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의 힘이란 연상 작용에서 비롯되기 마련입니다. 음악이 흐르던 장면을 떠올리는 것은 결국 그 순간의 감정까지 불러내는 일이니까요. 아델이 새 007 시리즈를 위해 만들고 부른 노래 ‘Skyfall’은 그런 점에서 올해의 영화음악으로 손에 꼽힐만합니다. 영화의 도입부를 장악하는 그녀의 노래는 007의 브랜드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이야기의 매듭으로 가득한 장면을 감싸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 노래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본 적 없는 장면들을 떠올리고, 기억에 없는 순간을 음미하게 만들며, 반사적으로 제임스 본드의 실루엣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마치, 007 고유의 감수성과 의 대본을 잘 빻아 새카만 음표로 새로 빚어낸 것처럼 노래는 영화의 보조 수단이 아닌 또 다른 버전으로 기능하지요.

틈 없이 영화에 밀착하기 위해서, 노래는 치밀한 재단의 과정을 거쳤음에 틀림없습니다. 건반으로 시작하는 음악은 불현듯 등장하는 현악으로 긴장의 고삐를 조이고, 풍성한 오케스트라에 힘입어 스케일의 너울을 크게 펼칩니다. 그 과정은 지극히 교과서적이지만, 그래서 음악은 클래식한 매력을 획득합니다. 그리고 차츰 넓어지는 음악 안에서 아델의 목소리는 격앙되거나 주춤거림 없이 제 중심을 지켜냅니다. 특유의 창법에서 리듬감을 지우고 밀도를 더한 목소리는 꼿꼿하기에 더욱 섹시한, 제임스 본드의 매력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 남자의 임무를 돕고, 관객들과 사랑에 빠지고, 그것이 본드 걸의 역할이라면 의 본드걸은 아무래도 아델입니다. 두고 보세요, 그렇게 기억될 겁니다.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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