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윤에서 투윤으로
Q. 어떻게 하다가 두 사람의 유닛으로 나오게 되었나.
가윤: 연습생 때 지윤이랑 처음 만난 이후로 둘이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노래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고 데뷔하고 나서 라디오에서도 둘이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자주 있었다가 작년 유나이티드 큐브 콘서트 브라질, 영국 공연에서 케샤의 ‘Blow’ 커버 무대를 했다. 그것도 원래 우리가 너무 하고 싶으니까 댄서 분들과 연습하고 영상을 찍어서 회사 분들한테 보여드리고 OK를 받아 진행한 건데 반응이 좋아서 본격적으로 유닛 준비를 하게 됐다.
Q. 포미닛 활동 때와 전혀 다른 발랄한 컨트리팝 장르의 타이틀곡 ‘24/7’을 들고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
가윤: 앨범을 준비하던 초반에는 케샤나 퍼기 같은 강한 스타일의 음악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콘서트에서 우리 무대를 보신 분들의 기대도 그럴 것 같았고. 그런데 많은 분들이 그러면 포미닛이나 현아 솔로와 겹칠 것 같다고 하셨고, 우리 생각에도 포미닛과는 달라야 할 것 같아서 여러 가지를 많이 얘기한 결과다.
Q. 지윤이 작사, 작곡, 편곡에 두루 참여했고 자작곡 ‘쎄쎄쎄’도 선보였는데.
지윤: 작곡을 본격적으로 배운지는 얼마 안 됐지만 대여섯 곡 중에 하나를 골라 공개하게 됐다. ‘쎄쎄쎄’는 원래 슬로우 잼 스타일의 훨씬 더 끈적끈적한 곡이고 콘셉트도 좀 야하고 직설적이었는데 앨범에 수록된 건 순수한 버전이다. (웃음) 앨범을 만들면서는 프로듀서님을 계속 찾아가서 의견 내고 회의에도 계속 참여하고, 나중에는 작곡가 오빠가 내 전화를 무서워하실 만큼 질기게 연락드리고 찾아갔다. BTOB의 일훈이가 랩 피쳐링을 해 준 ‘악몽’ 같은 경우는 원래 내가 랩과 노래를 다 하는 솔로곡이었는데 작업하면서 바뀌기도 했고.
‘컴맹’ 가윤의 hwp 시안 만들기
Q. 가윤이 직접 비주얼 콘셉트 시안을 만들어 제시했다고 들었다.
가윤: 그동안 포미닛은 화려하고 정형화된 무대 의상을 주로 입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었다. 원래 컴퓨터를 잘 안 하고 못 하는데 시안 파일을 만들어야 해서 여기저기 물어봤다. 인터넷에 올라온 패션 아이템 사진을 모으려는데 요새는 오른쪽 마우스 클릭을 해도 안 되는 거다. 그래서 평소 연락 잘 안 하던 친오빠한테 오랜만에 전화해 물어보기도 하고, 이미지를 하나하나 찾아 붙여 넣느라 내 평생 제일 오랜 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아마 2013년 S/S 컬렉션은 다 본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 브랜드의 예전 아이템이나 미국 동부와 서부의 컨트리 스타일도 굉장히 많이 보면서 만들었다. 대기실 같은 데서 선배님들이 빤하지 않은 의상이라 좋다고, 누가 했냐고 물어보시면 “저, 제가…” 할 때 내심 흐뭇하다.
지윤: 나는 가윤이가 처음에 ‘가윤 시안.hwp’, ‘지윤 시안.hwp’ 파일을 메일로 보낸 걸 보는 순간 이미 감동받기 시작했다. (웃음) 컴퓨터를 못해서 소셜 네트워크 활동도 전혀 안 하는 애가 진짜 프레젠테이션처럼 자료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의상, 헤어, 모자, 서스펜더 하나하나에 뮤직 비디오 스타일링까지 세세하게 나눠서 만든 데도 정성이 보였다.
