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다. 일곱 명의 장정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오긴 했지만, 장소가 비좁은 것은 결코 아니다. 공간을 채우는 건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 그 자체다. 떠들썩한 인사를 마치자마자 거울을 보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각자 촬영을 준비하는 태도에서는 신인 특유의 낯가림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공기를 장악하는 자유분방함이 적절한 타이밍에 도달하는 순간, 리더 지코(ZICO)가 멤버들을 모두 카메라 앞으로 불러 모은다. 블락비(Block.B)는 그렇게 움직이는 팀이다.
‘아이돌’의 허용 범위를 훌쩍 넘어버린 아이들
사실 힙합이라는 장르도, 일곱이라는 숫자도, 아이돌이라는 정체성도 더 이상 메리트가 되기 힘든 포화상태의 시장이지만 지난 4월 “Rap, dance, performence 상상 이상의 / 뭔가를 선사할 테니까 믿어줘 / 우리는 필요치 않아 리허설”(‘Wanna B’)이라는 도발적인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목소리는 거침없다. 십대 시절부터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에서 인정받는 래퍼였던 지코는 과거의 자신을 알던 사람들 다수가 의아해 한 ‘전향’에 대해 “랩 아티스트도 좋지만 언젠가 프로듀서나 제작자로도 나서보고 싶고, 메인스트림에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제 노래를 흥얼거리게 하고 싶었어요. 저는 아직 어리니까 제가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고, 그 전에 도전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려구요” 라며 명쾌하게 설명한다. 지코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이자 역시 언더에서 활동해온 박경은 해사한 미소와 함께 “여자 꼬시려고 음악을 시작했어요. (효과는) 어마어마했죠. 이제는 데뷔했으니까 자제하고 있지만” 같은 농담을 태연히 던지며 ‘아이돌’의 허용 범위를 훌쩍 넘어버린다.
그래서 “이미지 관리 같은 거, 우린 없어요”라는 ‘미소담당’ 유권의 말대로 M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에서 무방비 속옷 바람 상태로 카메라 앞에 등장하고 갯벌에 데려다 놓으면 미션 수행보다 서로를 골탕 먹이는 데 목숨을 거는 이 청년들은 지금까지 등장한 그 어떤 아이돌보다 더 ‘센 캐릭터’들이다. 생일로는 맏형이지만 가장 앳된 얼굴로 ‘아기태일’이라는 별명이 붙어 버린 메인보컬 태일은 일찌감치 음악으로 진로를 정하고 꼬박 6년 이상을 트레이닝해온 노력파로, 체격 크고 목소리 큰 동생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 강단의 소유자다. 막내지만 묵직한 저음만큼은 가장 ‘어르신’인 피오(P.O)는 초기 멤버 오디션에서 탈락하자 순전히 오기로 10kg을 감량한 뒤 재도전해 합격했을 만큼 만만치 않은 집념을 가졌고, 오직 춤과 무대만이 관심사인 비범은 숙소에서 ‘여동생’을 키워보고 싶다고 할 만큼 엉뚱한 면도 있다. 누가 봐도 팀의 ‘얼굴’인 미남 재효는 막상 입을 열면 허당에, 숙소에 들어온 나방이 무서워 야단법석을 떨고서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멤버들을 위해” 누에나방 통조림을 먹을 정도로 팀에 대한 애정이 깊다. 물론 낯간지러운 거라곤 딱 질색, 천상 사내애들인 멤버들은 “굳이 먹을 필요까진 없었다”며 냉정한 소릴 하지만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해 쉬지 않고 투닥투닥 놀려먹느라 바쁜 이들 사이에는 한 배를 탄 고 3 수험생들 같은 거친 우애가 흐른다.
