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앞의 세상>, 인도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 인도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EIDF 2012 EBS 화 오후 8시 50분
은 현대 인도 앞에 놓인 두 세계의 충돌을 보여준다. 인도의 전통문화와 서구문화. 그리고 이 충돌이 가장 격렬하게 일어나는 지점은 바로 여성들의 삶이다. 작품은 극단적 대조를 이루는 힌두 민족주의 여성연대 캠프와 ‘미스 인도’ 선발대회 참가자 캠프의 교차를 통해 이러한 충돌의 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전자에 위치한 여성들은 서구화에 맞서 “과거는 우리가 지켜야 할 뿌리”임을 주장하고, 후자의 여성들은 서구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인도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상반되는 가치관은 ‘인도 여성의 정체성’에 관한 생각의 차이로 이어진다. 전자의 캠프에서는 결혼과 출산이라는 “여자로서의 의무”만이 “인도 여성의 자존심”이라 훈육하며, 후자는 여성 스스로 삶을 선택할 권리와 자유가 진정한 자아를 찾게 해준다고 여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대조적인 각각의 세계 안에도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분명히 여성을 대상화하는 방식이면서도 ‘인도 여성에게 평등을 안겨주는 몇 안 되는 기회’인 미인대회, 그리고 조국과 자신을 지키는 ‘여전사’와 “온전한 여성”으로서 엄마의 길이 대립하는 힌두 근본주의의 모순. 두 캠프의 참가자인 안키타와 프라치의 교차 인터뷰는 그러한 아이러니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안키타는 미인대회가, 억압받는 인도 여성에게 꿈의 기회임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여성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사실 역시 인식하고 있다. 또한 프라치는 힌두 민족주의의 신봉자이면서도 자신에게 “옛날 방식을 기대”하지 말라며 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와 대립한다. 작품 내내 극단적으로 대립하던 두 세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교차점을 찾는다. 변화의 기로에 놓인 현대 인도의 상황과 관계없이 여성의 삶은 언제나 억압과 자유의 충돌이었다는 사실. 그녀들 앞의 두 세상은 그렇게 인도 여성의 부조리한 사회적 조건이라는 하나의 풍경으로 합쳐진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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