Q. 상반기 중으로 예정된 포미닛 활동에서도 스타일링을 맡아보고 싶지 않나.
가윤:‘Volume up’ 때 스커트가 날리게 하는 걸 비롯해 간간히 스타일리스트 언니들에게 ‘이런 거 어때요?’ 하고 제안한 적은 있다. 언젠가 기회가 주어지면 포미닛 전체를 한 번 해 보고 싶기도 하지만, 사실 이번에는 둘이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그것도 지윤이라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윤이랑은 평소에 얘기도 많이 하고 쉬는 날 쇼핑도 같이 다니면서 어떤 게 지윤이한테 잘 어울리는지를 알고 있었으니까.
Q.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작업에도 참여할 수 있었을 텐데, 쇼핑에 대한 기준이 있다면 어떤 건가.
가윤: 너무 유행을 타는 옷은 안 산다. 괜히 남 따라하는 것 같고, 그 때 지나서 입으면 뒤늦은 느낌이 드니까. 대신 어디 입어도 티 안 나는 아이템이 좋다. ‘공항 패션’ 사진을 찍힐 때가 많은데 한 번 튀는 걸 입고 가면 다음에는 못 입으니까, 어느 옷에 입어도 새 것 같은 베이직한 아이템을 산다.
지윤: 사실 나는 데뷔 전에 굉장히 촌스러운 학생이었고 지금도 내가 남들에게 보여지는 직업이라는 걸 자주 잊는다. 아직 스스로 연예인인 것도 잘 모르겠어서 어디 나갈 때 치장하고 나가야 한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되고 사진 찍히는 데 대한 염려도 없다. (웃음) 그런데 공항 패션은 어느 순간 갑자기 중요해진 것 같아서, 원래 그렇게 신경 안 썼는데 스타일리스트 언니가 챙겨주시니까 조금 관심을 갖게 되긴 했다. 선글라스 같은 걸 사고, 평소 가윤이랑 쇼핑을 가면 가윤이가 잘 골라준다.
지윤, 사내라고 놀리지 말아요
Q. 아이돌의 필수 종목 중 하나인 예능을 둘이 소화하기엔 어떤가.
가윤: 너~무 어렵다. 열 네 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느라 TV도 거의 안 보고 살았는데 그 때는 ‘노래만 잘 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데뷔하고 보니 개인기를 계속 시키시더라.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예능 나가면 개인기 걱정이 첫 번째다.
지윤: 얼마 전에 MBC 라디오 <신동의 심심타파>에 나갔는데 신동 선배님이 가윤이 개인기 할 때까지 진행 안 한다고 하셔서 진짜 당황했다. 신동 선배님이 기다리다 지치셔서 “개 소리 못 내세요?” 하시니까 가윤이가 정말 무미건조하게 “멍멍!” 하고, 그나마 고양이 소리는 잘 낸 것 같다. (웃음)
가윤: 요즘에는 정말 뭐 하나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Mnet <와이드 연예뉴스>에서 “1더하기 1은 귀요미” 한 것도 문희준 선배님 앞이라 최대한 열심히 한 건데 결과가 영…(웃음)
Q. tvN <더 로맨틱 & 아이돌> 1기에 출연한 리더 남지현이 좋은 반응을 얻는 걸 보니 어떤가.
가윤: 언니가 그 프로그램으로 흥해서 정말 좋았다. 언니가 원래는 낯가림이 좀 있는 편인데 거기서는 솔직하게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나도 MBC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너무 직설적인 성격이라 사람들이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
Q. 원래 성격이 직설적이고 터프한 편이라면 ‘24/7’ 무대에서 화사한 의상 입고 방긋방긋 웃는 게 어색하지 않나.
가윤: 항상 어색하다. 원래 감정 표현이 적은 편이라 잘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 낯간지러워서 셀카도 안 찍는다. 포미닛은 콘셉트 상 좀 무표정해도 시크하게 봐 주는데 투윤 무대에서는 지윤이가 노래할 때 표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아우. (웃음) 열심히 웃다 보니까 입이 막 마른다. 그래도 요즘에는 좀 웃는 얼굴이 된 것 같다. 다음 번 포미닛을 이런 콘셉으로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윤: 내가 인터넷에서 웃긴 거 보고 깔깔 웃으면서 “가윤아, 이거 봐. 완전 웃겨!” 해도 가윤이는 “이게 뭐가 웃겨?” 하지만 굴하지 않고 매일 보여준다. 웃을 때까지. 하루 한 두 번씩 꼭. (웃음)
가윤: 그런데 지윤이가 자꾸 강아지 사진 보여주면서 귀엽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털이 있는 동물을 좀 무서워한다. 앨범 재킷 사진에서 병아리랑 같이 사진 찍은 건 일이니까 참을 수 있었지만, 뱀을 좋아하는 이유도 털이 없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기르고 싶었는데 멤버들이 무섭다고 해서 포기했다.
