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가난했고, 로맨틱했고, 느끼했고, 그 뒤로는 잘 웃겼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겪은 뒤 예순을 앞에 두고 얻은 무엇.
박영규
박영규
엘비스 프레슬리: 세계적인 가수. 박영규는 그의 ‘Burning love’를 부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판잣집에서 살다 그 집마저 화재가 나서 잃는 등 가난하게 살았지만 이 노래를 부르며 낙천적인 마음가짐을 가졌다고. 특히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상갓집에서 크게 울면서 아들에게 고깃국을 얻어 먹였다. 당시 박영규는 유족들 앞에서는 울면서 자신 앞에서는 웃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코미디의 본질을 깨달았다고 한다. 훗날 SBS 에서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미달이 아빠의 코미디 연기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일지도. 훗날 박영규는 서울로 상경,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창으로 관계자의 눈에 띄어 연극무대에 데뷔한다.

오태석: 서울예전에서 박영규를 가르친 연극 연출가. 박영규는 졸업 후 오태석의 극단에 들어갔다. 극단에서 코미디가 “예상하지 못하는 리듬과 박자”라는 것을 배우고, 연기의 긴장과 이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법을 배우며 한층 더 성장했다. 하지만 가난했던 그는 먹고 살기 위해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연극”하며 20대를 보냈다. 책 세일즈맨으로 나서 실적이 좋아 1년 반 만에 부장이 됐지만 연극에 전념하기 위해 그만 두기도 했다. 그러나 배고픔과 고된 생활은 폐결핵으로 이어졌고, 한 때 체중이 40kg대까지 떨어졌다. 당시 어머니는 한 찌개에 박영규와 같이 숟가락을 섞어 밥을 먹으며 “내가 죽어도 너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결국 박영규는 “명예라도 남기자”는 생각에 연기를 계속했고, 결국 병을 이겨내고 여러 편의 연극에서 호평을 받는다. 그리고 MBC 의 ‘초록빛 모자’로 TV에서 활동할 기회를 얻었고, 호평을 받으며 MBC 특채로 뽑힌다.

김희애: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연극을 통해 쌓은 탄탄한 연기력과 강한 인상을 가졌던 박영규는 악역을 많이 연기했다. MBC 에서 소심한 노총각으로도 출연했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연기인생의 기로에 있던 박영규에게 는 극적인 터닝포인트였다. 는 연인이었다가 남자의 배신으로 애증의 관계가 되는 김희애와 임채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됐지만, 드라마 중반 이후 김희애를 묵묵히 사랑하는 부유한 남자로 출연한 박영규의 인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젠틀한 ‘본부장’은 아니었지만, 터프하면서도 능글맞은 모습을 가진 박영규의 모습은 1980년대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남성 캐릭터였다. 박영규가 KBS 에서 말한 것처럼 “장동건 같은 인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 가장 ‘핫’한 스타가 된 건 분명하다. 그리고 “돈에 눈이 ‘휘까닥’ 돌아”버리는 시절이 찾아왔다.

박세민: 박영규 주연의 영화 의 감독 겸 배우. 박영규는 에서 전설적인 제비 ‘제비도사’로 출연했고, 주부대상 아침 프로그램 MBC 의 MC가 됐으며, “밤 무대에서 부르기 좋은 곡”인 ‘카멜레온’을 불렀다. 가난을 겪었던 그는 인기를 얻자 열심히 돈을 벌며 가난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의 그는 능글맞으면서도 로맨틱한 순간을 만들어낼 줄 아는 남자였다. 그러나 스스로를 밤무대에 어울리는 가수로 만들고, 주부 시청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그의 모습에는 능글맞음만 남았다. 거기다 사업까지 손대면서 연기에 대한 정체성마저 흔들렸다. 오랜 고생을 거쳐 올라선 스타의 자리는 거품처럼 사라졌고, 어느 순간 대신 ‘카멜레온’과 ‘제비’만 기억에 남았다. 1989년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는 그렇게 1990년대에 서서히 잊혀져갔다.

