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타이거JK가 새 프로젝트 ‘필굿쨈스’(Feel Ghood Jams)를 시작했다. ‘필굿쨈스’란 누구나 자유롭게 필굿뮤직 소속 아티스트들과 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타이거JK가 팬들이 보내준 영상으로 뮤직비디오를 완성한 ‘Kiss Kiss Bang Bang’이 ‘필굿쨈스’의 첫 주자가 됐다. ‘Kiss Kiss Bang Bang’의 또 다른 버전 뮤직비디오는 윤미래가 직접 촬영했다. 구글 미트를 통해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타이거JK는 ‘필굿쨈스’를 참여형 프로젝트에서 앱 기반의 장터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타이거JK가 꿈꾸는 앱 개발부터 국내 흑인 음악 아티스트들도 동참해 화제를 모았던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까지 여러 주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10. 최근 백인 경찰에게 비무장 상태에서 질식사를 당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Black Lives Matter’(이하 ‘BLM’) 등 전세계적 인종 차별 항의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미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랩을 시작한 래퍼는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타이거JK: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이후로 미국은 후진국이 돼 버렸다. 미국에서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상황은 극과 극이었다. 흑인 친구들이랑 같이 갈 때면 열이면 열 우리를 불러 수갑을 채웠다. 백인 친구들은 경찰에게 농담조로 따질 수도 있었고, 경찰은 꿀밤만 주고 집에 보낸 상황도 많이 봤다. 장인어른과도 이번 사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장인어른 또한 마샬 루터 킹의 암살 사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2020년에도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10. 자신의 인스타그램, 인터뷰 등 여러 채널을 활용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타이거JK: 누군가는 오지랖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들만이라도 시대적 흐름을 같이 이해해주거나 연대해주는 건 중요하다. 나는 힙합 음악에 빠져있고 힙합으로 먹고사는 사람으로서 뭔가라도 표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다. 나 뿐만 아니라 AOMG 등도 ‘Black Out Tuesday’(이하 ‘블랙아웃튜스데이’)에 동참하는 걸 보면서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다. 10. ‘필굿쨈스’ 기획은 어떻게 하게 됐나?
타이거JK: 일반인들을 위한 놀이터, 혹은 오픈 마켓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하게 됐다. 이 ‘장터’에선 음악 뿐만 아니라 사진, 그림 등 모든 것을 교환하거나 살 수 있다. 평소에도 래퍼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CEO, 가수가 꿈이었던 젊은 엄마들이 취미로 한 창작물들을 DM으로 많이 받곤 한다. 이런 사람들이 본업을 하면서 투잡처럼 창작물을 사고 팔 수도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에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도 만나고 있다. 어플로 꼭 만들고 싶다.
10. 그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됐나?
타이거JK: 드렁큰타이거로 낸 마지막 앨범 ‘Drunken Tiger X: Rebirth Of Tiger JK’(2018)을 만들면서 느꼈다. 두 개의 CD로 구성된 정규 앨범이었다. 100곡을 만들어서 70곡을 지우고, 그렇게 30곡을 추리면서 CD 2장을 완성했지만 이 가치는 이해받지 못했다. 그래서 예술 창출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는 마케팅을 생각하면서 가야한다고 느꼈다.
10. 래퍼이자 필굿뮤직의 대표로서 음악으로 창출할 수 있는 수익 구조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다.
타이거JK: 음악의 소비 형태가 CD에서 MP3로 바뀌었을 때, 또 MP3에서 음원으로 바뀌었을 때 힘든 시기가 왔다. 지금도 어떤 전환기가 온 것 같고 새로운 수익 구조도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팬들도 아티스트들이 음악 비즈니스를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면 좋을 것 같다.
10. 음원 사이트, 혹은 차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도 예전보다 점점 적어지고 있다고들 한다.
타이거JK: 똑같은 파이에서 나눠가져야 하는 구조라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예전부터 차트는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육상 선수, 수영 선수, 태권도 선수 등을 한 종목에 놓고 점수를 매기는 거랑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공연을 하면 팬들이 현장을 꽉꽉 채워줬다. 차트와 현장의 괴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서 고민 중이다.
