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파트너스 이지수 수석팀장
영화 '디바'·'오케이 마담' 투자
"여성 주축 프로젝트, 도전할 가치 느껴"
"엄정화, 계약도 전에 액션 연습하는 열정에 감탄"
영화 '디바'·'오케이 마담' 투자
"여성 주축 프로젝트, 도전할 가치 느껴"
"엄정화, 계약도 전에 액션 연습하는 열정에 감탄"
배우 엄정화를 톱으로 내세운 영화 '오케이 마담'은 지난 여름 주요 개봉작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이 주인공이었다. 영화 ‘디바’는 배우 신민아, 이유영을 주축으로 다이빙 1인자를 향한 경쟁심과 질투의 감정을 긴장감 있게 풀어낸 훌륭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 두 작품의 투자를 담당한 한국투자파트너스 이지수 수석팀장 역시 여성이다. 이 일을 한 지는 7년째로, 부분 투자가 아닌 단독 메인 투자에 나선 작품은 '오케이 마담'과 '디바'가 처음. '디바'의 경우 기존과 '동어 반복' 같지 않은 영화, 배우부터 스태프, 제작자까지 여성 영화인들이 뭉친 영화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영화인과 비영화인의 사이, 투자자와 관객이라는 역할 사이에 서 있는 이지수 수석팀장. 투자자로서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시선과, 영화 마니아로서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진 그와 두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10. 두 작품 모두 영화사 올에서 제작했어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영화사 올의 김윤미 대표님을 이전에는 몰랐어요. 물론 거기서 제작한 '날, 보러와요'는 봤었죠. 저희 회사 동료 분이 투자 제안이 있다면서 김 대표님을 소개해줬어요. 그때 '디바'를 먼저 만났죠. 우리가 극장에 가서 왜 영화를 봐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있었는데 굉장히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다이빙신으로 얼마나 영화적 체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인가에 기대치가 컸고, 배우 신민아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신민아는 언제까지 '러블리 신민아'인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기회가 없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게다가 조슬예 감독님부터 시작해서 제작자, 스태프, 배우 등 이렇게 여성 중심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없잖아요. 다들 경험치도 있고 이 정도 구성이면 해볼 만하다 싶었죠.
10. '오케이 마담'은요?
'디바' 촬영 중이던 2018년 여름에 시나리오를 받았던 것 같아요. 엄정화 씨에 대한 믿음은 당연했는데 '디바'도 아직 안 끝났는데 할 수 있겠나 그런 얘길 했었죠. 그런데 마침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님이 좋게 봐주면서 제작과 캐스팅을 맡게 됐고, 저희는 저력 있는 톱 제작사니까 해볼 만하다 생각했죠. '디바'와는 또 다르게 타깃이 좀 더 넓은 대중 친화적 작품으로 해보자 했어요. 10. '디바' 시나리오를 들고 왔던 김 대표님과는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나요?
다이빙 장면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그리고 신민아 씨가 어디까지 할 수 있다고 얘기했나, 그런 포인트들이 있었어요. 사실 여배우가 수영복을 입는다는 게 민감할 수 있는데 그것도 '오케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우리는 그걸로 화제를 만들지는 않되, 서늘하고 예쁜 느낌으로 찍자고 했죠.
10. '디바'처럼 여성 위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느낌은 어땠나요?
저는 주로 김윤미 대표님이나 홍보사인 플래닛 김종애 대표님과 소통했어요. 업력이 있는 여자대표님들과 하면 클리어해서 좋죠. 하하. '된다 안 된다'가 확실해요.
10. 김윤미 대표의 어떤 부분에서 신뢰감을 얻었나요?
제작하는 분들 중에 배급 업무를 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 많지는 않아요. 게다가 김 대표님은 파이팅이 넘치죠. 그래서 믿음이 가요. 일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생기는데 김 대표님은 그럴 때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고 책임을 미루지 않을 분이라고 생각했죠.
10. 촬영 현장은 어땠나요?
