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 로운이 “이제는 멈춰야 할 때”라며, 박은빈의 눈물을 애써 외면하고 돌아섰다.
지난 6일 방영된 KBS 2TV 월화드라마 ‘연모’ 17회에서 이휘(박은빈 분)와 정지운(로운 분)에 관한 추문이 궐내에 퍼졌다. “사내들끼리 사사로이 만난다”, “주군과 신하 그 이상이다”, “전하가 남색이다”라며 여기저기서 쑤군댔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자, 김상궁(백현주 분)은 휘에게 “정주서와의 만남을 삼가라”고 청했고, 도승지(김인권 분)는 “더는 전하께 다가가선 안 된다”고 지운을 막아섰다. 심지어 대비(이일화 분) 마저 “(지운을) 적당히 정리해서 내보내라”고 주의를 줬다.
휘가 여자라는 원산군(김택 분)의 의혹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오랜만에 입궐한 그는 창운군(김서하 분)의 급습을 숨기고 조용한 궁의 분위기를 살폈고, 이를 비밀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현(남현수 분)은 “생각보다 일이 더 잘 풀릴 것 같다”며 비릿한 미소를 띄우는 형을 보며 불안을 감지했다. 그 사이, 창운군은 제 버릇 개 주지 못하고 기방에서 잔뜩 취해 “쌍생이 뒤바뀌어, 이 나라 왕이 계집이다”라는 입에 담아선 안 될 말을 퍼뜨렸다.
결국 해괴한 소문은 물론이고 창운군이 살아있다는 사실까지 한기재의 귀에 들어갔다. 그는 정석조(배수빈 분)에게 창운군에 대해 알아보라 지시했고, 이어 “자네를 믿고 (지운에게) 그 자리를 준 것이니 실망시키지 말라”고 압박했다. 정석조는 먼저 창운군의 입을 막아야 했다. 자신을 한기재에게 데려가면 전하가 계집이란 사실을 다 설명하겠다며 살려달라 무릎을 꿇은 그를 저승길에 묻었다.
또한, 대사헌 신영수(박원상 분)를 찾아가, 그의 여식 신소은(배윤경 분)과의 의혼을 청했다. “혼인을 정치적 도구로 쓰고 싶지 않다”고 선을 긋는 신영수에겐 “궐에 돌고 있는 아들과 관련된 터무니 없는 소문을 묻고 싶다”는 목적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소은은 “(지운이) 세자빈 자리를 포기해도 좋다 생각할 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며 아버지에게 “혼인을 시켜달라” 청했다.
궐내 추문에 한껏 예민해진 중전 노하경(정채연 분)으로부터 “전하를 향한 마음이 충심이라면, 스스로 궐을 나가달라”는 간절한 부탁까지 받자, 지운은 고민이 깊어졌다. 그럼에도 자신도 모르게 신영수 집안과 납폐서(신랑측에서 신부측으로 보내는 예물과 혼서)가 오가자, 혼례를 거부했다. 이에 아버지 정석조가 나섰다. “전하가 여인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더 이상 이 비밀을 묻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왕이 여인인데 역모도 아니라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휘를 죽일 수도 있다고 강력하게 못 박았다.
아버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지운은 혹여 자신 때문에 휘를 잃을까 두려움에 휩싸였다. 결국 휘를 찾아가 “혼례를 올릴 것”이라며, “전하를 잃지 않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여태껏 어떤 고비도 함께 감당했던 그에게 분명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여기서 멈춰야 할 것 같다”며 인사를 올리고 돌아서는 지운에게 휘는 “나는 아직 멈추라 한 적 없다. 서거라”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슬픈 어명을 내렸다. 애써 휘의 눈물을 외면한 지운의 마음도 찢어지는 듯했다. 휘를 지키려 정략 결혼을 택한 지운의 아픈 엔딩이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별을 택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을 그린 이날 방송의 시청률은 8.4%를 나타내며, 월화드라마 부동의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편 ‘연모’ 18회는 7일 오후 9시30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
유정민 텐아시아 기자 hera2021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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