10. 차트 개편 뿐만 아니라 샘플링과 샘플 클리어링 관련 논란도 번번이 떠오르는 이슈 중 하나다. 지금까지 낸 곡 중 사정상 샘플 클리어링을 하지 못해 안타까운 곡이 있나?
타이거JK: 나도 샘플 클리어링을 못하고 낸 곡이 많다. 한국 활동 초기에 회사 측에서 샘플 클리어런스 작업이 됐다고 해서 발매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안 돼 있던 경우도 많았다. 저작권협회에서조차 샘플 클리어링 개념이 없었을 때였다. ‘난 널 원해’ 같은 곡들이 샘플 클리어링 작업이 안 된 것이 맞고, 4집부터는 곡들을 다 일일이 찾아서 클리어런스 작업을 했다. 10. 그렇게 활동한 시간이 올해로 벌써 21년째가 됐다. 21년 동안 뮤지션의 길을 꾸준히 걸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타이거JK: (샘플 클리어링처럼)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들도 겪어보고, 척수염도 꺾어보니 어떤 일이라도 대수롭지 않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척수염이 재발하긴 했지만 요즘엔 예방 차원으로만 병원에 가고 굉장히 건강한 상태다. 병원에 가면 결국 모든게 되게 간단해진다. 큰 병이든, 작은 병이든 ‘스트레스 받지 말라’가 처방에 포함돼 있다. 예전에는 그 뜻을 마음에서부터 이해를 못했다. 그렇지만 ‘왜 나는 이렇지’라고 가졌던 마음가짐을 고마움과 사랑으로 바꾸게 된 다음부터는 달라졌다.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상대를 아끼게 되고 지켜보려고 노력하게 되지 않나. 그것처럼 일도 첫 데이트 상대처럼 느껴지고 재밌어졌다. 10. 앞으로는 음악엔 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은가?
타이거JK: 우리가 만든 레이블의 철학은 말그대로 ‘필 굿 뮤직’(Feel Ghood Music)이다. 기분이 좋아지는 에너지를 담고 싶고, 나를 포함한 필굿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을 떠올렸을 때 미소가 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윤미래’하면 어떤 곡이 나올진 몰라도, 특정 곡이 떠오르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졌음 좋겠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10. 최근 백인 경찰에게 비무장 상태에서 질식사를 당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Black Lives Matter’(이하 ‘BLM’) 등 전세계적 인종 차별 항의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미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랩을 시작한 래퍼는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타이거JK: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이후로 미국은 후진국이 돼 버렸다. 미국에서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상황은 극과 극이었다. 흑인 친구들이랑 같이 갈 때면 열이면 열 우리를 불러 수갑을 채웠다. 백인 친구들은 경찰에게 농담조로 따질 수도 있었고, 경찰은 꿀밤만 주고 집에 보낸 상황도 많이 봤다. 장인어른과도 이번 사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장인어른 또한 마샬 루터 킹의 암살 사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2020년에도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10. 자신의 인스타그램, 인터뷰 등 여러 채널을 활용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타이거JK: 누군가는 오지랖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들만이라도 시대적 흐름을 같이 이해해주거나 연대해주는 건 중요하다. 나는 힙합 음악에 빠져있고 힙합으로 먹고사는 사람으로서 뭔가라도 표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다. 나 뿐만 아니라 AOMG 등도 ‘Black Out Tuesday’(이하 ‘블랙아웃튜스데이’)에 동참하는 걸 보면서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다. 10. ‘필굿쨈스’ 기획은 어떻게 하게 됐나?