'디바'는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이유영 씨도 중간에 잠깐 부상을 당했고 신민아 씨도 물에 계속 떨어지고 빠지고…. 거기에 감정적으로도 휘몰아쳤으니 힘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해 여름이 너무 더웠는데 아무리 수영장이라지만 정말 모두가 녹아내리는 느낌이었어요. 고생해서 찍고 마무리해서 개봉까지 이르렀는데 코로나가 와서 안타까워요. '오케이 마담'은 신나게 찍은 프로젝트였어요. 부산에 만들어놓은 비행기 세트에서 내내 찍으면서 거의 기숙사 학교처럼 지냈죠. 비행기 신이 대부분이니까 단역배우들의 출연, 동선까지도 상당히 신경 써야 하다 보니 늘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게 돼 친해져서 즐거웠어요. 그런 케미가 영화에도 담겼죠. 10. '디바'의 경우 고생한 데 비해 극장에서 수치적으로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이 큰 탓인데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그렇죠. 그래도 남 탓하진 않고 그때 그렇게 했어야 했나 저렇게 했어야 했나 여러 가지로 반성했어요. 코로나 이후의 시장은 예측하기도 힘들고 장기화될 거 같아서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고민이 크죠.
10. 작품으로만 보자면 '신민아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큼 신민아 씨의 연기와 감정 표현이 훌륭했어요. 직접 영화를 보니 어땠나요?
실물도 예쁜데 화면에서도 너무 예쁘더라고요. 하하. 중간 중간 편집본을 확인하면서도 큰 화면으로 볼 일이 있었는데 여자인 제가 봐도 예뻤어요. 연기 생활 초반엔 본인에게 '예쁨'이 득이 됐지만 오히려 나중엔 해가 된 거 같아요. 예쁨 안에서도 변주를 주면서 다양한 표정을 끌어낼 수 있는 배우인데 말이죠. 저는 '본인이 원하면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작품하면서 서로 인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여신 이미지가 있으면서도 스마트했고 깊은 인사이트가 느껴졌어요. 밖에서 포장해준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죠. 그 순간 아주 믿음이 갔어요.
10. 엄정화 씨는 '오케이 마담'으로 액션에 처음 도전했잖아요.
엄정화 씨는 계약하기도 전에 액션 연습에 들어가는 열정을 보였죠. 엄정화 씨가 액션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평소 춤 실력도 뛰어나고 운동으로 자기관리도 열심히 하시니까 전혀 걱정하지 않았죠. 10. 두 작품 모두 여성이 주축이 되잖아요. '오케이 마담'은 좀 더 대중적이라면 '디바'는 좀 더 마니아적이라는 차이는 있지만요. 꽤 많은 이들에게 '페미니즘' 같은 단어가 부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해요. 그런 측면에서 여성들이 주축이 되는 작품에 투자를 결정할 때 우려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관객마다 (그런 단어들에 대해) 평가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전 부정적으로 느끼진 않아요. 또 이번 작품들에 우리가 처음부터 그 정도까지 의도하며 만들진 않았죠. 굳이 피하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그 테두리 안에서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영화 개봉 후 일반 관객들의 평을 살펴보면서 일부 남성 관객들이 내 생각보단 공감 포인트가 적구나 싶기도 했어요. '디바'에서 이규형 씨가 연기한 캐릭터가 너무 도구적으로 쓰인 게 아니냐는 비판도 많던데 사실 지금까지 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도구적으로 쓰였을 때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거든요. 제 예상보다 젠더 갭이란 게 확실히 있구나 싶기도 했죠.
10. 남성 캐릭터 위주의 작품과 여성 캐릭터 위주의 작품에 특징이 있다면 뭘까요?
주인공이 맡을 수 있는 직업군이나 연령대의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사실 캐릭터 자체의 퍼스널리티보다는 여자주인공이 원톱이나 투톱인 작품 자체가 많지 않아요. 소위 티켓 파워 있다고 꼽히는 여자 배우들의 풀도 적고 맡을 수 있는 역할도 적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늘어나는 추세에요. 그래서 재밌는 시도들이 더 나올 거라 예상해요.
10. 의미 있거나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작품과 투자자로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작품, 이 두 가지 선택에서 오는 갈등도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취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하. 그래도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에요. 거기에 감독, 배우, 제작사, 배급사도 고려하고요. 10. '디바'와 '오케이 마담'은 모두 코로나의 영향을 크게 받았어요. 그런데 두 작품의 수치적 성과를 '여성 캐릭터였기 때문에'와 같은 이유를 대며, 추후 이 같은 작품이 나왔을 때 '여성 캐릭터라서'와 같은 이유로 투자·배급에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요?
그렇진 않을 거 같아요. 하지만 지금 업계 전체가 코로나 때문에 영화 투자 자체에 보수적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해봐야겠죠.
