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감스타, 모태범, 박승희, 이상화 인스타그램
사진=감스타, 모태범, 박승희, 이상화 인스타그램
이상화, 모태범, 박승희 등 감동적인 금빛 레이스로 환희를 안긴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해설자로 데뷔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더욱 친숙해진 올림픽 영웅들의 해설이 더해져 명승부를 관전하는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해설 무경험자들을 '인기'만 믿고 기용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이 되기도 했다.

과거 MBC는 아프리카TV에서 축구 중계로 인기를 끈 인터넷 방송인 감스트(본명 김인직)를 해설자 자리에 앉혔다가 낭패를 봤다. 당시 감스트는 온라인상에서 '피파 온라인3' 등 축구 게임부터 국내외 축구 경기까지 중계하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축구와 관련해 전문적인 지식은 부족했지만, TV에선 볼 수 없던 사이다 지적과 콩트를 곁들인 독특한 중계로 많은 팬을 보유했다.

방송 3사 중 MBC가 이 독특한 인물을 찜했다. 감스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MBC 소속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참여했고, 이후 '라디오스타' '진짜 사나이 300' 등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하며 'MBC의 아들'로 거듭났다.

이후 2019년 한국과 콜롬비아의 축구 평가전을 통해 첫 TV 해설자로 나서게 됐다. 감스트는 출장을 떠난 안정환을 대신해 객원 위원으로 참여, MBC 김정근 아나운서, 서형욱 해설위원과 함께 중계했다. 감스트는 이를 발판으로, 지상파 해설위원 자리에서 고정으로 활약할 수도 있었다.

애초 감스트가 해설자로 나선다는 소식에 "개인 인터넷 방송 채널과 지상파 해설은 다르다"라며 우려 섞인 말이 많았다. MBC도 이를 인지했지만, 시청률을 위해 과감하게 그를 투입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감스트는 인터넷상에서는 크게 문제 되지 않던 갈라지는 목소리부터 지적을 받았다. 또 그의 솔직한 멘트가 인터넷상에서는 사이다였지만 지상파 방송에서는 경솔하다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교체 투입되는 나성호 선수를 향해 "나상호가 투입된다고 도움 될 것 같지 않다"라며 마치 시청자끼리 이야기 하듯 내던져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콜롬비아인을 비하하는 듯한 해설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기가 끝난 후 감스트는 "중계 5일 전에 방송국에서 전화 받았을 때 안 하겠다고 했다. '특유의 재미를 살려서 잘해달라'는 말에 욕심이 났다. 밤새 준비하고 연습했는데 막상 하려니 긴장됐다"라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제 중계나 해설은 인터넷 방송에서만 해야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감스트가 해설위원으로 참여한 축구경기 시청률은 14.2%로 상당히 높은 기록을 남겼다. 당시 MBC 전체 프로그램 중에서 유일하게 10%를 넘긴 방송이었다. '인기'를 내세운 MBC의 전략은 득이 됐지만, 정작 감스트 자신의 커리어엔 독이 됐다.

이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감스트 악몽'을 떠올리게 한순간이 있었다.

지난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따낸 스피드스케이팅 여제 이상화는 KBS 해설위원으로 나섰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동계올림픽 방송단 기자간담회'에서 "은퇴 후 처음 해설을 맡게 됐다"라며 "올림픽 첫 출전과 매우 비슷한 것 같다. 처음이라 잘 하려다 실수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고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잘 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TEN피플] 이상화 반말, 모태범 유행어 투척 '험난한 해설 데뷔전'…'감스트 악몽' 이제 그만
이상화는 올림픽 영웅인 동시에 방송인 강남의 아내로, 그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대중에게 친숙함을 더했다. 이에 그의 해설에 관심이 더욱 높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이상화는 삐끗했다. 평소 솔직하고 시크한 성격이 해설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면서, 일부 시청자들에게 불쾌함을 안겼다. 지난 12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결승전에서 제대로 터졌다. 이상화는 차민규 선수가 나선 결승 경기에서 "오오! 잘 보여! 차분하게, 차분하게, 차분하게 좋아! 올려야지! 끝까지 끝까지 끝까지 오오"라며 선수에게 말하듯 멘트를 던졌다.

경기가 끝난 이후 최종 기록이 발표되기 전에는 "뭐야, 뭐야?"라고 말하다가, 차민규의 은메달이 확정되자 "이야 은메달 잘했다. 잘했다. 와 이럴 수가 있나"라며 계속 반말을 퍼부었다.

급기야 차민규가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도는 순간에는 "야, 야, 여기! 야 여기 봐"라고 소리쳤다. 보다 못한 이광용 캐스터가 "방송에서 그러시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화는 멈추지 않았다. 차민규가 시상대에 올랐을 때도 "와 이럴 수가 있나. 야, 야, 여기! 민규 짱"이라고 소리 쳤다. 방송이 끝날 무렵에야 정신이 들었는지 이상화는 "너무 흥분했다"며 사과했다.

이러한 이상화의 해설에 시청자의 혹평이 쏟아졌다. "이상화 방구석 해설하나" "그게 해설이냐 그냥 응원이지" "혼자 개인 방송하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직접 경기에 나서 본 이상화 선수의 기분이 이해가 간다" "후배들을 좋아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며 공감하는 의견도 있었다.

누구보다 객관적이어야 하는 해설의원이 '반말'을 섞어가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행동이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세운 것이 문제가 됐지만, 해설위원으로서 전문성은 놓치지 않았다.

차민규 경기 이후 각성한 듯 이상화는 지난 19일 열린 매스스타트 결승전 경기에선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상화는 선수들끼리 부딪쳐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이를 미리 알아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답게 예리한 지적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모태범은 MBC 해설위원으로 나서 큰 문제 없이 일정을 소화했다. JTBC '뭉쳐야 찬다'부터 최근 MBC '구해줘 홈즈'까지 예능에 출연하며 친근함을 더한 그는 자신이 방송에서 써먹었던 유행어 "이겨내" "가애 돼"를 쏟아내며 재미를 더했다.

또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전 쇼트트랙 선수 박승희는 SBS 해설위원으로 나서 합격점을 받았다. 박승희 역시 인기 예능 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하며 친근함이 높아진 상황, 배성재와의 티키타카에도 많은 기대가 쏠렸다. 박승희는 남자 쇼트트랙 경기에서 편파 판정이 나왔을 때 분노를 조절하고 차분하게 해설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또한 선수들이 값진 성과를 얻었을 때 함께 울고 웃고 위로하며 공감을 이끌었다. 아울러 자신의 경험을 적절하게 버무리며 시청자들에게 생생함을 안겼다.
MBC '아육대' 해설에 나선 감스트./
MBC '아육대' 해설에 나선 감스트./
방송 3사는 올림픽, 월드컵 등 큰 국제 경기가 있을 때마다 기본적으로 '인기'를 염두에 두고 해설위원을 내세웠다. 이는 곧 객관성과 전문성을 약화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때에 따라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쳐 '이상화 반말 해설' 같은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헛둘 헛둘"을 외치는 제갈성렬이나 "이겨내"라고 유행어를 투척하는 모대범처럼 유쾌하고 어렵지 않은 해설이 경기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는 의견도 많다.

해설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좋다. 다만 '감스트 악몽'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해설에 나서는 당사자도 더욱 철저한 준비와 혹시 모를 방송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방송사들도 시청률에만 눈이 멀어 지르고 보겠다는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 조금 더 신중하게 해설자를 발탁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