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어서 10년 간 '종훈이'로 살아
성동일이 전한 인생 이야기
사진=KBS2TV '대화의 희열3'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TV '대화의 희열3' 방송화면 캡처
성동일이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22일 방송된 KBS2TV '대화의 희열3'에서는 성동일이 게스트로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유희열은 "연극까지 합하면 40년, 한평생 연기하신 분"이라며 성동일을 소개했다. 성동일은 어린 시절 장래희망에 대해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짧게 대답한 뒤 "집에서 나가 홀로 살아보는 게 유일한 꿈이었다"고 말했다.

유희열이 "어린 시절에 이름이 없었다고 하던데"라고 묻자 성동일은 "어린 시절 호적에도 오르지 않아 초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했다. 10살이 되어서야 이름을 찾았다"며 "아버지 를 본 적도 없었다. 동네 어른들이 나를 종훈이라고 불렀다"며 '종훈'이로 살았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이어 "어머니에게 학교를 보내 달라고 했더니 호적을 만들고, 헤어졌던 아버지를 수소문 했다"며 "어느날 '네 아버지라고 해'라면서 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그날 부모님이 재결합해서 호적에도 올렸고 학교를 다녔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를 원망하기 보다 오히려 나 때문에 두 분의 악연이 이어졌을까 싶었다"고 말해 모두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성동일은 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에도 가난한 형편 때문에 수학여행에 가는 것 조차 집에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날은 어머니가 사고싶은 거 고르라고 하면서 돈가스 먹자는 걸 그냥 국밥을 먹겠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어떻게 너흴 두고 가겠냐'고 하셨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홀로 마지막을 준비하셨던 것"이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연기자의 길을 걷게된 계기에 대해 성동일은 "우연히 대학로에 갔다가 연극하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연극을 왜 하냐'고 물었더니 그냥 좋아서 한다고 하더라"며 "난 지금까지 내가 좋아서 해본 일이 한 번도 없어서 그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생겨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버지조차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란 놈한테 관심을 가져주네'라고 처음 느꼈다"며 "내 대사와 움직임에 웃고, 울어주는 모습에 ‘이거 돈 없어도 되는 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1991년 성동일은 故최진영의 권유로 SBS 방송국 개국 시험에 응해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유희열은 "MBC에 장동건, KBS에 이병헌, SBS엔 성동일이었다"며 "3사 대표 미소년 트로이카로 유망주였다"고 성동일을 띄웠다.

하지만 데뷔하자마자 첫 주인공을 맡은 성동일은 갑자기 사라졌다. 유희열이 이유를 묻자 성동일은 "그 당시 연기 못하면 배역이 죽었다"고 의외로 간단한(?) 이유를 밝혔다.

첫 드라마 이후 섭외가 끊긴 성동일은 친하게 지내던 조감독으로부터 3회짜리 단역으로 드라마 '빨간양말'의 양정팔 캐릭터를 제안 받게 됐다. 그는 이 작품으로 대박이 터졌고, 여러 광고도 찍게 됐다. 이후 드라마 '추노'와 '응답하라' 시리즈 등으로 '대배우' 반열에 올랐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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