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대장' (사진=방송 화면 캡처)
'풍류대장' (사진=방송 화면 캡처)



‘풍류대장’이 엇갈린 희비 속 레전드 무대와 감동을 쏟아낸 가운데, 송가인이 국악인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지난 23일 방송된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이하 ‘풍류대장’) 8회는 살 떨리는 3라운드 경연의 끝자락에 눈물바다가 펼쳐졌다. 이미 국악계를 씹어먹은 최강자인데도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경연에 나선 소리꾼들.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라는 그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면서 감동의 무대를 안겼다.


첫 번째 조부터 눈물샘을 자극했다. 폭풍 성량의 RC9(얼씨구)와 폭풍 고음의 김주리는 박효신의 ‘야생화’를 열창했다. 무대에 앞서 긴장감에 눈물을 터뜨린 RC9의 보컬 차혜지, 그런 차혜지에게 용기를 불어넣으며 무대를 이어간 김주리. 두 사람의 환상적인 호흡은 감동 그 자체였다. 더욱이 소리를 하며 힘겨웠던 지난날을 담은 자전적인 내레이션은 울컥하게 만들었다. “모진 추위를 뚫고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계속 노래하겠다”라는 이들의 다짐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국악인의 애환에 공감하고 국악을 알리는데 앞장섰던 송가인. 그는 차혜지와 김주리의 구두에 주목했다. 뱃심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소리꾼들이 구두를 신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하며 크로스오버 무대를 위해 노력하는 국악인들을 격려했다. 이어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서 친구들이 힘들게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라면서 “이미 잘하고 있는 국악인들이 국악을 알아달라고 하지 않아도 국악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국악인들의 현실에 공감하며 눈물을 보였다.


억스(AUX)&김준수는 창작곡 ‘품바’로 박수와 함성을 유도하는 무대를 만들었다. 아이돌 못지않은 화려한 댄스 무대가 곁들여지며 흥이 가득했다. 이적은 “이 무대를 역사에 남기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큰일을 했다”라고 극찬했다. 김종진은 “체급이 다르다”라고 놀라워 했다. ‘최저점 저승사자’ 박칼린마저 너무 잘한다는 칭찬을 남겼다. 오단해&누모리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주제곡인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를 판소리와 뮤지컬을 파워풀하게 재해석했다.


억스&김준수가 800점 만점에 789점, 3라운드 최고점을 받으며 톱10이 됐다. 이는 앞서 극찬을 받은 서도밴드&이윤아, 해음&최예림을 제친 결과다. 특히 억스는 3회 연속 톱10에 오르며 강력한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RC9&김주리가 768점을 받아 4라운드 진출, 오단해&누모리가 754점을 받아 탈락했다. 성시경은 “다음 무대가 보고 싶다”라면서 와일드카드로 누모리를 구제했다.


함께 경쟁하는 사이지만 동시에 누구보다도 서로를 응원하는 소리꾼들의 우정이 감동을 안겼다. 누모리의 기타리스트 정준석은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올라갔다는 것보단 오단해가 떨어졌다는 게 머릿속에 박혀 슬프다”라고 미안해 했다. 오단해는 “강력한 소리꾼인 내가 떨어졌으니 톱3 안에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누모리를 응원했다.


다음 조에서는 정가와 정가의 만남인 잔향&도시가 (여자)아이들의 ‘화’를 몽환적으로 해석했다. 박칼린은 “이 팀에서 나오는 많은 곡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 음반 사겠다”라고 칭찬했다. 강태관&장서윤은 송창식의 ‘고래사냥’으로 사물놀이 한마당을 꾸몄다. 흥겨운 꽹과리 소리가 압도적으로 울리고, 상모 돌리기가 펼쳐지는 신명나는 무대를 만들었다.


