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와 카라, 카라와 소녀시대. 일본에 3세대 한류 바람을 일으킨 한국의 대표 여성 아이돌이다. 하지만 두 팀은 일본시장의 진출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소녀시대는 지난 해 일본에서 대규모 쇼케이스를 열었고, ‘미각그룹’으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활동을 시작했다. 반면 카라는 일본의 유명 개그맨이 카라의 팬임을 밝히며 화제가 되기 시작, 단독 시트콤과 쇼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갔다. 최근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발표한 ‘Mr. Taxi’와 카라의 ‘GO GO SUMMER’는 두 그룹의 일본 진출 방식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본격! 무대탐구생활>에서 소녀시대의 ‘Mr. Taxi’, 카라의 ‘GO GO SUMMER’를 탐구했다.
소녀시대 ‘Mr. Taxi’보통 아이돌 그룹의 구성은 랩, 보컬, 댄스, 외모까지 각자의 강점을 가진 멤버들을 조합한다. 그러나 소녀시대는 각각의 특성을 가진 멤버들이 하나로 조합되는 것이 아니라, 아홉 명의 멤버 전체가 하나로 모여 완벽한 무대를 연출한다. 3분 남짓의 무대동안 쉴 새 없이 대형을 바꿔 나가면서 9명이 하나의 거대한 그립을 만드는 것이 소녀시대의 무대다. 아홉 명이 한명인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하나처럼 움직이면서도 각기 다른 개성으로 아홉 명의 존재감을 표현하는 것은 소녀시대만의 강점이다.
소녀시대의 일본 세 번째 싱글인 ‘Mr. Taxi’는 그 정점이다. ‘Mr. Taxi’는 노래 처음부터 끝까지 손동작, 동선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짜여 있다. 일본에서 발표한 음악이고 무대이지만, 일본의 특수성보다는 소녀시대의 특수성을 가장 잘 살렸다. 보통 멤버들이 파트별로 노래를 부르면, 나머지 멤버들은 그 멤버보다 뒤에서 약속된 안무를 하며 무대를 풍성하게 만든다. 하지만 ‘Mr. Taxi’는 이런 경계가 없다. ‘케도간탄니와이카나이노요’를 부르는 부분에서 태연과 제시카는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에서 노래를 한다. 노래하는 멤버를 돋보이게 하는 안무가 아니라 소녀시대 전체가 완벽한 안무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또한 ‘카쿠치데 히로스로 new style’ 부분에서 손을 한쪽씩 펴는 안무를 선보이는 제시카의 파트, ‘엔진온다케노코시테 다시보자’에서 화려한 손동작을 하는 서현의 파트 등은 개인의 파트이면서도 전체 안무의 일부로 소화된다.
여기에 양 손이나 한손으로 핸들 운전하는 손모양, 히치하이킹 하듯 엄지손가락을 뻗는 동작을 활용한 안무, 뉴욕의 택시를 연상시키는 노란 의상으로 ‘Mr. Taxi’의 콘셉트가 구현된다. 소녀시대는 한국에서 ‘소원을 말해봐’의 항해사, ‘OH’의 치어리더, ‘훗’의 본드걸 의상 등 각 앨범마다 철저한 콘셉트 아래 매번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음악에 따라 변화무쌍한 소녀시대는 흡사 무슨 옷을 입혀도 소화해내는 바비인형 같다. 일본은 물론 유럽까지 소녀시대의 춤과 의상을 따라하는 여성 팬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렇듯 소녀시대는 일본에 진출했지만, 그들이 원래 가진 특성을 더욱 강화하면서 대중을 그들에게 따라오도록 만든다. 최대한 완성도 있는 무대를 만든 뒤, 그 무대가 일본이든 유럽이든 상관없이 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대형 변화, 그리고 자유분방한 모습보다는 걸음 하나, 포즈 하나에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모습은 무대를 압도한다.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도 소녀시대를 동경하고, 따라하고 싶은 대중을 만들 수 있는 이유다.
Let`s Dance!‘Mr. Taxi Taxi Taxi’ 후렴구에서 운전대를 돌리는 듯 한 ‘핸들춤’은 DJ DOC의 ‘관광버스 춤’의 현대판. 고로, 할아버지 할머니도 소녀시대 춤을 출 수 있게 된다. 춤추다 목마를 때, ‘즉시 즉시’ 부분에서 브이자를 거꾸로 해 손바닥에 찍는 안무를 선보이자. 이것은 “여기 음료 두 병 추가”라는 암호.
Motion Capture!– ‘Mr. Taxi taxi taxi taxi 즉시 즉시’ :
윤아, 유리, 써니가 운전하는 차에 2명씩 카풀한 소녀시대– ‘I`m so fast’ :
누가 그녀를 주부애(주먹을 부르는 애교)라 칭하는가. 표정의 달인, 윙크 써니 선생 – ‘Mr. Taxi taxi taxi taxi’:
택시든 승용차든 너나할 것 없이 줄설 것 같은 소녀시대의 9명의 아우라. 늦은 새벽, 강남에서 부산까지 가는 택시를 잡더라도 승차거부 따위 없다.
