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풀인풀', 22일 종영
막장 드라마 탈피를 표방했지만…
자극적인 소재, 미지근한 반응으로 쓸쓸히 퇴장
드라마 '사풀인풀' 방송 화면/ 사진제공=KBS2
드라마 '사풀인풀' 방송 화면/ 사진제공=KBS2
'용두사미(龍頭蛇尾)'.

시작은 그럴 듯하나 끝이 흐지부지하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가 22일 종영을 맞는 KBS2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하 '사풀인풀')에 딱 들어맞는다.

'사풀인풀'은 기존 주말극의 꼬리표처럼 붙었던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씻어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지난해 9월 열렸던 제작발표회에서 한준서 PD는 "주말극은 훈훈한 엔딩이라는 정답이 있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다른 길을 보여드리려 한다. 막장을 많이 보셨으니 우리 드라마에서는 안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현재의 '사풀인풀'은 이러한 출사표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KBS는 '사풀인풀'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소확행'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그리는 과정에선 기획의도가 무색할 정도로 자극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사풀인풀' 배우들/ 사진= 텐아시아DB
'사풀인풀' 배우들/ 사진= 텐아시아DB
'사풀인풀'은 극의 초반부터 자극적인 설정으로 무리수를 뒀다. 학폭, 뺑소니, 청소년 자살 등 주말 드라마에서 다루기엔 부담스러운 소재들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여기에 지지부진한 스토리가 시청자들을 떠나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답답하고 지루한 전개가 이어지며 시청률은 들쑥날쑥했다. '뭔가 나오겠지'라는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반가웠던 것은 강시월(이태선 분)의 등장이었다. 뺑소니 사고의 누명을 쓴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긴장감을 높였다. 흥미진진해진 스토리가 탄력을 받으면서 시청률도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좋은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반등의 주인공이었던 강시월을 향한 고아 발언이 발목을 잡은 것. 극중 홍화영(박해미 분)의 기사가 강시월에게 "부모한테 배워 쳐 먹은 것이 없으니 저 모양이지. 고아 XX들은 어떻게든 티가 나요. 티가 나"라고 말한 대사가 화근이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해당 대사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냈고,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빗발쳤다.
'사풀인풀' 포스터/ 사진제공=KBS2
'사풀인풀' 포스터/ 사진제공=KBS2
보통의 KBS 주말극이 다루지 않았던 어둡고 민감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던 것은 용기 있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사풀인풀'은 참신함에서 나오는 감동을 안겨주지 못했다. 심지어 막장 드라마를 탈피한다던 스토리는 여느 주말극처럼 밋밋하게 끝날 전망이다.

아직 종영까지 한 주 분의 방송이 남아있지만 지난 6개월 간 계속된 지루함과 실망감을 만회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패기 넘치는 자세로 뛰어 들었으나, 아무런 소득 없이 조용히 퇴장하는 형국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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