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어쩌다 사장’ 시청률은 잡았지만…
힐링 있던 자리에 ‘분주함’만 가득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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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진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시즌2로 돌아온 ‘어쩌다 사장’의 정체성이 시청률을 따라 산으로 가고있다. 웃음과 케미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를 좇아 무리한 상황 설정을 하다 보니 답답함까지는 지우지 못했다.

'어쩌다 사장'은 배우 조인성, 차태현이 시골 가게를 운영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이전 시즌에선 두 사람을 메인으로 배우 박보영, 김재화, 윤경호, 신승환, 박병은, 남주혁, 윤시윤, 동현배, 조보아 등이 아르바이트생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막강한 출연진의 친근하고 소소한 모습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손님들과 살가운 토크에서 오가는 사는 얘기와 농담들, 두 초보 사장 차태현과 조인성이 어느새 프로 사장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 등은 시골 마을의 정취와 함께 따뜻한 웃음을 자아냈다.

시즌 1은 평균 4.1%의 시청률로 출발해 6.4%로 종영했다. 다소 아쉬운 시청률일 법도 하지만 유호진 PD에겐 tvN 이적 후 가장 큰 성적을 거둔 대표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동시에 두꺼운 마니아층 시청자를 확보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어쩌다 사장' 유호진 PD./사진=텐아시아DB
'어쩌다 사장' 유호진 PD./사진=텐아시아DB
지난 17일 ‘어쩌다 사장’ 시즌 2가 베일을 벗었다. 시즌 1에 비해 더욱 커진 재미와 힐링을 예고한 만큼, 기존 팬들의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기존의 프로그램 취지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오직 구성원 간의 케미와 웃음에맞 맞춰진 듯한 초점은 기존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안겼다.

앞서 유호진 PD는 "이번 시즌은 기존의 사람 사는 냄새는 그대로 살리면서 출연자들이 한 단계 더 난관을 겪게 된다"며 "사람들의 일상적인 표정과 인사, 감사, 살아가는 이야기는 최대한 따뜻하게 담아내서 '평범한 한국인의 삶을 마트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주려는 의도'는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진 배경 속에서 기존 모습과의 차이가 드러났다. 우선 슈퍼의 규모가 커지면서 프로그램의 큰 장점이었던 '여유'가 사라졌다. 기존에 운영하던 슈퍼보다 큰 것은 물론, 배달과 정육점 운영, 분식 판매까지 업그레이드된 것. 소소하고 정겨운 이야기를 기대하던 시청자는 이들의 바쁜 모습을 정신없이 지켜봐야 했다.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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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서 확장된 마트 운영엔 어려움이 따랐다. 마트를 찾는 주민들은 비워진 계산대 앞에서 계산하지 못해 줄을 이뤘다. 특히 전문성이 필요한 정육 판매대에서는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고기의 종류, 정확하지 않은 듯한 계산으로 조마조마한 상황을 만들었다. 이 마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편함 만큼 시청자에게도 불안함을 안겼다.

출연진은 그들대로 ’멘붕’이 왔다. 수많은 업무를 소화하기에 턱없이 적은 인력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마트 일을 완전히 숙지하지도 못한 상태. 조리와 서빙, 배달, 설거지까지 소화해야 하는 이들은 교육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실전에 투입된 것. 바쁜 가운데도 웃음과 여유가 공존하던 이전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고급 인력을 극한의 상황에 던져 ‘막 굴리는’ 구조는 시청률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이들이 허둥지둥하며 망가지는 모습과 그 안에서 꽃피는 멤버들간의 케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 ‘1박 2일’이나 ‘런닝맨’ 등 인기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도다.
배우 차태현(왼쪽부터), 조인성, 김혜수, 김우빈
배우 차태현(왼쪽부터), 조인성, 김혜수, 김우빈
더불어 이번 시즌 아르바이트생 라인업도 더욱더 화려해졌다. 김혜수, 김우빈, 이광수, 한효주, 이광수, 설현 등이 tvN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출연을 알렸다. 기존 시청자들이 사랑하던 '힐링' 감성은 희미해졌지만, 화려한 라인업과 스타들을 '막 굴리는' 예능 치트키가 만났으니 시청률은 따 놓은 당상이다.

지난 시즌, ‘검증된 캐스팅’이라는 다소 쉬운 방법을 택한 유 PD는 이번에도 안전한 길을 택했다. 그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으며 자신만의 색을 입혀왔던 그에게서 부진한 성적을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그의 다급함이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돼 시청자들도 함께 초조함을 느끼게 되는 상황은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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