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정글의 법칙>은 생존을 향한 고군분투의 기록이다. 처음 발을 딛는 낯선 땅에는 편안한 잠자리는커녕 숙면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가득하고, 늘 어렵사리 구하기 마련인식량은 과연 먹어도 안전한 것인지조차 쉽게 확신할 수 없다. 첫 방송이 시작된 지난 2011년 10월부터 지금까지, 김병만을 필두로 한 병만족은 오로지 살기 위해 끊임없이 만들거나 싸우고, 배워왔다. 그 과정은 매번 병만족이라는 한 작은 공동체가 어떻게 안정되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멤버들은 차차 각자의 역할을 찾았고, 정글 곳곳을 누비며 경험한 것들은 고스란히 부족의 자산이 되었다. 또 한 번 새로운 멤버들로 꾸려진 병만족이 뉴질랜드로 일곱 번째 정글 탐험을 떠난 지금,<텐아시아>가 이 흥미로운 프로그램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시간을 마련했다.김병만 다음으로 정글 경험이 많은 노우진에게 직접<정글의 법칙>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더불어 그동안 병만족의 일원으로 활약했던 인물들의 캐릭터 분석과 병만족이 정글에서 접했던 생물들을 정리한 도감도 준비돼 있으니 금요일 밤을기다리며 천천히 읽어봐도 좋겠다.



Q. 이번에는 뉴질랜드로 가게 됐다.

노우진: 제작진들이 영화 <호빗: 뜻밖의 여정>을 보고 우리를 뉴질랜드로 보내는 게 아닌가 싶다. 나랑 (김)병만이 형이 좀….. (웃음) 뉴질랜드라고 했을 때 괜히 선진국 느낌이 나니까 약간 설ㄹㅔㅆ는데, 생각해보니 좋은 데 갈 리가 없다. 분명 후미진 곳으로 찾아가겠지.



Q. 벌써 <정글의 법칙> 여섯번째 출연인데, 짐 꾸리는 일에도 좀 익숙해졌나.

노우진: 처음엔 뭘 사도 이왕이면 좋은 걸 고르고, 이것저것 다 준비했는데 몇 번 다녀오고 나니까 그럴 필요가 없겠더라. 다 망가지기 때문에 최대한 준비를 안 하는 게 준비다. 땀 흘릴 때 먹을 소금이랑 손전등 같은 필수품만 챙기면 된다. 아, 이번에는 나도 조그만 칼을 챙겼다. 원래 사냥 담당인 병만이 형만 칼을 가져갔는데, 나도 이제 형이 잡아오는 걸 좀 다듬어보려고.

“내 역할은 게스트들이 장난 치게끔 만드는 것”

&lt;정글의 법칙&gt;│노우진 “다시 정글로 가는 건 군휴가 복귀 느낌”
Q. 처음 합류 제안을 받았을 땐 이 정도로 힘들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노우진: 이렇게 생 리얼인지는 몰랐지. (웃음) 마냥 좋았다. 왜냐하면 KBS <개그콘서트>에선 길어야 5분 남짓 짜인 연기를 선보였는데, 여기선 ‘진짜 노우진’을 한 시간 동안 보여줄 수 있는 거니까. 그런데 초반에는 내 안티가 많았다. 제작진들이 멘트를 좀 맡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나 스스로도 말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과욕을 부렸던 거다. 다들 지쳐서 조용히 쉬고 있으면 ‘이러면 안 되지’ 싶어서 일부러 장난을 치기도 하고, 웃기려고 태미나 리키(김)한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니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엔 ‘쟨 일을 안 하니까 별로 안 힘든가 보네?’ 싶었던 것 같다. 아마 아직 내 얼굴이 생소하다보니 그런 모습들이 썩 재밌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을 거고.



Q. 멤버들끼리 친해지는 과정이 방송에 다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길 수도 있겠다.

노우진: 보통 정글까지 이동시간이 2, 3일 정도 걸리는데, 그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친해진다. 공항에서는 서로 존댓말을 하면서 서먹하다가, 현지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게 되는 거지. 게다가 정글에서는 힘든 과정을 다 같이 공유하기 때문에 정이 엄청나게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박)시은이나 (전)혜빈이, (박)솔미 누나 같은 여배우들도 출발하는 공항에서가 제일 예쁘지, 정글에서는 다 똑같은 사람이다. (웃음) 식욕, 수면욕, 배설욕 같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니까 성별 구분이 전혀 필요 없다.



Q. 본인이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는 성격인 게 아닐까.

노우진: 병만이 형이 내성적인 성격이라, 중간에서 내가 융화시키는 역할을 하긴 한다. 게스트들이 나를 만만하게 여기고 장난도 치게끔 만드는 역할인 거다. 학창시절에 축구를 해서 그런지 서열 파악도 빠르고, 다른 사람의 기분도 빨리 캐치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박)정철이 형 같은 경우, 얘기를 해보니까 의욕은 굉장히 센데 약간 말이 앞서는 스타일이더라. (웃음) 그래서 재미있게 해보려고 “내가 볼 땐 형이 일인자인 것 같아요. 우리끼리 한번 해보죠!” 이러면서 띄워드린다. 그걸 들은 병만이 형이 “우진아,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지” 하고 삐치면 또 달래드리고.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재미있는 상황을 만드는 거다.



