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 필요해>, 연애로 보는 성장의 법칙](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072707345371220_1.jpg)
석현(이진욱)은 지훈(김지석)과 밤을 보내고 온 열매(정유미)에게 “우리 사이에 침묵은 반칙”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 말대로라면 지금까지 반칙을 해온 것은 석현이었다. 그는 동생 기현(김새론)이 수목원에서 쓰러졌던 그날 이후 모든 문제의 순간에 침묵을 선택했다. 먼저 결혼 이야기를 꺼낸 것이 석현 자신이었음에도 그는 열매를 자신과 동등한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았다. 고통의 순간 열매를 밀쳐낸 석현이 일방적으로 베푸는 배려와 사랑은, 열매에게는 구걸해서 받는 사랑으로 느껴질 뿐이다. 열매가 결혼에 집착하는 것은 결혼이 두 사람의 미래를 보장하고 사랑을 확인해주는 동시에, 자신을 현이 지닌 고통을 공유할 수 있는 동반자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서로가 동반자가 될 수 없을 때 석현과 열매에게는 함께 해온 과거만이 있을 뿐이다.
반면 지훈은 열매와의 싸움에서 대화를 선택한다. 지훈이 자신을 한 명의 어른으로, 동등한 위치의 동반자로 인식할 때 열매는 상대를 위한 희생을 말할 수 있는 어른으로 변화한다. 그것은 석현이 모르는 열매이다. 열매가 이기적이고 자기주장만을 해왔다면, 석현 역시 상처받은 열매를 대할 자신만을 생각하면서 이기적이었으며 침묵으로 자기주장만을 해왔다. 석현의 후배 시나리오 작가인 나현(김예원)은 그가 어른인 줄 알고 좋아하게 되었지만, 약한 사람이라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나현의 고백은 석현에게 약한 자신이라도 사랑받을 수 있음을, 약해도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집을 중심으로 돌고 돌던 열매의 사랑은 지훈을 만나 새로운 길로 향하고, 석현은 집을 나가는 열매를 붙잡으면서 숨겨왔던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과거로 남겨지지 않기 위해서는 석현도 새로운 걸음을 걸어야만 한다. 설령 그것이 석현 자신과 열매에게 고통을 안겨줄지라도.
글. 김지예(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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