타이거JK: 일반인들을 위한 놀이터, 혹은 오픈 마켓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하게 됐다. 이 ‘장터’에선 음악 뿐만 아니라 사진, 그림 등 모든 것을 교환하거나 살 수 있다. 평소에도 래퍼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CEO, 가수가 꿈이었던 젊은 엄마들이 취미로 한 창작물들을 DM으로 많이 받곤 한다. 이런 사람들이 본업을 하면서 투잡처럼 창작물을 사고 팔 수도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에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도 만나고 있다. 어플로 꼭 만들고 싶다.
10. 그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됐나?
타이거JK: 드렁큰타이거로 낸 마지막 앨범 ‘Drunken Tiger X: Rebirth Of Tiger JK’(2018)을 만들면서 느꼈다. 두 개의 CD로 구성된 정규 앨범이었다. 100곡을 만들어서 70곡을 지우고, 그렇게 30곡을 추리면서 CD 2장을 완성했지만 이 가치는 이해받지 못했다. 그래서 예술 창출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는 마케팅을 생각하면서 가야한다고 느꼈다.
10. 래퍼이자 필굿뮤직의 대표로서 음악으로 창출할 수 있는 수익 구조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다.
타이거JK: 음악의 소비 형태가 CD에서 MP3로 바뀌었을 때, 또 MP3에서 음원으로 바뀌었을 때 힘든 시기가 왔다. 지금도 어떤 전환기가 온 것 같고 새로운 수익 구조도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팬들도 아티스트들이 음악 비즈니스를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면 좋을 것 같다.
10. 음원 사이트, 혹은 차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도 예전보다 점점 적어지고 있다고들 한다.
타이거JK: 똑같은 파이에서 나눠가져야 하는 구조라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예전부터 차트는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육상 선수, 수영 선수, 태권도 선수 등을 한 종목에 놓고 점수를 매기는 거랑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공연을 하면 팬들이 현장을 꽉꽉 채워줬다. 차트와 현장의 괴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서 고민 중이다.
10. 차트 개편 뿐만 아니라 샘플링과 샘플 클리어링 관련 논란도 번번이 떠오르는 이슈 중 하나다. 지금까지 낸 곡 중 사정상 샘플 클리어링을 하지 못해 안타까운 곡이 있나?
타이거JK: 나도 샘플 클리어링을 못하고 낸 곡이 많다. 한국 활동 초기에 회사 측에서 샘플 클리어런스 작업이 됐다고 해서 발매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안 돼 있던 경우도 많았다. 저작권협회에서조차 샘플 클리어링 개념이 없었을 때였다. ‘난 널 원해’ 같은 곡들이 샘플 클리어링 작업이 안 된 것이 맞고, 4집부터는 곡들을 다 일일이 찾아서 클리어런스 작업을 했다. 10. 그렇게 활동한 시간이 올해로 벌써 21년째가 됐다. 21년 동안 뮤지션의 길을 꾸준히 걸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타이거JK: (샘플 클리어링처럼)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들도 겪어보고, 척수염도 꺾어보니 어떤 일이라도 대수롭지 않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척수염이 재발하긴 했지만 요즘엔 예방 차원으로만 병원에 가고 굉장히 건강한 상태다. 병원에 가면 결국 모든게 되게 간단해진다. 큰 병이든, 작은 병이든 ‘스트레스 받지 말라’가 처방에 포함돼 있다. 예전에는 그 뜻을 마음에서부터 이해를 못했다. 그렇지만 ‘왜 나는 이렇지’라고 가졌던 마음가짐을 고마움과 사랑으로 바꾸게 된 다음부터는 달라졌다.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상대를 아끼게 되고 지켜보려고 노력하게 되지 않나. 그것처럼 일도 첫 데이트 상대처럼 느껴지고 재밌어졌다. 10. 앞으로는 음악엔 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은가?
타이거JK: 우리가 만든 레이블의 철학은 말그대로 ‘필 굿 뮤직’(Feel Ghood Music)이다. 기분이 좋아지는 에너지를 담고 싶고, 나를 포함한 필굿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을 떠올렸을 때 미소가 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윤미래’하면 어떤 곡이 나올진 몰라도, 특정 곡이 떠오르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졌음 좋겠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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