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미친 토끼’가 되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구나”
지난 11월 1일 열린 MBC <보고싶다> 제작 발표회 때만 해도 아직 어색한 기운이 감돌던 박유천, 윤은혜, 유승호는 지난 12월 17일 경기도 양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에게 자주 농을 치며 웃었다. 유승호는 “은혜 누나가 제일 좋다. 정말이다. 성격도 의외로 털털하고 잘 맞는 것 같고, 정말 좋다”고 적극적으로 친분을 드러냈고, 박유천은 유승호의 오열 연기에 “감명받았다“고 말하며 칭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탁월했던 아역 연기로 눈길을 끌었던 5회 분을 지나 두터운 멜로와 은근한 스릴러를 함께 선보이고 있는 <보고싶다>는 중반을 넘어 대단원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이를 이끌고 있는 세 배우를 만났다.

박유천 “흐름상 슬픈 결말을 맺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박유천 “‘미친 토끼’가 되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구나”
올려 붙인 헤어 스타일은 100% 내 의견이었다. 스토리 전개상 감정선이 바뀌는 시점과헤어 스타일의 변화 시점이 맞물려 있어 타이밍이 적절했던 것 같다. 머리를 올려서 연출하다 내리니까 사실 뭔가 굉장히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 (웃음) ‘머리 내리고 찍어야 하는 연결 신들 다 찍고 반응 봐서 다시 올려야지’ 라고 생각했다.

한 회, 한 회 울어 오면서 이젠 우는 것에 적응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웃음) 개인적으로, 흐름상 슬픈 결말을 맺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청자들에게도 더 여운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면 해피엔딩은 좀 무리일 것 같다.

(여)진구가 연기한 한정우를 최대한 그대로 가져오려고 많이 노력했다. 한정우는 14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모습 그대로, 그때의 생각 그대로 남아있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투나 행동 같은 것들도 중학생 한정우의 그것 그대로 남아있어야 했다. 매일 놀이터에가서 그네를 탈 때 발로 땅을 차는 행동을 비롯해 4회 정도까지 모니터를 굉장히 꼼꼼하게 해서 지금의 한정우에 반영했다.

정우처럼 자주 욱하지는 않지만 자기감정에 충실하다는 점에서비슷한 면이 있다. 예전에는 좀 많이 욱하는 편이었는데, 여유로워지고 나서 (웃음) 그런 성격이 많이 사라졌다. 요즘은 아무리 많이 욱해봤자 2~3년에 한 번 정도다.

‘‘미친 토끼’가 되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구나’하는 생각을 4~5회 넘어가면서 계속 했던 것 같다. 감정적이고, 순간적으로 미치는 연기라 힘들 거라는 생각은 물론 했었다. 그런데 이 정도로 힘들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웃음) 순간적으로 폭발해서 발산하는 게 참 힘든 것이더라. 그래도 조금씩은 자유로워지고 있다. 5회 때에 비하면 지금은 꽤나 익숙해진 것 같아서 뿌듯하다.

(유)승호에게선 이전부터 진지한 모습이 많이 보여 그런 성격인 줄만 알았는데, 함께 촬영하면서 굉장히 유쾌하고 밝은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요즘 승호에 대해 말해보자면, 이유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귤을 그렇게 까먹는다. 아마도 외로워서 그런 것 같다. (웃음)

촬영이 끝날 때쯤이면 영덕게 철일 것이다. (웃음) 작품이 끝난 후에 꼭 스태프들과 함께 모여 영덕게를 먹고 싶다. 그리고 만약 시청률이 20%가 넘으면윤은혜, 유승호와함께 <보고싶다>의 이름으로 귤과 쌀을 불우한 이웃에게 보내드리겠다.



윤은혜 “조이를 어두운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박유천 “‘미친 토끼’가 되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구나”
(유)승호와 6년 전에 KBS 연기대상에 함께 참석한 사진이 기사화 된 걸 봤는데 충격이었다. (웃음) 지금 내 앞에 있는 승호는 멋있고 남자답고 스무 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른스럽기에 현장에선 나이를 그다지 인식하지 못했다. 그 사진에서 꼬마 아이였던 승호를 보는 순간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세월이 무서웠다. 이제껏 작품하면서 한 번도 죄 짓는 마음으로 연기해본 적이 없는데 참… (웃음) 몰입을 위해, 그 기사와 사진을 보지 않았어야 했던 것 같다. 하하.

