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올해로 창사 15주년을 맞이한다. 창립 초기에는 소속 가수가 지누션 한 팀 밖에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원타임과 세븐이, 다시 빅뱅과 2NE1이 등장하면서 YG는 점차 한국 가요계에 깊은 뿌리를 내렸고, 어느새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3강’의 하나로 굳건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YG는 얼마 전 코스닥 상장 심사를 통과했고, 지난 21일 일본의 거대 음반사인 에이백스와 YG만을 위한 전문 레이블인 YGEX를 런칭했다. YG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지금 이 순간, YGEX의 런칭 현장에서 YG의 대표 양현석을 만났다.에이벡스 측과는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게 됐나.
양현석: 빅뱅이 일본에 데뷔해서 이름을 알리는 데 에이벡스의 마츠우라 회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뵙게 됐는데 내성적이라는 점도 나와 비슷했고, 낚시를 취미로 가진 것도 비슷했다. 그래서 서로 만나면서 호감을 느꼈고, 마츠우라 회장과 직접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회사와 일하는 것보다 에이벡스와 일하는 게 더 믿음이 갔다.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일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봐 주시면 좋겠다.
“한국 콘텐츠의 질이 많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세븐, 빅뱅 등이 이미 일본 활동을 했다. 기존 활동과 YGEX 레이블 설립의 차이점에 대해 말해 달라.
양현석: 일본 진출을 하기는 했지만 지난 몇 년간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려면 오랜 기간 동안 일본에서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에서 굉장히 조심스러운 프로모션을 해왔다. 일본에서 장기 체류하거나 하지도 않았고, 빅뱅도 원래 한국에서 발표한 노래 대신 일본 레코드사에서 원하는 음악들을 했다. 하지만 YGEX에서는 YG의 음악 색깔을 일본 스타일에 맞추고 싶지 않다.
한국에서 발표한 음악 위주로 활동하겠다는 건가.
양현석: YGEX를 만들면서 에이벡스와 얘기한 첫 번째 조건이 YG의 음악을 일본시장에 너무 맞추거나 하지 않겠다는 거였다. 에이벡스도 지금 YG의 음악 색깔이 좋기 때문에 함께 하는 거지 일본 시장에 맞추려는 생각은 없다고 본다.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부터 YG가 앞으로 한국에서 발표할 음원들로 일본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왜 그런 전략을 생각한 건가.
양현석: 우리는 해외 활동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회사 중 하나다. 한국 활동이 늘 우선이었다. 왜냐하면 일본 활동에 치중할 경우 한국 활동을 등한시하면서 한국에서의 인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활동 역시 한국 활동과 동시에 이뤄진다. 한국에서 노래를 발표하면 1주 간격으로 일본에서도 발표한다. 그런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기 위해 YGEX를 만들었다. 다만 이제 아시아 투어 공연 정도는 해보려고 생각 중이다.
한국 음악이 그만큼의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양현석: 분명히 한국 콘텐츠의 질이 많이 높아졌다고 본다. 뮤지션들이 춤, 외모, 노래를 모두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보석으로 만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시스템도 점차 완성돼 가는 것 같다. 요즘은 나처럼 음악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사업이 잘 되고 못 되고를 떠나서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을 얼마든지 알리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으니까. 물론 아직 유럽에서 한류가 불었다고 보기는 이르겠지만, 아시아 바깥에서 동양인과 문화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한국 가수들을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건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 가능할까.
양현석: 내심 미국 시장도 기대하고 있다. 사실 가장 어려운 시작이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가수들이 노리는 시장이기도 한데, 미국이 워낙 넓다 보니까 직접 프로모션 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콘텐츠를 갈고 닦아서 그들에게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박진영 씨가 미국에서 열심히 오래 활동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보지만 한국을 시작으로 점점 인기를 끌면서 미국의 팬 층을 끌어들이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나 미국에서나 한국 가수를 알게 되는 게 인터넷뿐만 아니라 한국 친구들이 전파하는 게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움직임이 결국 하나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있고, 그들의 시장이 형성되면 미국 쪽에서도 안 움직일 수 없을 거다.
“일 하는 게 행복하다는 게 YG의 가장 큰 즐거움” 그렇다면 YG 음악은 그들에게 어떤 점에서 어필할 수 있을까.
양현석: 우리의 음악이 앞서나간다거나 하는 건 건방진 생각일 거다. 다만 우리는 지누션이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힙합을 중심에 놓았다. 일렉트로니카를 하더라도 힙합의 기본 틀 안에서 한다. 시대가 변하듯 음악도 변화하고 크로스오버 되면서 변화하는데, 그런 세계 시장의 기류와 발맞출 수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음악은 미국과 유럽의 영향을 계속 받아왔고, 그만큼 해외 관계자들을 만날 때도 자연스럽게 YG의 음악에 대해 말할 수 있다. 2NE1이 윌 아이엠과 작업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윌 아이엠에게 단 한 푼의 돈도 주지 않았다.
윌 아이엠과는 어떻게 작업하게 된 건가.
양현석: 윌 아이엠 본인이 2NE1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2NE1의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만약 계약 관계였다면 오히려 곡을 정해진 날짜에 냈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하고 싶어서 한 일이라 앨범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GD&TOP은 세계적인 DJ겸 프로듀서 디플로와 작업했고, 태양은 언더독스와 음악을 만들었다. 그들과는 어떻게 접촉하게 된 건가.
양현석: 주변 지인들의 접촉을 통해 비디오를 보면서 호감을 가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윌 아이엠은 물론 비욘세의 곡을 만든 디플로도 그런 과정을 통해 만났다. 얼마 전에도 디플로가 한국을 방문해서 GD&TOP과 만나 많은 곡을 만들고 갔다. 그리고 GD&TOP에게 자신의 앨범에 피처링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디플로가 미국에서 내는 앨범에 GD&TOP의 피처링이 그대로 들어간다는 얘기다. 돈을 주고 받는 작업 진행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관이 맞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도 디플로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
앞으로 YG의 목표는 무엇인가.
양현석: 일 하는 게 행복하다는 거. 그게 YG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제공. YG 엔터테인먼트
글. 도쿄=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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