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BJ통신≫

“170cm 이하 남성, 솔직히 인권 없다”
日 여성 프로 게이머 발언에 온라인 ‘발칵’
사과 했으나, 결국 소속팀 ‘계약 해지’
사진=KBS2 방송 화면 캡처, 일본 유명 게이머 다누카나.
사진=KBS2 방송 화면 캡처, 일본 유명 게이머 다누카나.
≪서예진의 BJ통신≫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BJ, 유튜버, SNS스타 등 인플루언서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최근 방송과 유튜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연예인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전반적인 온라인 스타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키 170cm 미만 남성은 인권이 없다.”

일본판 ‘루저녀’가 등장했다. 13년 전 홍대에 다니는 한 여학생이 국내 방송에 출연해 “남성의 키는 경쟁력. 키 180cm 미만인 남자는 루저”라고 말했다. 이는 두고두고 회자되며 희대의 망언으로 기억되고 있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이들을 받아들이기엔 대중의 문화적 인식 수준이 너무도 높아졌다.

일본 유명 여성 게이머 다누카나(본명 다니카나.30)는 소속팀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했다. 18일(현지 시간) 일본 아사히TV에 따르면 다누카나는 지난 15일 온라인 생중계 방송 중 음식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다 겪었던 일화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다누카나는 자신에게 연락처를 물어본 배달원의 작은 키를 두고 조롱했다. 그는 "남자의 키가 170cm가 안 되면 솔직히 인권이 없다. 170cm가 안 되는 분은 '나는 인권이 없다'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라. 사지 연장술도 고려해보라"고 말했다.

그의 망언에 일본은 발칵 뒤집혔다. 비난 여론이 폭주하자 다누카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두 차례나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이기적인 발언으로 불쾌감을 드리고 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나의 발언은 절대 용서되지 않는 것이며 제 인식이 잘못된 탓으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프로게이머 다누카나. /사진=SNS, 라이브 방송 화면 캡처
일본 프로게이머 다누카나. /사진=SNS, 라이브 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싸늘하게 식은 여론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았다. 다누카나의 공식 스폰서 레드불은 홈페이지 선수 페이지에서 그를 삭제했다. 소속사 또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13년 전, 국내에서는 한 여대생의 ‘루저’ 발언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홍대의 퀸카’라는 한 여대생이 키가 작다는 이유를 앞세워 불특정 다수의 남성을 ‘루저’라 칭하며 패배자로 낙인찍는 듯한 발언을 한 것. 이는 모욕과 불쾌감을 주는 하나의 폭력으로 인식됐고, 누리꾼들은 저급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의 발언을 했던 ‘홍대녀’는 이후 자신의 개인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남자들 키에 대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 너무나 죄송하다”고 전하며 “’루저’라는 단어는 대본에 적혀있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루저 발언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반박해 더욱더 빈축을 샀다.

‘루저’ 발언에 대한 파문은 일파만파 커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홍대녀’의 신상을 밝히는 데 혈안이 됐고, 온라인에서는 해당 발언을 그대로 노출한 프로그램을 상대로 한 불매 운동이 펼쳐졌다. 시사 방송에선 ‘루저’를 토론회 주제로 다루기도 했다. 결국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전원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사진=KBS2 방송 화면 캡처
사진=KBS2 방송 화면 캡처
외모 비하는 질 나쁜 폭언으로 인식된다. 상대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성희롱적인 요소를 섞어 농담이나 개그 소재에 사용하던 시절은 잊힌 지 오래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이를 멀리하는 분위기. 미의 기준을 오직 외모로만 가르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더는 통하지 않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인식한 방송가에선 신중한 검토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일반인이 주를 이루는 1인 미디어상에선 연일 사고가 쏟아진다. 이들은 전문 방송인이 아닐뿐더러, 대게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높은 수준에 걸맞은 성숙함을 갖추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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