Q. 두 사람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웃음)

노우진: 두 분 다 단순하다. (웃음) 꽁하게 감정을 감추고 있으면 나도 잘 모를 텐데, 싫은 게 있으면 바로 이야기를 해주니까 후배 입장에서 대하기가 편하다. 정글에서 의식주 마련하기도 힘든데 서로 눈치까지 봐야 한다면 진짜 힘들겠지.



Q. 그런 특기가 원주민들을 만났을 때야말로 제대로 발휘되는 것 같았다. 다른 멤버들보다 훨씬 더 교감을 잘하던데.

노우진: 그들도 내가 만만한 캐릭터인 줄 아는 것 같다. 내가 장난도 많이 치고 맞기도 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친근하게 느끼더라. 금방 친해질 수 있는 방법도 있긴 하다. 원주민들은 반복하는 걸 좋아하는데, 가령 내가 독특한 냄새를 맡고 막 놀라는 제스처를 할 때 그들이 웃었다면, 두 번, 세 번 똑같이 해도 또 웃는다. 개그의 기본법칙과도 비슷한 거다. 또, 병만이 형과 내가 뺨 맞고 두리번거리는 몸 개그 같은 걸 보여드리면 굉장히 좋아한다. 그럴 땐 희열을 느낀다. 물론, 정글에서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화면에 비치는 게 일곱 명이지, 제작진들까지 다 병만족”

정글은 위험요소가 많은 곳이지만, 한편으로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정글은 위험요소가 많은 곳이지만, 한편으로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Q.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긴 해도, 개인적으론 극복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 않았나. 비위도 약하고 겁도 많은 편이라고 들었다.

노우진: 나는 서울에서만 살아온 데다가, 펜션에 놀러가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릴 땐 가족들과 찌개도 같이 못 떠먹을 정도로 비위가 약했고. 그런데 정글이라는 환경에 닥치니까 뭐든 먹고, 뭐든 하게 되더라. 아마존에서 대나무를 자르다가 손을 다친 것도, 독나무 수액을 마실 뻔 한 것도 지금 생각하면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그땐 ‘이 정도만 하고 넘어가는 게 다행이다’ 싶었다. 한국에 와서 방송을 보고 나서야 ‘어우, 맞아. 내가 저랬지’ 하게 된다.



Q. 그런데 보는 입장에서는 안전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노우진: 시청자 분들이 <정글의 법칙>을 보시면서 안전불감증에 대해 많이 지적해주시는데,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우리도 그런 부분들을 다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상의 준비를 한다. 강을 건넌다고 하면 혹시 모르니 양쪽으로 배를 준비해놓고, 악어가 많은 곳이라면 총을 소지하고 다니는 식으로 말이다. 우선 우리가 다치지 않아야 방송도 계속 갈 수 있는 거니까.



Q. 출연자와 제작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리얼해보이되, 눈살을 찌푸릴 만큼 위험해보이면 안되니까.

노우진: 서로 다 믿는다. 막상 정글에 가보면, 그런 환경에서는 카메라를 의식할 수도 없다. 속일 것도 없고 숨길 것도 없고, 감정을 조절할 필요도 없다. 진짜 다급한 상황이 생기면 막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것처럼. 제작진들도 우리한테 편하게 하라고, 편집은 본인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한다. 거기서부턴 제작진의 몫이니까. 그래서 우리끼린 항상 그런 이야기를 한다. 화면에 비치는 게 일곱 명이지, 제작진들까지 다 병만족이라고 말이다. 역할이 다를 뿐이지, 같이 고생하기 때문에 다 같은 식구인 거다.



Q. 식사할 땐 다른 처지일 거 아닌가. (웃음)

노우진: 가끔 제작진들이 쉬었다 하자고 하면서 우르르 어딜 갔다가 올 때가 있다. 그러면서 “우진아, 배고프지?” 하는데 입가에 김이 이렇게 묻어 있고…. 그런데 이제는 못 본 척 한다. 그 분들이 먹는 거라고 해봤자 늘 밥, 김치, 캔 종륜데, 우리는 싱싱한 생선이라든가 단백질 있는 고슴도치, 악어고기 이런 걸 먹지 않나. 우리만 맛보기엔 아쉬우니까 오히려 드셔보시라고 습관처럼 권하게 된다. 그러니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것 같다.