마그마가 끓어오르는 순간 하지만 거칠고 거침없는 만큼 질주하던 길 위에서 가로막힌 열정은 그 자리에 멈추는 순간 재가 되어 타오른다. 지코와 박경이 작사, 작곡의 대부분에 참여한 미니앨범 < New Kids On The Block >은 블락비의 색깔을 한층 더 뚜렷하게 드러내지만 신인인데다 대형기획사 소속이 아닌 이들에게 여전히 가장 절실한 것은 지상파 음악방송이라는 무대다. “저희한테 10분이 주어진다면 3분씩 쪼개서 3회를 출연시켜달라고 할 거예요. 아니, 다른 신인들한테 3분, 3분씩 떼어드리고 우리는 3분만 해도 괜찮아요. 우리랑 똑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 라는 말은 누구보다 그 절박함을 알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답이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느냐는 물음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우리”라고 대답하는 이들의 동력은 지금까지 뭔가를 이루었기 때문에 갖는 자부심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자신감이다. 그래서 지금은 천천히 가열되어 온 마그마가 끓어오르는 순간이다. 폭발은 예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아이돌’의 허용 범위를 훌쩍 넘어버린 아이들
사실 힙합이라는 장르도, 일곱이라는 숫자도, 아이돌이라는 정체성도 더 이상 메리트가 되기 힘든 포화상태의 시장이지만 지난 4월 “Rap, dance, performence 상상 이상의 / 뭔가를 선사할 테니까 믿어줘 / 우리는 필요치 않아 리허설”(‘Wanna B’)이라는 도발적인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목소리는 거침없다. 십대 시절부터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에서 인정받는 래퍼였던 지코는 과거의 자신을 알던 사람들 다수가 의아해 한 ‘전향’에 대해 “랩 아티스트도 좋지만 언젠가 프로듀서나 제작자로도 나서보고 싶고, 메인스트림에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제 노래를 흥얼거리게 하고 싶었어요. 저는 아직 어리니까 제가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고, 그 전에 도전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려구요” 라며 명쾌하게 설명한다. 지코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이자 역시 언더에서 활동해온 박경은 해사한 미소와 함께 “여자 꼬시려고 음악을 시작했어요. (효과는) 어마어마했죠. 이제는 데뷔했으니까 자제하고 있지만” 같은 농담을 태연히 던지며 ‘아이돌’의 허용 범위를 훌쩍 넘어버린다.
그래서 “이미지 관리 같은 거, 우린 없어요”라는 ‘미소담당’ 유권의 말대로 M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에서 무방비 속옷 바람 상태로 카메라 앞에 등장하고 갯벌에 데려다 놓으면 미션 수행보다 서로를 골탕 먹이는 데 목숨을 거는 이 청년들은 지금까지 등장한 그 어떤 아이돌보다 더 ‘센 캐릭터’들이다. 생일로는 맏형이지만 가장 앳된 얼굴로 ‘아기태일’이라는 별명이 붙어 버린 메인보컬 태일은 일찌감치 음악으로 진로를 정하고 꼬박 6년 이상을 트레이닝해온 노력파로, 체격 크고 목소리 큰 동생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 강단의 소유자다. 막내지만 묵직한 저음만큼은 가장 ‘어르신’인 피오(P.O)는 초기 멤버 오디션에서 탈락하자 순전히 오기로 10kg을 감량한 뒤 재도전해 합격했을 만큼 만만치 않은 집념을 가졌고, 오직 춤과 무대만이 관심사인 비범은 숙소에서 ‘여동생’을 키워보고 싶다고 할 만큼 엉뚱한 면도 있다. 누가 봐도 팀의 ‘얼굴’인 미남 재효는 막상 입을 열면 허당에, 숙소에 들어온 나방이 무서워 야단법석을 떨고서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멤버들을 위해” 누에나방 통조림을 먹을 정도로 팀에 대한 애정이 깊다. 물론 낯간지러운 거라곤 딱 질색, 천상 사내애들인 멤버들은 “굳이 먹을 필요까진 없었다”며 냉정한 소릴 하지만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해 쉬지 않고 투닥투닥 놀려먹느라 바쁜 이들 사이에는 한 배를 탄 고 3 수험생들 같은 거친 우애가 흐른다.
마그마가 끓어오르는 순간 하지만 거칠고 거침없는 만큼 질주하던 길 위에서 가로막힌 열정은 그 자리에 멈추는 순간 재가 되어 타오른다. 지코와 박경이 작사, 작곡의 대부분에 참여한 미니앨범 < New Kids On The Block >은 블락비의 색깔을 한층 더 뚜렷하게 드러내지만 신인인데다 대형기획사 소속이 아닌 이들에게 여전히 가장 절실한 것은 지상파 음악방송이라는 무대다. “저희한테 10분이 주어진다면 3분씩 쪼개서 3회를 출연시켜달라고 할 거예요. 아니, 다른 신인들한테 3분, 3분씩 떼어드리고 우리는 3분만 해도 괜찮아요. 우리랑 똑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 라는 말은 누구보다 그 절박함을 알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답이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느냐는 물음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우리”라고 대답하는 이들의 동력은 지금까지 뭔가를 이루었기 때문에 갖는 자부심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자신감이다. 그래서 지금은 천천히 가열되어 온 마그마가 끓어오르는 순간이다. 폭발은 예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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