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 중인 평일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일일 시청률은 KBS 가 지난 14일 기록한 24.6%(AGB닐슨미디어리서치)다. 다른 작품들 중 20%를 넘긴 경우는 단 하나도 없다. 올해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평일 미니시리즈 중 20%를 넘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SBS 이 자체 최고 시청률 25.5%를 기록했고, MBC 이 마지막 회에서 21%를 기록한 정도다. 최완규 작가의 극본으로 화제를 모았던 SBS 와 정우성이 출연한 SBS 도 20%를 넘지 못했고, 김태희와 송승헌 주연의 MBC 는 4회 만에 20.9%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인 끝에 15%로 종영했다. 미니시리즈는 아니지만 월-화 밤 10시대에 편성된 2009년 MBC 이 43.6%를, 지난해 KBS 가 49.3%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 평일 드라마들은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일 드라마 시청률의 전반적인 하락은 변화하는 시청 방식과 시청률 조사 방식의 괴리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 조사 회사에서는 지상파, 아날로그-디지털 케이블 TV, 위성 TV, IPTV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총 4320 가구 패널을 대상으로 시청률을 집계한다. 한 시청률 회사 관계자는 “패널 수 비율은 가구 수와 가입자 수를 고려해 정한다”며 집계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의 관계자는 “현재 IPTV 가입자 수가 440만을 넘어서고 있으며 VOD 서비스만을 신청한 가입자 수를 제외하더라도 400만을 넘겨 유료방송의 18%를 차지한다”며 시청 방식의 변화를 감안해 IPTV 등 뉴미디어의 시청률 집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집계되는 IPTV 시청률은 너무 적은 패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정확하지 않다”는 것. 또한 기술적으로 IPTV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통해 전자 정보를 수집하면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시청률을 조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개인정보 수집에 관한 방송통신법에 저촉된 부분을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 대안을 제시했고 전담반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대박’이 사라지는 시대

IPTV 등 다양한 시청패턴의 등장은 드라마 본방 시청자층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 미디어에서 실시한 2001년 1월 1일부터 2011년 6월 15일까지 방송된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시청률 패턴 조사에 따르면 10년 동안 4,50대에 비해 30대 이하 남녀 시청 점유율은 점점 하락했다. 과거에는 본방송으로 드라마를 시청하던 30대 이하 남녀 시청자들이 본방 이외의 방식으로 드라마를 볼 가능성이 다분한 셈이다. 반면 올해 평일 드라마들은 몇몇 사극을 제외하면 로맨틱 코미디 등 2,30대를 타깃으로 한 소재를 주로 다뤘다. “가 시청률 1위를 지킬 수 있는 이유는 정치와 로맨스를 적절히 섞어 부모와 자식이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홍보 관계자의 분석은 설득력을 갖는다. 월화 드라마 1위인 SBS 역시 드라마의 화제성과 별개로 최민수, 전광렬 등 중장년층에게 친숙한 배우들이 출연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MBC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아버지나 어머니 등 다양한 가족 구성원이 드라마에 등장해야 비슷한 연령대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소재는 편중돼 있고, 성과를 판단하는 수단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어떤 작품이 성공을 보장할 수 없을지 알 수 없다. 올 지상파 3사에서는 SBS , , KBS , MBC , , 등 로맨스물이 이어졌다. 또한 국립과학연구소를 배경으로한 , 정치와 로맨스를 버무린 , 사후 세계를 다룬 과 재벌가의 풍경을 현실적으로 다룬 등 다양한 소재들의 작품들이 나왔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어떤 작품이 성공할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 셈이다. 이중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실패한 작품들도 있지만, 안정적인 시청률과 함께 마니아 시청자들을 모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청률은 작품에 대한 시청자의 실제 반응을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확한 시청률이 필요한 이유

변화하는 제작 및 시청환경에 따르지 못하는 시청률 집계 방식은 다양한 시도를 저해하고, 기존 시청률에 기대는 작품을 만드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제작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말 등장할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은 이런 우려를 키운다. 한 드라마 감독은 “제작비 상승에 비해 광고 수입은 그대로다. 수입을 고려하는 방송사에서 공격적인 기획이 어렵다. 단막극 등을 통해 할 수 있었던 실험이 불가능해졌고, 종편이 생기면 더 심해 질거다”라고 걱정했다. 그러다보니 “고아나 편모, 편부 슬하 등 주변 캐릭터를 줄이는” 상황으로 이어지며 드라마의 완성도도 떨어지게 된다는 것.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이 시청률 집계 방식의 변화에만 달려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시청률 1위를 해도 화제가 되지 않는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다”는 SBS 드라마국 관계자 말은 현재 드라마와 시청률 사이의 괴리를 설명한다. 이제 점점 이나 같은 작품을 보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률 조사 방식에 대한 재고와 함께 성과를 제대로 판단할 방식,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은 지금보다 더 경쟁이 심해질 방송시장에서 반드시 선행돼야할 일이다. “드라마는 볼거리 많은 소재만 다뤄져서는 안 되는 만큼, 드라마 제작 안전장치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다채널을 운영하면서 주 1회 방송하고 핵심 드라마 시간대가 겹치게 하지 않는 일본처럼 비용을 낮추는 합의는 배울 만하다”는 한 드라마 감독의 말은 새겨들을만 하다. 누가 보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50%의 ‘대박’을 노리는 것 보다는 그게 낫지 않을까.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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