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계절, 여름은 끝났지만 이제 2주 후면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시작된다. ‘그런데 BIFF가 뭔가요? 소고기… 먹는 건가요?’ 하시는 분들을 위해 와 다음이 준비한 부산국제영화제 미리 즐기기! 영화제라고 어려운 예술 영화만 있는 게 아니다. 부산이라고 해서 회만 맛있는 게 아니다. 부산과 영화, 두 개의 바다에서 유영할 이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그 첫 번째는 부산에 가지 않고도 부산과 만나는 시간이다. 가이드북에도, 드라마에도 나오지 않는 부산의 싱싱함을 다음의 영화들에서 건져 올렸다.


보이소: 은 부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에 적격인 영화다. 시종일관 푸른빛이 감도는 화면은 부산의 밤과 바다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담는다. 두헌이 혼자 바라보던 해운대는 어슴푸레한 새벽녘의 하늘빛을 머금고, 세빈과 함께 웃으며 걷던 백사장은 노을이 섞인 밝은 푸른빛으로 빛난다.
셀프: 불친절하다고 오해하지 말자. 귀찮아서라고 넘겨짚지 말자. 부산의 유서 깊은 맛집 중 십중팔구는 셀프다. 물 셀프는 기본이고 술도 직접 가져와야 하는 곳도 태반이다. 더욱이 세빈과 두헌이 서로의 마음을 열고 가까워질 수 있었던 할매 해물집은 서빙부터 조리까지 모두 셀프다. 그래도 소라가 모자라면 주인 할머니가 직접 앞바다에 입수해서 건져다 주시니 이런 자연산이 또 어디 있으랴. 맛난 음식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될 수 있는 비결이니 오늘도 손에 물마를 날 없는 부산의 ‘이모님’들을 위해 셀프는 착실히, 계산은 확실히! (단, 영화 속 등장했던 해물집은 현재 안타깝게도 철거되었으니 괜한 헛걸음 하지 않으시길)


보이소: 사실 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중에서도 흔치 않게 강렬한 드라마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개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래서 카메라 역시 부산의 아름다운 풍광보다 생활의 공간을 주로 향하고, 밤의 현란한 조명 대신 한낮의 태양이 화면을 채운다. 하지만 짱구의 아버지가 일하는 보수동 책방 골목, 짱구와 친구들의 아지트인 서면 시장 부근 등 부산의 명소들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다.
“그라믄 안 돼”: “그러면 안 돼”, 즉 “그러지 마라”라는 부정명령문의 부산 사투리. 선도부와 불량 서클이 주름잡는 광천상고는 “1학년은 버스에서 뒷문 이상 뒤로 가지 마라” 같은 황당한 경고가 교칙보다 힘이 센 곳이다. 하지만 짱구가 여자 친구 문제로 정상고교 일진에게 한 대 맞았을 때 억울함을 호소하자 먹던 어묵 꼬치를 내려놓으며 “그라믄 안돼. 으음? 왜왜 정상한테 처 갈피고 그렇게 해선 안ㄷㅙㅅ!”이라 선언하고 바로 애들을 푸는 ‘행님’만큼 위엄 있는 존재는 없다. 특히 “그라믄 안돼~ 젊은 놈이 벌써부터 건망증에 처 시달리고 그라믄 안돼!”처럼 첫 “그라믄 안돼”는 끝을 살짝 늘어뜨리며 자애롭게, 두 번째 “그라믄 안돼”는 마지막 음절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보이소: 스즈키 마사유키 감독은 항구도시의 이미지가 좋아 부산에서 촬영을 결정했다. 쿠리우와 아미미야가 차를 빼돌린 임현철(안길강)을 찾아 힘들게 계단을 오른 감천문화마을(일명 태극도마을)은 ‘부산의 마추픽추’라 불리는 곳이다. 촬영 당시 마츠 타카코가 삼계탕 한 그릇을 다 비워 기무라 타쿠야를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 있는 용호동 시장의 삼미영양탕과 둘이 충무김밥과 당면국수를 먹었던 남포동 국제시장의 먹자골목, 쿠리오가 청국장을 애타게 찾았던 광안리 해변의 콩나물국밥집은 팬들의 성지순례 코스로도 제격이다.
스마일: 처음 부산을 찾는 사람에게 거칠고 빠른 부산 사투리는 마치 외국어처럼 두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김치를 너무 너무 사랑해요” 같은 뜬금없는 한국어를 어설픈 발음으로 한없이 진지하게 말하는 아마미야가 귀여운 것처럼, 핵심은 내용이 아니라 애티튜드! 무엇이든 웃으면서 물으면 의외로 맘씨 좋은 부산 사람들에게 충분히 통할 것이다.


보이소: 비둘기들이 평화롭게 노니는 용두산 공원은 마약 거래의 현장이고, 친구들의 추억이 깃든 영도다리는 형사의 협박이 이루어지는 격투장이다. 그 외에도 마약 공장이 숨어있는 달동네, 온갖 더러운 거래가 횡행하는 뒷골목 유흥가 등 속 부산은 밝지 않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에 양지만 있을 수는 없는 법. 부산의 가장 그늘진 곳에서 서로에게 기생하듯 살아가는 도 경장과 이상도는 사생결단해도 결국 빈손으로 객사하는 어둠의 고리를 보여준다.
“한 대 더 치바”: “한 대 더 쳐 보아라”의 부산 사투리. 검거 작전 실패 후 정직됐던 도 경장과 수감됐던 이상도가 다시 만난 순간, 욕지거리와 주먹이 오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상도에게 한 대 맞고도 ‘나 이렇게 죽지 않는다’는 다짐을 온몸으로 외치는 도 경장이 내뱉을 한 마디. “아주라”(그것을 아이에게 주시오), “주바라”(네가 가진 그것을 나에게 주어 보아라)처럼 언어의 경제적인 사용이 몸에 밴 부산 사람들의 “한 대 더 치바”는 거친 몸의 언어가 오고 가는 긴박한 싸움 중에 사용하기 알맞다.
글. 최지은 five@
글. 이지혜 seven@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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