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뉴스특보-태풍 덴빈 > KBS 목 저녁 7시
불과 삼일 사이에 태풍 두 개가 연이어 한반도를 통과한 이례적인 상황에서 가장 분주했던 곳은 방송사였다. 방송사들은 실시간으로 태풍 경로와 기상 현황을 보도하면서 이 긴급한 상황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놓치지 않고자 했다. 이 가운데서 정작 태풍의 위력보다 두드러진 것은 태풍 보도인지 재난 방송인지 구분되지 않는 방송 태도의 문제점이었다. 태풍 볼라벤이 상륙하기 전부터 그 역대급 규모와 위력에 초점을 맞추며 위기감을 부풀렸던 방송사들의 태도는 한반도가 본격적으로 태풍 영향권에 들어선 뒤부터는 더욱 경쟁적으로 변했다. 그 중에서도 27시간 연속 태풍 보도라는 기록을 남긴 KBS 뉴스특보는 과연 방영 내내 강조한 재난 주관 방송사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방송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예컨대 29일 밤 KBS 에서 태풍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전국의 자사 기자들 모습을 엮어 내보낸 영상은 이 특보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압도적인 자연과 그 앞에서 휘청대는 나약한 인간의 대비로 극대화된 재난의 스펙터클은, 이를 안전한 스튜디오에 앉아 차분하게 지켜보는 앵커들의 시선에 안방 시청자들의 시선을 일치시키며 그 풍경을 더욱 대상화한다. 그리고 어제 저녁 7시 뉴스특보는 그 모순이 더욱 두드러졌다. 태풍이 점차 한반도를 빠져나가며 영향력이 차츰 약화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은 여전히 각 지역에 나가있는 기자들의 현장에 집중되며 폭우와 바람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를 강조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현재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묻는 스튜디오 안 앵커의 질문과 “태풍의 영향에서 멀어지며 바람도 점차 잦아들고 있”다는 현장 취재 기자의 보고가 부딪히는 아이러니한 풍경으로 나타났다. 두 차례의 태풍은 지나갔다. 하지만 방송사는 피해 보고보다 더 중요한 후속 보도에도 그만큼 열심일 수 있을까.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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