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중: SBS 에서 세상의 의혹을 파헤친다. 동시에 의 소재가 될 법한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을 연기할 수 있다. 아주 무표정한 얼굴로.
김상중
김태영: 김상중이 다방 DJ를 하며 썼던 가명. 경희대 앞 금성다방에서 DJ를 하던 사촌형이 군대에 가면서 김상중에게 DJ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당시 음악과 연극에 관심이 많던 그는 한 달 동안 DJ를 했다고. 문제는 당시 그가 10대였다는 것. DJ를 하는 동안 김상중은 교복 자율화 덕분에 사복을 입고 머리를 길러 성인인척 했다. 또한 학교에서는 지나친 장발로 교사들에게 지적을 받았지만 전국청소년연극대회에 나가 우수 연기상을 수상해 용서받기도 했다. 말 그대로 끼로 가득했던 10대.
배종옥: KBS 의 상대역. 10여년이 지나 재회한 SBS 에서는 중년 부부였지만, 에서는 티격태격하는 청춘 커플이었다. 끊임없이 싸우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두 남녀의 모습은 큰 화제를 모았고, 자신의 속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배종옥과 달리 냉담한 표정으로 할 말 다하며 받아치는 김상중의 캐릭터는 큰 화제를 모았다. 표정의 변화는 별로 없지만, 결국 감정 표현을 할 것은 다 한다. 열연이 곧 연기를 잘하는 것으로 인식되곤 했던 한국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포커페이스의 등장. 김상중은 스스로에 대해 “날카롭고 냉철하고 자기 절제와 의지가 강한” 성격이고, “특별히 선호하는 역할보다 어떤 인물이든지 본인만의 독특한 색깔을 낼 수 있다면 만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동건: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상중은 당시 여동생을 억울하게 잃고 사회의 가진 자들을 향해 복수를 다짐한 채 문자 그대로 ‘악마’가 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지금 SBS 에서 연기하는 기득권 정치인과 반대되는 캐릭터였던 셈. “남에게 흐트러지고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고, 현실에 지치고 여유가 없어서인지 우는 연기도 안 된다고 할 만큼 강하고 냉정한 성격이 에서 강하고 악마적인 캐릭터로 표현됐다. 김상중은 이후 SBS , SBS , 그리고 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악역을 연기한다. 덤덤하고 지적인 얼굴에 SBS 촬영 당시 특수 훈련을 받는 것에 대해 “해병대에서 다 해본 것이라 아무렇지도 않다”는 육체적인 강인함이 더해지자 어느 작품에서든 존재감을 낼 수 있는 악역이 됐다. 게다가 그의 악역 캐릭터들은 모두 나름의 사연이 있고, 그에 따른 논리가 분명하다. 의 핵심은 주인공과 김상중 사이에 벌어지는 정의 실현의 방법론에 대한 토론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역 캐릭터를 연기할 경우 다소 반복적인 톤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표정, 논리, 힘 모든 것을 가진 강력한 포스의 악역을 연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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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영화 ,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에서 특별출연한 것이 인연이 돼 에서는 정준호와 영화를 이끌었다. 김상중은 공부를 위해 고등학교에 가는 조폭 두목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뒤집었다. 정준호를 말 한마디로 지시하는 덤덤한 표정의 조폭 두목이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얻어맞으며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 것은 의 중요한 재미 중 하나였다. 김상중은 부터 의 천사, 의 철없는 로커이자 아버지처럼 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를 연기하곤 한다. 이 작품들은 그리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상중에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쌓아온 끼를 더 확실히 푸는 방법이자, 데뷔 이후 “그 열망이 식은 적이 없었다”라고 말할 만큼 좋아하는 연기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아닐까.
김수현: 김상중과 여러 작품을 함께한 작가. 김수현은 일련의 드라마를 통해 김상중을 덤덤하고 다소 유약하며, 개인주의적 성향에 자신만의 고집이 뚜렷한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러나 에서 김상중은 강력한 아버지에 눌려있었고, 에서 자신의 집에서는 결벽증에 가까운 성격을 보여주지만, 회사에서는 경영자의 명령을 충실하게 처리했다. 김수현의 작품 안에서 김상중은 바이크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중년이었고,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현실의 균열이 생기는 순간 강한 존재감을 얻었다. KBS 출연 당시 작품을 집필한 이환경 작가 역시 “카리스마가 넘치는데 개발이 안 된 연기자”라며 그에게 겉으로는 온순한 듯하지만 어느새 정적을 제거하던 야심만만한 왕을 연기하도록 했다. 실제로 김상중은 시속 270km까지 달려봤다고 할 만큼 바이크를 모는 것이 취미다. 덤덤한 표정 뒤에는 용암처럼 끓는 열정 또는 욕망이 있다. 그것을 숨기면 나 에서 보여준 덤덤한 표정의 지식인이 되고, 드러내면 카리스마적인 악마가 된다. 지금 드라마에서 가장 극단적인 두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
김명호: 판사를 석궁으로 쏜 혐의를 부인하며 법정 투쟁에 나선 인물. 이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 이 제작됐고, 이 화제가 되면서 김상중이 진행하는 에서 이 사건을 다뤘다. 사건의 단순한 재현보다 증거와 증명에 초점을 맞추면서 경찰이나 탐정의 수사과정을 재현하는 듯한 이 프로그램은 그만큼 처럼 이슈가 되는 사건을 다룰 때마다 화제가 됐다. 특히 제작진이 “부드러움과 예리함을 동시에 갖췄”고, 대사 전달력이 뛰어나다고 말한 김상중은 사건을 함께 추리하는 듯한 몰입감을 일으키는 동시에, 가 제시하는 가설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날카로운 눈빛과 좀처럼 흥분하지 않은 덤덤한 표정은 신뢰감을 주고, “몇 년 후”라는 짧은 문장을 말할 때도 강약을 조절하는 대사 처리는 내레이션만으로도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딱히 친절하지는 않지만 듣다보면 설득 당하게 만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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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에서 함께 출연하는 배우. 에서 김상중이 연기하는 강동윤은 오직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살인을 사주하고, 모든 비리를 저지른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명확한 논리로 스스로를 변호하고, 타인을 끌어들인다. 강동윤이 친재벌적인 정책을 찬성하면서도 65%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노숙자 앞에서도 복지 예산 삭감을 말하며 “노력하는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대중이 그를 지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납치당했던 아내를 되찾는 순간에도 무표정하게 팔을 벌리고, 자신의 욕망이 꺾이는 순간에만 울음을 흘리는 강동윤은 한국 드라마에서 손 꼽을만큼 가장 속을 알 수 없고, 어떤 방법으로든 꺾을 수 없을 것 같은 절대적인 악이다. 작품 속에서 늘 욕망을 절제하거나, 타의에 의해 악인이 됐던 남자가 스스로의 욕망을 인정하자 확신이 생겨났고, 확신에 특유의 냉정함이 더해지자 악마 같은 설득력이 생겨났다. 김상중의 강동윤은 한 배우가 여러 범작과 걸작을 오가며 20여년간 꾸준히 연기해온 어떤 캐릭터와 캐릭터를 설득하기 위해 해왔던 노력, 그리고 그 안에 품고 있던 성격이 한 순간 모여 만들어낸 정점이다. 드디어, 김상중이 자신의 욕심을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Who is next 김상중과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배종옥이 나온 SBS 의 연출자 김병욱 감독의 MBC 에 출연한 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