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에는 위대한 상금도, 악마의 편집도 없다. 그래서인지 심심하고 순진한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면에서 4%를 채 넘기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주말 저녁 시청자의 4%면 200만 명에 육박하는 수치이며, 방송은 4%의 시청자가 아닌 200만 명의 잠재적인 음악 팬들을 향해 무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방송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8팀의 운명을 시청자들의 투표에 맡기려 한다. 노력과 행운, 진격과 드라마로 쌓은 발판을 딛고 생방송 단계에 진출한 8팀의 중요 포인트를 정리했다. 꼼꼼히 복습한 후, 본방을 사수하자. 실시간 문자만큼 응원하는 밴드에게 애정을 표현하기 좋은 수단도 없다.대진표의 ‘끝판왕’으로 거론되는 게이트 플라워즈는 진보하는 완성형으로 위력을 더하고 있다. 회식에서 부장급 이상만 부른다는 ‘마이웨이’를 선곡하고도 살아남은 이들의 파괴력은 예선에서부터 증명된 바, 코치 신대철은 “게이트 플라워즈에게는 도전자만 있을 뿐”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예측하지 못한 크기의 즐거움을 만들어내지만 늘 예상 가능한 방식을 선택하는 아이씨사이다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도전자로 기록될 것인가. 혹은 하드락 골리앗을 이긴 신명나는 다윗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극도의 우울함과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지향하는 POE와 화려하고 리드미컬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WMA는 음악적으로 전혀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천재성’을 칭찬받으며 무난하게 다음 스테이지로 진출해 온 전자와 경합 중에 보컬을 영입하고, 패자부활전을 통해 코치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 온 후자는 그 생존방식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둘은 한편으로 밴드의 간판인 여성보컬을 뛰어넘는 나머지 멤버들의 성장이라는 공통의 숙제를 안고 있다. 밴드로서 먼저 여물어지는 남자들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톡식은 내내 주목을 놓친 적이 없다. 처음에는 2인조라는 밴드 편성 때문에, 다음에는 세련된 스타일 때문에, 그리고 16강전에서 ‘나 어떡해’를 불렀을 때는 실력으로 진화하는 가능성의 크기 때문에 이들은 언제나 화제의 중심이다. 반면 2STAY는 무난한 안정감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수능을 앞두고 어쩐지 풀이 죽은 엑시즈를 만난 16강 대진운의 힘도 무시 할 수는 없겠다. 2008 아시안 비트 코리아 파이널에서 2STAY는 브로큰 발렌타인에게 패배했고, 톡식은 바로 그 브로큰 발렌타인을 꺾었다. 정말 승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천적인 결함은 극복해야 하는 걸까, 수용해야 하는 걸까. 보컬이 없는 연주 밴드 제이파워와 라틴 음악을 고집하는 라떼라떼는 밴드음악 시장이 좁은 국내에서도 유난히 외면 받는 장르에 서 있는 밴드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승패를 떠나 응원 받고, 승부를 떠나 충고를 듣는다. 제이파워는 특유의 뚝심에 김도균의 섬세한 지도를 더했고, 패자부활전의 지옥을 거친 라떼라떼는 유일하게 조 순위 2위로 8강 진출에 성공하는 동안 정신적인 무장을 단단히 했다. 결과를 떠나 승부수를 기다리게 만드는 대결이다.
글. 윤희성 nin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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