청아한 여자 정가 최여완과 성량이 큰 남자 판소리 신동재는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화음을 맞추는 게 어려워 경연 당일에서야 완성된 장필순과 김현철의 듀엣곡 ‘잊지 말기로 해’ 무대. 조선시대 평민이 즐겼던 판소리, 양반이 즐겼던 정가, 향유 계층이 달랐던 국악의 두 장르가 세월이 흘러 지금 이 시대 ‘풍류대장’에서 만났다. 신동재와 최여완은 신분 차이를 극복한 사랑을 주제로 담으며 의미 있는 국악 장르간의 결합을 이뤄냈다.


압도적인 성량의 신동재가 소리를 줄이며 최여완이 빛날 수 있게 배려해주며 감동적인 듀엣 무대가 탄생했다. 이적은 “세상에 어떻게...”라면서 심사를 중단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잘 담겨 있어 울컥했다는 이적. 그는 “교수님들이 사회적인 맥락이 예술에 담겨 있다고 어려운 말을 하시면 그런가 보다 하지 않나. 그런데 백마디 말이 필요 없이 그 점이 전달이 됐다”라고 극찬했다.


경연 결과를 지켜보던 최재구가 “짜라고 해도 이렇게 못 짠다”라고 놀라워 할 정도로 세 팀 모두 1점차의 살얼음판 승부였다. 강태관&장서윤이 764점을 받으며 톱10이 됐고 763점을 받은 최여완&신동재가 4라운드에 진출했다. 762점을 받은 도시&잔향이 탈락했다. 우영은 “도시 팀이 밴드로서 중심을 잡아줬다”라면서 와일드카드를 써서 도시를 4라운드에 올렸다. 함께 고생한 팀이 떨어진 점이 미안해서 눈물을 쏟는 도시, 그런 도시를 격려하는 잔향의 우정이 다시 한 번 울컥하게 했다.


3라운드에 진출한 33팀 중 23팀만이 살아남았다. 해음, 최예림, 이상, 고영열, 서도밴드, 이윤아, 강태관, 장서윤, 억스, 김준수가 3라운드 톱10이 됐다. 특히 이상, 서도밴드, 억스는 3회 연속 톱10이 됐다. 4라운드는 심사위원들의 회의를 통해 1대 1 라이벌 매치가 펼쳐진다. 톱10만이 라이벌 매치 상대를 사전에 알 수 있어 전략 분석이 가능하다. 톱10이 아닌 소리꾼들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상대를 알지 못한다.


사생결단 라이벌 매치의 첫 번째 대결은 톱10 이상과 누모리였다. 풍물밴드 최강자들의 맞대결은 흥미를 자극했다. 누모리는 홍서범의 ‘김삿갓’을 특유의 사이키델릭에 힙합과 사물놀이까지 섞어 흥겨운 무대로 727점을 받았다. 이상은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을 화려한 풍물 퍼포먼스를 더해 신명나는 무대를 꾸며 761점을 받아 톱10을 수성했다. 이상은 4연속 톱10이 됐고, 누모리는 안타깝게 탈락했다.


4라운드 두 번째 경연은 톱10 해음과 소리꾼 온도가 맞붙었다. 해음은 박정현, 김연아, 정재일의 ‘대한이 살아있다’로 감동을 안겼다. 7인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북두칠성으로 표현해 울림을 선사했다. 원곡자인 박정현은 “해음의 무대가 점점 좋아진다”라면서 “무대마다 발전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또한 원곡에 없던 간주에 다이내믹한 연주를 넣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성시경도 해음의 보컬 구민지에 대해 “안정적이고 어마어마한 우승 후보라고 느끼게 한 무대였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에 맞선 온도가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가운데 9회 예고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크로스오버 무대에 혼란에 빠진 심사위원들의 모습이 담겼다.


한편 매운맛 사생결단 라이벌 매치가 흥미를 자극할 ‘풍류대장’ 9회는 오는 30일 오후 9시에 JTBC에서 방송된다.


신지원 텐아시아 기자 abocat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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