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3> KBS2 월-화 밤 10시
정인재(장나라)는 자신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딜레마 상황에 처하게 되면 반드시 선생님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가르쳤다. 남순(이종석)은 가만히 있으면 흥수(김우빈)가 다치고, 시험지를 훔치는 “나쁜 짓”을 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는 대신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세찬(최다니엘)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네가 스스로 풀어야”한다는 핀잔이다. 아이들은 시험문제를 유출하거나, 친구를 괴롭히거나, 친구의 교과서를 망가뜨리는 일이 나쁜 짓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선생님들도 “그렇게 가르치고 부모도 그래라 하고 학교도 어쩔 수 없다고 그냥 내버려두”기 때문이다. 모범답안을 만들어 놓고, 정작 스스로 푼 답에는 낮은 점수를 주면서.
정인재는 학교 밖에서 싸우는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교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교실은 학교 밖보다 더 깊은 지옥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기에 정인재는 너무나 약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손으로 아이들을 때리는 것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차디 찬 교실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눈물을 흘린다. 그래서 이 작고 약한 선생님이 쓴 문장에서 줄쳐야 할 부분은 “아직은”이다. 만약 풀 수 없는 문제의 답을 함께 찾아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오늘의 삶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온 힘을 다해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학교라는 이름의 지옥에도 꽃이 필 수 있을 것인가. <학교 2013>은 이 질문으로 그 시절을 지나왔으나 여전히 지옥인 현실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두드린다. 거꾸로 봐야 겨우 보이지만,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그리고 “아직은” 어딘가에 있어야만 하는 2013년의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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