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2' 제작진, 오역 논란에 침묵
과거 '삼시세끼' 산불 대처와는 달라
그간 쌓아온 시청자 신뢰 잃을까
과거 '삼시세끼' 산불 대처와는 달라
그간 쌓아온 시청자 신뢰 잃을까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가 3년 만에 자막 오역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가운데, 제작진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연출을 맡았던 나영석 PD의 또 다른 연출작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보여준 대처법과는 다른 양상이다.
2018년 방송된 '윤식당2'는 배우 윤여정을 비롯해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이 해외에서 작은 한식당을 차리고 가게를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손님 접대에 서툰 배우들의 모습과 한식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이 펼쳐지면서 방영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작진이 오역을 한 정황이 포착돼 뒤늦게 비난을 받고 있다. 제작진이 동양인 차별적인 발언을 외모 칭찬으로 조작했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당시 한 시청자는 '윤식당2'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8회 오역. 차별주의적인 발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독일에 거주 중이라는 이 시청자는 "8회 저녁 장사 중 오역과 차별주의적인 발언이 섞여있어 바로잡고자 글을 남긴다"며 장문의 글을 시작했다.
시청자는 독일 여성 손님의 발언을 예로 들었다. 그는 "'윤식당' 번역팀에서는 '이 팬케이크는 정말 잘 만들었다'고 번역했다"며 "정확한 번역은 '이 팬케이트 또한 별로 잘하지 못해' 조금 자연스럽게 의역하자면 '이 사람들 팬케이크도 잘 못해'라고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스트리아 남성이 이서진과 박서준에게 한 발언을 꼬집었다. 그는 "'여기 잘생긴 한국남자가 있네'라고 번역했지만 정확한 해석은 '여기 두 명의 동성애자 한국인 남성이 있네'라는 뜻으로 차별주의적이고 전혀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몇 번 나오지 않는 독일어에서 너무나 많은 오역을 보니 다른 번역들에서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더군다나 차별주의적 발언을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하니, 그 의도가 모든 해석을 긍정적으로 해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번역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하지만 이 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티빙 다시보기에서 조용히 삭제했다.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최근 유튜브 채널에 해당 장면의 클립 영상이 다시 올라오면서부터다. 다시금 오역에 대한 비난이 터져나왔지만, 제작진은 다시 별다른 입장문 없이 영상을 내렸다. 나영석 PD가 2020년 방송된 '삼시세끼 어촌편5' 산불 논란에 대해 발빠르게 사과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나 PD는 방송 마지막 회에서 방송 촬영 전 죽굴도에서 발생한 화재사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촬영을 준비할 때 섬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외부 업체를 불러서 청소를 하다가 그 분들이 산에 불을 낸 적이 한 번 있었다"며 "굉장히 큰 사건이었고, 관리 감독의 책임은 우리한테 있으니까 가능하면 우리 힘으로 복원을 해드리는 게 당연한 수순일 것 같아서 최선을 다해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자연을 다시 한번 살려 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자연을 완벽하게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고 산림 복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안을 나 PD가 먼저 나서서 사과하자 많은 이들은 응원을 보냈다.
대중들은 '윤식당2' 오역 논란에 대해 나PD가 뜻을 나타내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적극적인 소통으로 시청자들과 두터운 신뢰를 쌓아온 제작진의 입장 표명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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