MBC <커피 프린스 1호점> 이후로 오랜만에 다른 것엔 신경을 덜 쓰고, 드라마에만 집중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개인적으로,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었는데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전반적으로 우는 신이 많은 드라마라, 3주 내내 울기만 한 적도 있다. 정말 진이 다 빠지기도 하지만 극의 후반부에만 감정을 터뜨리지 않고, 전반에 걸쳐 감정선을 확 드러내보고 있는 것은 배우로서 참 좋은 경험인 것 같다.

조이의 화려한 스타일은 그녀가 자신의 과거를 잊고, 새 삶을 살고자 취하게 된 변화다. 이미 직업상으로 패션 디자이너가되었고, 화려한 삶을 살지 않나. 세상에 한 발씩 내딛고 밖으로 나오는 과정 중에 이러한 화려함을 더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작가님도 말씀하셨고 나도 역시 같은 생각인데,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이유로 조이를 어두운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성격상 누가 입혀주는 대로 입거나 하지는 않고, 의상 스태프들과 감독님과 의상 콘셉트 상의를 함께해서조율한다. 이번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예전보다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는 중이다. 상대 배역의 옷들까지 다 신경을 써야 될 때도 있고, 뒤의 상황까지도 맞추어 의상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촬영이 너무 일찍 끝나서 집에 가면 우울하고 외롭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기분이 되기도 한다. 촬영 현장이 너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스태프들과 배우들과 호흡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을 얻고 즐거워진다.

유승호 “생애 첫 투표가 설렌다”

박유천 “‘미친 토끼’가 되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구나”
다리를 계속 절다보니 골반이 좀 아프다. 게다가 사실 가끔씩 연기하다가 어느 발이 아픈 발이었는지 헷갈린다. 하하하. 급하게 행동하는 연기를 하다가 순간 발이 다 나은 것처럼 움직였을 때도 있었고… 촬영 초반에 해리의 아픈 발에 얽힌 실수들을 많이 했다.

아역 연기를 많이 해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확히 예를 들긴 어렵지만 ‘이 부분을 이런 식으로 연기해버리면 아역 연기가 되어버리니까 다른 식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나는 연기를 따로가르쳐주는 사람이 없고 늘 혼자 했었는데 항상 대본을 더 많이 보려고 하고 있다. 어머니께서 같이 대본을 보면서 연기를 봐주시기도 한다.

기가 센 성인 역할을 처음으로 하고 있는데 해리는 사실 나조차도 아직까지 이해가 잘 안 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조이를 만났을 때와 정우를 만났을 때의 해리는 매우 다르다. 마주한 사람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지는 것인데 이런 모습들이 내겐 무척 생소하지만 최대한 담아내려고 하고 있다.

해리의 방, 벽 너머에 있는 비밀의 방은 대본에 정말로 ‘비밀의 방’이라고 쓰여 있는데, 해리가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유일한 장소다. 아직 극 중에서 해리는자신의 분노를 다 표출하지 못한 것 같다. 사실 지금은 해리가 그 분노와 표출 사이에서, 조금 어려운 지점에 있는 상태인데 비밀의 방 안에서만 보여주는 ‘싸이코’ 같은 모습을 완전히 다 펼쳐내는 장면이 대본에 그려지기 시작하면 연기하기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고싶다>가 결방하는 19일엔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됐다. 처음 하는 것이라 어떻게 해야할 지 사실 잘 모르겠는데 (웃음), 어쨌든설렌다. 나도 이제 성인인가 하는 걸 느끼기도 하고 성인이 되어 시작하는 하나 하나가정말 설렌다. 운전도 할 수 있고, 투표도 할 수 있고… 법적으로 가능한 나이가 됐다는 게 신기하고 즐겁다.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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