Q. 지윤은 톰보이 콘셉트와 달리 섬세하고 남을 잘 챙기는 성격 같다.
지윤: 샤랄라한 의상 같은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여성스럽다고 생각한다. 요리 좋아하고 사람 챙기고. 옷은 정장이나 가죽 재킷, 커리어 우먼 스타일을 좋아하고 짧은 머리를 하고 다니니까 마음까지 남자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웃음) 내가 강철이 아니고 강심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주면 좋겠다.
스물네 살 가윤 & 지윤의 꿈
Q. 2009년 데뷔해서 햇수로는 5년차다. 남보다 이른 나이에 사회에 나와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갖게 됐는데, 데뷔 전에 꿈꿨던 것과 실제 삶에 어떤 차이가 있나.
가윤: 데뷔 전에는 K팝이라는 장르가 그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아서 한국에서의 활동만 상상했는데, 2010년 정도부터 해외 활동이 많아졌다. 일본이나 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이나 브라질처럼 먼 곳에서도 공연을 하게 되니까 신기하다. 그리고 내가 어릴 땐 H.O.T나 god 선배님들이 몇 년씩 최고의 자리에 계셨는데 지금은 매년 새로운 가수들이 수십 팀씩 쏟아져 나오고 인기라는 것도 하루가 다르니까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것에 대한 무서움도 있다.
지윤: 나는 연습생 기간이 다른 멤버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편이었다. 그래서 남들은 연습을 많이 하고 나왔지만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데뷔 전 짧은 시간 동안 포미닛 멤버로 자리 잡기 위해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며 연습을 했다. 1분 1초가 아까웠던 것 같다. 동시에 그 때는 별 생각이 없기도 했다. 가수가 돼서 어떻게 하고 성공을 하겠다는 것보다 일단 데뷔만 하자는 마음이었다. (웃음) 그런데 데뷔하고 나서 포미닛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다 보니 자부심이 생겼다. 우리가 ‘Muzik’이나 ‘Hot issue’를 할 때까지만 해도 센 콘셉트의 걸그룹이 많지 않았으니까. ‘거울아 거울아’와 ‘Volume up’으로 오면서 우리 색깔이 다소 흐려진 면이 있는데 이제부터는 다시 포미닛의 스타일을 뚜렷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다.
Q. 투윤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게 있다면 어떤 건가. 그리고 어느 정도 그걸 이뤘다고 생각하나.
가윤: 투윤이 컨트리 팝을 했다는 거, 유닛으로 나와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걸 사람들이 기억해 주면 좋겠다. 포미닛을 할 때와 우리가 너무나 다른데, 포미닛에 지윤이와 가윤이라는 애가 있고 이런 매력이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친구들이 “사람들이 ‘24/7’은 아는데 그게 포미닛에서 나온 유닛인 줄은 몰라”라고 직설적으로 말해주기도 했는데, 노래를 알아가다 보면 우리에 대해서도 알게 될 거라 생각한다. 처음 시작할 때도 꿈은 크게 가지기로 했으니까, 좀 힘들 때도 ‘이렇게 스케줄이 많은 게 어디야. 우리를 찾는 게 어디야’ 라고 생각한다.
지윤: 솔직히, 인지도가 부족하니까 인지도를 쌓고 싶었다. 가윤이라는 애는 이런 아이, 지윤이라는 아이는 이런 아이라는 걸 스타일링과 프로듀싱 쪽으로 나눠서 알리고 보여주자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그 다음이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거였는데 그건 완벽히 이룬 것 같다. 다만 대중들에게 우리 둘을 더 알리는 건 앞으로 계속 해 나가야 할 과제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이렇게 활동하는 게 너무 좋아서 실감나지 않을 때가 있다. 편의점에서 우리 노래를 우연히 듣거나 투윤 인터뷰 기사를 볼 때마다 신기할 정도다.
* 더 자세한 이야기와 다양한 사진은 월간지 <10+star> 3월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