카라 ‘GO GO SUMMER’ 카라의 일본 진출은 의외의 곳에서부터 시작했다. 일본 코미디언 게키단 히토리가 자신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카라의 팬임을 자처하며 개그 소재로 이용했고, 끈질긴 ‘카라사랑’에 다른 출연자들도 한국의 카라라는 그룹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척박한 일본 연예계에서 일본 개그맨에 의해 이름이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카라에게 큰 행운이었다. 이후 일본에 진출한 카라는 가장 강렬하게 그들의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무대를 택했다. ‘Mister’는 멜빵바지 의상콘셉트에 엉덩이 춤 등 기억할 수 있는 포인트가 확실했다. 카라는 ‘Mister’로 일본의 음악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엉덩이춤을 선보였고, 출연한 다른 연예인들 역시 그들의 춤을 따라하면서 자연스럽게 카라가 알려졌다.
그만큼 카라는 일본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섰고, 그만큼 친근한 이미지를 극대화 시키는 방식으로 일본에 진출했다. 한국 아이돌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시트콤 <우라카라>에 출연해 일본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선 것이 그 예다. 카라가 일본 가요계의 트렌드를 반영한 ‘제트 코스터 러브’에 이어 ‘GO GO SUMMER’로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GO GO SUMMER’ 는 상체나 손 움직임을 강조한 포인트 동작으로 발랄함을 강조한다. 일본 아이돌의 무대에서 주로 팔을 길게 뻗어주는 동작이 많은 점, 포인트가 되는 손동작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GO GO SUMMER’의 간주부분에 나오는 파라파라댄스는 일본 아이돌 그룹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동작이다. 팔을 뻗어 다리와 함께 반복적으로 움직여주는 파라파라댄스는 2000년 초반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바 있다. 파라파라댄스는 카라가 쇼프로그램에서 쉽게 선보일 수 있는 포인트 안무이자, 일본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카라는 일본 아이돌과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된 부분을 보여준다. ‘제트 코스터 러브’가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한 계기였다면, ‘GO GO SUMMER’는 보다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후렴구 전에는 주로 몸의 라인을 중요시하는 안무가 많아 카라의 성숙한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다. ‘무네노도키메키’부분에선 5명이 안정적인 삼각형 대형을 만들고, 웨이브와 절도 있게 박자를 끊어주는 동작이 많다. 반면 후렴구에서는 니콜이 후렴구의 시작인 ‘Get Ready’부분을 부르면 카라는 발랄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안무를 선보인다. ‘킷또맛떼이루’에서 머리와 엉덩이를 살짝 치는 안무, ’기리기리마데‘에서 손으로 입을 가리는 손동작은 발랄함을 돋보이게 한다.
‘GO GO SUMMER’가 한 곡에서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카라가 한국에서 쌓아온 다양한 이미지를 응축시켰기 때문이다. 카라는 국내에서 발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부각된 ‘Pretty Girl’과 ‘Honey’로 주목 받았고, 이후 ‘Mister’와 ‘Jumping’으로 강하고 섹시한 이미지까지 더했다. 다양한 콘셉트로 변화하며 소비 가능한 이미지 폭을 넓힌 카라는 일본에서 성숙하면서도 생기발랄한 이미지를 한 곡 안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 처음부터 일본에서 데뷔하며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일본 걸그룹들과 달리, 카라는 ‘GO GO SUMMER’에서 일본인들이 친근하게 느낄만한 포인트를 넣으면서도 그들의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한 것이다. 또한 카라의 다양한 모습은 멤버간의 역할분담을 통해 표현된다. 구하라와 규리, 강지영은 ‘GO GO SUMMER’에서 발랄함보다는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후렴부분 전에 보컬파트가 있다. 반면 니콜과 한승연은 주로 발랄하고 귀여움을 강조해 후렴구에서 전면에 등장한다. 한승연은 후반부에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Go on!’을 불러 전체적인 분위기를 발랄하게 띄우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GO GO SUMMER’는 카라가 일본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동시에, 한국 여성 아이돌 그룹으로서 카라의 이미지를 결합한다. 전체적으로 익숙한 스타일이기 에 보다 친근하게 카라의 음악을 받아들일 수 있고, 반면 주로 귀여움만을 강조하는 일본아이돌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한국 특유의 꽉 짜여진 구성의 무대를 선보이면서 한국 활동으로 쌓은 다양한 이미지를 혼합, 한 곡에서 표현하며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한국 아이돌의 현재 위치까지 활용한다. ‘GO GO SUMMER’는 카라가 지금 가진 것들을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그들의 장기적인 일본 활동을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Let`s Dance! 간주 부분의 파라파라 댄스는 운동장 조회시간에 활용가능하다. ‘앞으로 나란히’대신 카라의 파라파라댄스를 이용해 앞 사람과의 간격을 만든다. 그러면 조회시간 훈화하는 교장선생님의 얼굴이 구하라로 보일지도.
Motion Capture! – ‘Go on! Go Go Summer Comming up’:
여름 특별 휴가를 받은 듯 신나하는 한승연
– ‘마지막 간주’ :
손 날개 하나도 스치지 않게 안전 비행하는 수석 조종사 카라
– ‘I wish’ :
마이크가 아이스크림으로 보이는 착시현상. 카라가 ‘무대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샤이니’의 뒤를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