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국경도, 나이도 초월한다지만 은 사랑이 종은 물론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뛰어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몸을 가진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뱀파이어는 물론 늑대 인간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랑을 받는데, 물론 여기에는 그녀의 뛰어난 미모와 고유한 분위기가 한 몫을 한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인지라 사람의 미모는 영원한 것이 아니며, 실제로 에서 벨라는 임신으로 흉측한 몰골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두 종족의 애정을 독차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의사소통 능력에 힘임은 바 크다. 이성 앞에만 서면 왜인지 작아지는 사람들이라면 다음의 다이얼로그에 주목하자. 평범한 인간들은 관절 수축 없이는 듣기 어렵지만 인기관리에는 효과만점인 벨라식 회화의 에센스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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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화의 기초 –
에드워드: 얼마나 오랫동안 널 기다려왔는지 모를 거야. 사자가 양과 사랑에 빠졌네.
벨라: 바보 같은 양
에드워드: 정신 나간 사자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아무리 상대방이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정색하거나 무안하게 만드는 것은 금물. 자신의 상식 안에서 최대한 상대방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며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을 자신의 소울 메이트로 인식하게 된다.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구수하게 “이- 이, 이”만 반복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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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축하 받을 때 –
에드워드: 벨라, 네 생일은 축하받을 일이야.
벨라: 하지만 나이는 안 그래.
에드워드: 네 나이? 훗. 내겐 18살이 모두 어린애 같은데 뭘. 나이 걱정은 하지마.
벨라: 이제 너보다 한 살 더 많아.
에드워드: 아냐 그렇지 않아. 난 109살이거든.

남자가 주는 것을 무조건 넙죽넙죽 받는 여자는 남자를 쉽게 질리게 만든다. 좋은 자동차랄지, 해외여행, 새로운 생명은 잘 받지만 생일 축하와 같이 당연한 것을 받을 때 의외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남자는 당신을 반전 있는 강남 스타일의 여자로 인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연상녀라는 약점을 남자가 지적하기 전에 먼저 노출해 공격을 원천 차단함과 동시에 남자의 호적상의 나이가 109살이라는 사실을 공표하는 기술은 칭얼대기의 기본으로, 이 역시 적절히 사용할 시 귀하게 큰 티를 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테크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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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과 할 때 –
벨라: 어젠 미안했어. 난 그냥……
에드워드: 사실 최고로 좋은 밤 톱 텐 중의 하나였는 걸.
벨라: 그런 것도 있어?
에드워드: 너와 함께라면 가능하지. 1위는 네가 나와 결혼하기로 한 밤이야. 미시즈 퀄렌.
벨라: 지금은 21세기야. 이름도 붙여야지.

사과를 할 때는 빨리, 간결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상대방이 괜찮다고 응답할 때는 더이상 미안한 감정을 지속시키지 말고 재빨리 다른 화제를 찾아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신나서 자신이 좋았던 밤을 먼저 떠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좋았던 밤을 이야기 하도록 유도하는 태도다. 뱀파이어보다 비밀스럽고, 은밀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의 디테일은 가능한 상대방에 의해서 설명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야기에 적절히 반응해 준 뒤, 미안함이 완전히 잊혀졌다면 재빨리 “21세기” 등을 언급하며 상대방의 약점을 다시금 지적해 주어야 한다. 실제로 벨라는 이 대화 후, 떠나려는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을 붙들기 위해 그에게 키스해 줄 것을 원한다. 미안함이 지속된 상황이라면 그러한 행동은 불가능 했겠지만 이미 대화의 주도권을 탈환한 상황이기에 그녀의 행동은 큰 비난을 받지 않는다. 감정은 누적되지 않게, 하지만 권력은 차곡차곡. 기억할 기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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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설득할 때 –
벨라: 남자아이면, EJ . 에드워드 제이콥
로즈: 좋아, 그리 나쁘지 않군. 딸 이름은 뭐야?
벨라: 우리 엄마 이름을 쓰려고, 르네와 에스메. 그래서 르네즈메로 하려고.
제이콥: 르네이스미에?
벨라: 너무 이상해?
제이콥: 아아…
에드워드: 전혀 이상할 것 없어. 예뻐. 그리고 고유하지. 지금 상황과 딱 맞는군. 난 르네즈미가 좋아.

3인 이상이 참여하는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감이다. 아기의 이름을 정하는 중요한 이슈에 대해 벨라는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제이콥,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으며 두 사람을 다 대화에 참여시킨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맥거핀으로, 실제 벨라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딸의 이름은 르네즈메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탁월한 사전작업과 더불어 주목할 것은 “너무 이상해?”라는 한마디. 제이콥과 경쟁하고 있는 에드워드는 벨라가 설명해야 할 르네즈메의 장점을 자신이 알아서 이해해 버린다. 설득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이해 당사자에게 자연스럽게 떠 넘겨버리는 궁극의 비기인 것이다. 참고로, 혹시라도 너무 무리한 제안에 상대방이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하더라도 당황하거나 사과하지 말자. 침착하게 “제가 뭐라고 했나요?”라고 되물으면 앞의 말실수는 자연스럽게 무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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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따져 물을 때 –
벨라: 내 딸에 각인됐다고?
제이콥: 어쩔 수 없는 걸 알잖아.
벨라: 아직 갓난아기야!
제이콥: 그런 거 아니야.

나의 잘못은 빨리 지워야 하지만, 타인에 대한 의혹은 꼼꼼하게 추궁해야 한다. 설령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정확한 진실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의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이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뱀파이어 며느리의 태도인 것이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갓난아기”라는 대목을 강조해 의심의 당사자를 다시 한 번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것은 본인의 감정을 정당화 할 수 있으므로 효과적이다. 물론 의심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본인의 입으로 말하지 않고, 상대방이 스스로 지적하게 만들어야 한다. 침실에서 벨라가 “뱀파이어는 안 자잖아”라고 말했을 때 에드워드가 “자는 곳 아니야”라고 대답하는 것 역시 같은 기술이 사용된 대화라 할 수 있으며, 적절할 때 “시간 배분”을 문제 삼아 보호해 줄 진행자가 없다면 더더욱 갈고 닦아야 할 기술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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