김병욱: 1999년 시작한 SBS 의 연출자. 박영규는 영어교재 를 내고 망한 영어교사로 출연했다.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도 쫙 빼입은 정장을 입고 능글맞은 미소를 짓던 ‘카멜레온’은 “느끼한 멜로를 하기 싫어” 선택한 이 작품에서 밥값을 내지 않기 위해 평생 사귄 친구와 절교하고, 장인 어른의 눈칫밥을 먹으면서도 어떻게든 더부살이를 하려는 소시민으로 변했다. “진정한 코미디란 감추지 않고 보여주는 솔직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던 과거와 달리 인간의 속된 모습을 보여주며 코미디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팍팍한 삶을 사는 인간의 비애를 동시에 보여줬다. 김병욱 감독의 작품에 다시 출연한 SBS 에서 밖에서는 오케스트라 멤버로 우아한 척 하면서 실상은 쩨쩨하기 그지없고, “돈 없어서 바람도 못 피는” 클래식 연주자를 연기한 것은 소시민 연기의 절정이라 할만 했다. 마치 정신 차린 제비처럼, 그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며 연기자로 재기했다.

김혜수: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박영규는 국희(김혜수)를 끝까지 괴롭히는 기업가를 연기했다. 평소에는 중후한 신사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악인의 본색이 드러나는 그의 연기는 와는 또 다른 연기 변신이었다. 의 박영규는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체면을 차리려 하고, 온갖 궤변으로 자신의 악행을 변호하다 마지막 순간에야 자신의 가장 속된 모습을 드러낸다. 욕망을 드러내며 기업가의 체면 뒤에 있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의 에너지는 를 끌고 가는 중요한 힘이었다. 인간의 속된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박영규는 멋지게 빼 입어도 느끼하지 않고, 욕망과 비애가 뒤섞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김상진: 영화 1, 2편의 연출자. 10년 간격으로 만들어진 두 편의 영화에서 조금만 유리한 상황이면 으스대고, 불리한 상황이면 비굴해지는 주유소 사장은 박영규에게 “내 삶을 녹여낸 캐릭터”였고, 2편은 “나를 다시 세상에 살아가게 한 작품”이었다. 그는 이후 같은 코미디와 MBC , KBS 등에서 묵직한 존재감의 배역을 자유롭게 오갈만큼 한 단계 발전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젊은 시절에는 가난했고, 돈을 버는 대신 인생의 혼란을 겪었으며, 모든 것이 안정될 때 쯤 아들을 잃었다. 그는 5년이 지난 뒤에야 아들이 “이제 그만 슬퍼하고 아빠의 장점을 보여줘봐”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에 출연했다. 그리고 그는 에서 코미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연기한 박 사장은 모든 걸 긍정적으로 해결한다. 주유소가 털려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모든 난관을 헤쳐 나간다.”

지성: SBS 에서 박영규의 아들 지헌을 연기하는 배우. 에서 박영규가 연기하는 재벌 회장 차봉만은 그의 삶의 기록처럼 보인다. 차 회장이 그러하듯, 그는 젊은 시절 놀았다면 놀았고, 타인 앞에서는 중후하고 멋진 남성처럼 보이던 시절도 있었으며, 돈 버는 맛에 빠져 속되고 속된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박영규는 재벌 회장이 멋지면서도 속될 수 있고, 속되면서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뜨거운 심장을 가진 아버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에서 지헌이 공황장애라는 사실을 알고 남몰래 운다. 아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60여년 가까이 살아온 인생이 연기와 일치되는 순간. 인생의 비극은 그렇게 희극의 연기로 승화했다. 그리고 그는 에서 아들이 공황장애를 이겨내고, 결국 자신과 화해하는 모습을 볼 것이다. 가난으로부터 발버둥치려고 연기했다. 돈을 벌기 위해 연기했다. 죽지 않기 위해 연기했다. 그리고 연기가 인생을 치유한다. 연기자의 인생은, 그런 것이다.

Who is next
박영규가 출연한 의 주제곡을 부른 윤종신과 SBS 에 나온 김제동이 자신의 인터뷰 코너 ‘김제동의 똑똑똑’에 섭외한 박원순 변호사

10 Line list
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강지환김구라박지성탁재훈오연수최민수유재석유진크리스토퍼 놀란이하늘신민아장미희이휘재믹키유천조영남송승헌엄태웅안내상이승철김성근 감독유아인토니 안류승범싸이윤상현김희철심형래정우성하정우진중권박신양배용준임성한 작가MC몽나탈리 포트만김희애이소라염정아김건모유세윤양준혁임재범이지아차승원박정현김수미성유리윤계상정재형김범수김여진에릭김선아테디최강희김영철인순이 – 박영규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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