10.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도 싶은 여성 영화인이 있나요?
너무 많네요. 하하. 신민아 씨와의 작업은 소원성취했고. 음…. 20대 초반의 라이징 여배우들과 일 해보고 싶어요. 20대 초반 여배우들이 초반에 이름을 알린 후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가 그 또래 남자배우들보다 적은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탈락되고 좌절하고 어려움을 겪는 여배우들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그들과 일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영화계 전체 인력 풀 자체도 더 넓어지겠죠. 코로나 이후에도 K-콘텐츠를 가져가려면 이를 받쳐주는 인력 풀이 무너지지 않아야겠죠.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10. 두 작품 모두 영화사 올에서 제작했어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영화사 올의 김윤미 대표님을 이전에는 몰랐어요. 물론 거기서 제작한 '날, 보러와요'는 봤었죠. 저희 회사 동료 분이 투자 제안이 있다면서 김 대표님을 소개해줬어요. 그때 '디바'를 먼저 만났죠. 우리가 극장에 가서 왜 영화를 봐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있었는데 굉장히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다이빙신으로 얼마나 영화적 체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인가에 기대치가 컸고, 배우 신민아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신민아는 언제까지 '러블리 신민아'인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기회가 없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게다가 조슬예 감독님부터 시작해서 제작자, 스태프, 배우 등 이렇게 여성 중심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없잖아요. 다들 경험치도 있고 이 정도 구성이면 해볼 만하다 싶었죠.
10. '오케이 마담'은요?
'디바' 촬영 중이던 2018년 여름에 시나리오를 받았던 것 같아요. 엄정화 씨에 대한 믿음은 당연했는데 '디바'도 아직 안 끝났는데 할 수 있겠나 그런 얘길 했었죠. 그런데 마침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님이 좋게 봐주면서 제작과 캐스팅을 맡게 됐고, 저희는 저력 있는 톱 제작사니까 해볼 만하다 생각했죠. '디바'와는 또 다르게 타깃이 좀 더 넓은 대중 친화적 작품으로 해보자 했어요. 10. '디바' 시나리오를 들고 왔던 김 대표님과는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나요?
다이빙 장면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그리고 신민아 씨가 어디까지 할 수 있다고 얘기했나, 그런 포인트들이 있었어요. 사실 여배우가 수영복을 입는다는 게 민감할 수 있는데 그것도 '오케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우리는 그걸로 화제를 만들지는 않되, 서늘하고 예쁜 느낌으로 찍자고 했죠.
10. '디바'처럼 여성 위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느낌은 어땠나요?
저는 주로 김윤미 대표님이나 홍보사인 플래닛 김종애 대표님과 소통했어요. 업력이 있는 여자대표님들과 하면 클리어해서 좋죠. 하하. '된다 안 된다'가 확실해요.
10. 김윤미 대표의 어떤 부분에서 신뢰감을 얻었나요?
제작하는 분들 중에 배급 업무를 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 많지는 않아요. 게다가 김 대표님은 파이팅이 넘치죠. 그래서 믿음이 가요. 일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생기는데 김 대표님은 그럴 때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고 책임을 미루지 않을 분이라고 생각했죠.
10. 촬영 현장은 어땠나요?
'디바'는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이유영 씨도 중간에 잠깐 부상을 당했고 신민아 씨도 물에 계속 떨어지고 빠지고…. 거기에 감정적으로도 휘몰아쳤으니 힘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해 여름이 너무 더웠는데 아무리 수영장이라지만 정말 모두가 녹아내리는 느낌이었어요. 고생해서 찍고 마무리해서 개봉까지 이르렀는데 코로나가 와서 안타까워요. '오케이 마담'은 신나게 찍은 프로젝트였어요. 부산에 만들어놓은 비행기 세트에서 내내 찍으면서 거의 기숙사 학교처럼 지냈죠. 비행기 신이 대부분이니까 단역배우들의 출연, 동선까지도 상당히 신경 써야 하다 보니 늘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게 돼 친해져서 즐거웠어요. 그런 케미가 영화에도 담겼죠. 10. '디바'의 경우 고생한 데 비해 극장에서 수치적으로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이 큰 탓인데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그렇죠. 그래도 남 탓하진 않고 그때 그렇게 했어야 했나 저렇게 했어야 했나 여러 가지로 반성했어요. 코로나 이후의 시장은 예측하기도 힘들고 장기화될 거 같아서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고민이 크죠.