Q. 결국 ‘정글의 법칙’이란 어떤 생존 팁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어야 집단이 유지된다는 의미일까.

노우진: 병만족이 그냥 조그만 사회라고 보면 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이들이 처음 맞닥뜨리는 환경 앞에서 각자 어떻게 적응해나가는지를 볼 수 있다. 가령, 나는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강을 건널 때 병만이 형처럼 뛰어들기보다는 빨리 배를 부르고 사람을 정리한다. 대처방법들이 다른 거다. 그래서 시청자 분들도 우리를 관찰하는 재미로 보시는 거지, 웃음을 기대하시는 것 같진 않다. 우리도 사람들이 <정글의 법칙>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즐기는 것에 대해 서운함은 없다.

“TV로 보는 것 이상으로 아름답고, 또 그 이상으로 힘들다”
&lt;정글의 법칙&gt;│노우진 “다시 정글로 가는 건 군휴가 복귀 느낌”


Q. 사실 뛰어난 영상미도 이 프로그램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그렇게 힘든 상황인데도, 자연이 담긴 영상은 정말 아름답더라.

노우진: 한국의 다른 방송국에서도 이런 장소에서 이런 구도로 찍기가 힘들다고 들었다. 헬리캠을 비롯해서 장비들이 좀 많은 편이다. 촬영하시는 분들도 욕심이 생기니까 시즌이 바뀔 때마다 수정해야 될 부분들을 조정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한다. 하지만 화면에 담기는 건 실제 자연의 3분의 2 정도다. 그러니까, TV로 보는 것 이상으로 아름답고, 또 그 이상으로 힘들다는 얘기다. (웃음)



Q. 더구나 온도나 냄새까지 전달되는 건 아니니까. (웃음) 멘트로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고민을 좀 하는 편인가.

노우진: 음식 같은 경우가 특히 그렇다. 제작진들도 시청자들이 어떤 맛인지 궁금해 할 테니까 자세히 표현해달라고 요구를 한다. 그런데 고슴도치 고기에 대해서 뭐라고 설명을 할 수 있겠나. 최대한 비슷한 맛으로 찾아서 말하긴 하는데, 구체적으로 똑같이 표현하기는 어렵다. 애벌레는 그냥 애벌레 맛인데, 뭐. (웃음) 맛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드셔봐야 알 거다. 다만 우린 배고픈 상태에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일단은 맛있을 수밖에 없다.



Q. 배고픔을 참는 건 이골이 났겠다.

노우진: 배고픔이라는 느낌 자체를 잊어버릴 때가 많다. 배고프단 말이 습관적으로는 나오지만 진짜 배가 고픈지는 모르는 거지. 땀을 많이 흘리다보니까 입맛이 없는데, 뭘 잡아와서 냄새를 맡으면 그때 허기가 확 느껴진다. 이렇게 가서 고생할 걸 아니까 정글 가기 전에는 항상 참지 않고 먹을 걸 다 먹는다. 갔다오면 늘 5kg 정도는 빠지기 때문에 체중조절을 할 필요가 없는 건 물론이고.



Q. 어머님께서도 출발 전에 진수성찬을 차려주시더라. (웃음)

노우진: 배고프다고 하면 새벽 한 두시에도 일어나서 밥을 주신다. (웃음) 처음으로 파푸아에 다녀왔을 땐, 내 얼굴이 새까맣게 변해있는 걸 보고 어머니께서 “이런 방송이 어딨냐”면서 속상해 하셨다. 그런데 그 이후론 걱정을 안 하신다. 프로그램 인기가 높아지니까 다치지 말라고만 하시고,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 계시더라. “야, 우진이 네가 물에 조금 더 들어갔어야지!” 이러시면서. 나는 정글에서 아무것도 못 먹고 있을 때, 가족들은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오순도순 TV를 보는 거지.



Q. 그렇게 힘든데도 정글에 계속 가는 이유는 뭘까.

노우진: 정글에 가면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소중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배고플 때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것조차 감사하다. 집에 있는 침대, TV, 하다못해 도시의 아스팔트까지 보고 싶고 내가 얼마나 편한 곳에서 살고 있었는지 새삼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보는 시야가 달라진달까. 그런데 중독성도 있다. 그 곳이 어떤 환경이고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니까 가게 된다. 내일은 또 무엇이 있을까, 하는 마음인 거지. 한국에 와서 방송을 보면 좋았던 게 많이 생각나기도 한다. 힘들게 지은 이층집에서 잘 때의 기쁨, 하늘의 별, 좋은 공기, 원주민들의 해맑은 모습…. 그러다보면 또 가고 싶어진다. 정리하자면 정글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건 군 제대, 다시 정글로 가는 건 군대에서 휴가 나왔다 복귀하는 느낌이다. (웃음) ‘어떻게 다시 적응하지? 이럴 줄 알았으면 휴가를 나오지 말걸’ 하는 기분.



Q. 살아남았다는 성취감도 있는 건가?

노우진: 마라톤처럼 완주 개념일 수도 있겠다. 마치고 나면 딱 뿌듯하니까. 이런 얘기를 들으니 한번쯤은 가보고 싶지 않나? (웃음) TV로만 보세요.



장소협조. Lou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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