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CHOICE] 고양이 사진 보기
따, 딱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극도의 게으름으로 제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내게 인간을 포함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작고 어린 생물들은 죄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들이고, 무엇보다 밀폐된 공간에 고양이와 함께 있으면 몇 분 안에 두통과 재채기가 나는 알레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지만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하느라 키우지 못하고 있는 친구를 위해 상점이나 여행지에서 마주친 고양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남들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고양이 사진을구경하고 트위터의 고양이 사진 관련 봇들을 하나씩 팔로우해 나가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컴퓨터에는 수백 장의 고양이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다.



어쩌면 고양이는 세상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동물이 아닐까 종종 생각한다. 아무 때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인간들을 똑바로 쏘아보는 당당한 태도는 물론 둥글게 구부러지는 등뼈의 유연함이나 말랑 젤리를 박아놓은 듯한 발바닥, 오밀조밀 밸런스가 딱 맞는 눈코입과 수염의 배열 등 좋은 모델로서의 조건을 타고난 덕분이다. 하지만 특별히 예쁜 고양이나 비싼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인간 따위에 관심 없는 척 하는 얼굴을 하고 인간의 생활 영역에 슬쩍 끼어들어온 고양이들의 다양한 모험은 종과 생김새를 막론하고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랑스러움이 있다. 그래서 냉장고 위에 뛰어올라갔다 내려오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고, 서랍이며 세면대며 좁은 곳마다 비집고 들어가다 장화 속에 폭 빠져버리고, 주인의 노트북을 짐짓 호기심 어린 자세로 바라보거나 먼지떨이를 향해 간절히 달려드는 고양이의 표정을 구경하는 것만큼 즐겁고 흥미진진한 일은 드물다. 특히 장난스런 주인에 의해 산타클로스 모자나 토끼 머리띠를 쓰게 된, 혹은 귀찮은 목욕을 하게 된 고양이가 심술 맞은 얼굴로 뚱하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당사냥에겐 미안하지만 일상 속 지친 마음을 치유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버스에 올라타 좌석을 한 자리 차지하고 꽤나 긴 여행을 했다던 길고양이의 도도한 자태역시 요 며칠 떠올릴 때마다 슬며시 웃음이 떠오르게 해 주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고양아, 그 날 집에는 잘 돌아갔니?



사진제공. 호호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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