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2012 EBS 목 밤 10시 20분
카메라는 차가운 눈으로 덮인 스웨덴의 한 시골을 비추지만 이상하리만큼 따뜻함이 느껴진다. 소를 키우는 일에 평생을 바친 브릿과 그런 언니가 지긋지긋한 잉거의 삶을 다룬 는 느리지만 고집스럽게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로 감정의 온도를 높이는 작품이다. 12마리 소에게 일일이 이름을 지어준 79세 브릿이 소를 돌보는 모습과 그런 언니를 도와주면서도 연신 “이렇게 많은 소가 도대체 왜 필요해?”라며 불평하는 잉거는 그 자체로 한 장의 사진처럼 아련하게 담긴다. 인간은 배제한 채 새가 우는 소리, 고양이가 조용히 밥을 먹는 모습, 안개 낀 숲 등 자연의 풍광을 담은 많은 장면도 자매와 함께 작품의 삼박자를 이루며 안정감을 준다. 그렇게 는 오래 두고 감상하는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피터 게르디하그 감독의 이 같이 느릿한 시선은 그가 담으려는 고향의 이미지와 만나 더욱 돋보인다. 브릿 방에 걸려 있는 그림과 ‘시간이 흘러도 고향은 나의 사랑’이란 문구는 감독이 그리고자 하는 세계를 집약하며 카메라가 왜 자매와 그들의 농가를 풍경화처럼 담았는지도 설명한다. 분명 시간은 더디게 흘러가지만 차곡차곡 쌓이며 그 안에서 변치 않는 아늑함을 주는 것이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편성을 얻은 브릿과 잉거의 고향은 스웨덴의 한 농가에 한정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저마다의 고향으로 확장된다. 건강이 좋지 않은 잉거가 무리하게 언니를 도와주다 사고가 나고 소의 건강을 지적한 시청 직원들이 수소 한 마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사람은 변하고 시간은 흘러도 그 모든 것을 품는 고향은 어느새 보는 이에게도 평온함을 준다. 화려한 편집이나 효과는 없다. 하지만 는 바로 이렇게 모두의 향수를 건드리며 ‘힐링’을 선물한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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