10. 작품으로만 보자면 '신민아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큼 신민아 씨의 연기와 감정 표현이 훌륭했어요. 직접 영화를 보니 어땠나요?
실물도 예쁜데 화면에서도 너무 예쁘더라고요. 하하. 중간 중간 편집본을 확인하면서도 큰 화면으로 볼 일이 있었는데 여자인 제가 봐도 예뻤어요. 연기 생활 초반엔 본인에게 '예쁨'이 득이 됐지만 오히려 나중엔 해가 된 거 같아요. 예쁨 안에서도 변주를 주면서 다양한 표정을 끌어낼 수 있는 배우인데 말이죠. 저는 '본인이 원하면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작품하면서 서로 인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여신 이미지가 있으면서도 스마트했고 깊은 인사이트가 느껴졌어요. 밖에서 포장해준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죠. 그 순간 아주 믿음이 갔어요.
10. 엄정화 씨는 '오케이 마담'으로 액션에 처음 도전했잖아요.
엄정화 씨는 계약하기도 전에 액션 연습에 들어가는 열정을 보였죠. 엄정화 씨가 액션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평소 춤 실력도 뛰어나고 운동으로 자기관리도 열심히 하시니까 전혀 걱정하지 않았죠. 10. 두 작품 모두 여성이 주축이 되잖아요. '오케이 마담'은 좀 더 대중적이라면 '디바'는 좀 더 마니아적이라는 차이는 있지만요. 꽤 많은 이들에게 '페미니즘' 같은 단어가 부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해요. 그런 측면에서 여성들이 주축이 되는 작품에 투자를 결정할 때 우려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관객마다 (그런 단어들에 대해) 평가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전 부정적으로 느끼진 않아요. 또 이번 작품들에 우리가 처음부터 그 정도까지 의도하며 만들진 않았죠. 굳이 피하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그 테두리 안에서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영화 개봉 후 일반 관객들의 평을 살펴보면서 일부 남성 관객들이 내 생각보단 공감 포인트가 적구나 싶기도 했어요. '디바'에서 이규형 씨가 연기한 캐릭터가 너무 도구적으로 쓰인 게 아니냐는 비판도 많던데 사실 지금까지 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도구적으로 쓰였을 때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거든요. 제 예상보다 젠더 갭이란 게 확실히 있구나 싶기도 했죠.
10. 남성 캐릭터 위주의 작품과 여성 캐릭터 위주의 작품에 특징이 있다면 뭘까요?
주인공이 맡을 수 있는 직업군이나 연령대의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사실 캐릭터 자체의 퍼스널리티보다는 여자주인공이 원톱이나 투톱인 작품 자체가 많지 않아요. 소위 티켓 파워 있다고 꼽히는 여자 배우들의 풀도 적고 맡을 수 있는 역할도 적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늘어나는 추세에요. 그래서 재밌는 시도들이 더 나올 거라 예상해요.
10. 의미 있거나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작품과 투자자로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작품, 이 두 가지 선택에서 오는 갈등도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취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하. 그래도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에요. 거기에 감독, 배우, 제작사, 배급사도 고려하고요. 10. '디바'와 '오케이 마담'은 모두 코로나의 영향을 크게 받았어요. 그런데 두 작품의 수치적 성과를 '여성 캐릭터였기 때문에'와 같은 이유를 대며, 추후 이 같은 작품이 나왔을 때 '여성 캐릭터라서'와 같은 이유로 투자·배급에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요?
그렇진 않을 거 같아요. 하지만 지금 업계 전체가 코로나 때문에 영화 투자 자체에 보수적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해봐야겠죠.
10.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도 싶은 여성 영화인이 있나요?
너무 많네요. 하하. 신민아 씨와의 작업은 소원성취했고. 음…. 20대 초반의 라이징 여배우들과 일 해보고 싶어요. 20대 초반 여배우들이 초반에 이름을 알린 후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가 그 또래 남자배우들보다 적은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탈락되고 좌절하고 어려움을 겪는 여배우들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그들과 일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영화계 전체 인력 풀 자체도 더 넓어지겠죠. 코로나 이후에도 K-콘텐츠를 가져가려면 이를 받쳐주는 인력 풀이 무너지지 않아야겠죠.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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