춤을 좋아해요. 그래도 프리랜서인데 날씨만 하면 아쉽잖아요. 주체할 수 없는 흥을 발산할 곳을 찾고 있었어요.

탈락은 그렇다 치고 통편집이 됐습니다.

오디션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무대까지 너무 재미있었어요. 예고편까지 나갔는데 통편집이 돼서 너무 아쉬웠죠. 기사까지 나가는 바람에 덕분에 라디오에선 좋은 소재가 됐습니다. 조우종 씨가 엄청나게 놀렸어요. 그래도 KBS에서 품어 주시더라고요. 이후에 '아침마당' '우리말 겨루기' 등에 나가서 한을 풀었습니다.

특별히 출연하고 싶은 예능 있나요.

대학교 때 풋살 선수였어요. '골 때리는 그녀들'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기상캐스터 팀이 생긴다면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싶습니다.

'골때녀' 출연자 중 누구와 실력이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까.

윤태진 아나운서의 악바리 근성 정도는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강슛을 노려볼게요.

예능 출연에 욕심을 갖고 있는 것 같군요.

그럼요.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더 쌓고 싶은데 쉽진 않아요. 소속사에 들어가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소속사와 접촉은 해 봤습니까.

몇군데서 제안이 왔어요. 하지만 소속사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가려면 제가 기상캐스터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없어요. 당장 기상캐스터를 포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솔직히 뉴스를 오래 하고 싶어요. 후회 없이 다 쏟아내고 싶거든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요.

더 열심히 해서 누구보다 전문성을 가진 기상캐스터로 불리고 싶습니다. 또 다양한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흥' 많은 배혜지로 기억되고 싶어요.
배혜지 "미스트롯 통편' 아쉬움 '골때녀' 출연으로 달래고 싶어…흥 많은 기상캐스터가 꿈" [TEN스타필드]

에필로그

'질투의 화신'이나 '기상청 사람들' 같은 드라마 보면 어때요? 공감되는 부분이 많죠.

이쪽에서 송강 씨 같은 분을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하하하.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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