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돈벌이만으로 전락한 시대
영화가 돈벌이만으로 전락한 시대
영화계는 여름 시즌이 벌써 절반이나 지나가고 있다. 유난히 속편이 많은 올해 극장가를 지켜보며, 저명한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이제 좋은 캐릭터를 찾으려면 TV로 가야 하는가’라고 묻고 있다. 영화 평론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바 있는 이버트는 최근 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들이 속편들로 가득해져 작품성 있는 영화를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지만, 지난해 가장 돋보이는 연기를 펼친 배우들로는 HBO TV 영화 에서 닥터 잭 케보키언을 연기한 알 파치노와 HBO 미니 시리즈 에 출연한 케이트 윈슬렛 등을 꼽았다.

특히 의 경우 연기파 배우인 알 파치노가 출연하고, , 등으로 잘 알려진 감독 배리 레빈슨이 참여했지만, 안락사라는 심각한 내용과 134분이라는 상영 시간 때문에 극장에서 개봉되지 못하고 결국 유료 케이블 채널에서 소개됐다. 이버트는 오락 영화가 아닌 ‘생각하는 영화’를 만들어온 능력 있는 연출가나 작가, 제작자들이 설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이제는 그들이 ‘긴 호흡’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TV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221세기 할리우드 영화는 어디로 가는가
영화가 돈벌이만으로 전락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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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성적과 각종 영화관련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전문 웹사이트 박스 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올해 개봉되는 속편은 역대 가장 많은 27편이다. 를 비롯해 , , , 등을 비롯해 과 시리즈, 시리즈 등도 개봉됐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이나 , , 등의 캐릭터나 영화 시리즈는 1편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운 수작들이 많았고 속편 중에는 나 처럼 원작을 넘어서는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근래 할리우드 속편들은 상상력이나 창의력, 독창성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버트는 20여년 전만해도 관객들은 와 같은 작품을 매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이런 작품은 1년에 두세 편 만나면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감독이나 작가가 아닌 마케팅 전문가들이 영화를 찍어내는 시대.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대거 구입했던 독립영화사들이 흥행 부진으로 문을 닫는 시대. 생각하는 드라마 제작을 포기하고 잘 팔리는 성인 코미디와 슈퍼히어로, 코믹북, 3D 애니메이션만을 만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영화사가 늘어나는 시대. TV로만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참 외로워질 것 같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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