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왕후의 남자>, 속고 싶은 거짓말
, 속고 싶은 거짓말" /> 8회 tvN 밤 11시
SBS 와 유사하게 역시 외피를 벗겨보면 기본 토대는 재벌 남성과 평범한 여성의 로맨스라는 판타지다. 300년 전의 조선에서 온 김붕도(지현우)는 출중한 문예 실력을 지닌 성균관 출신의 문학가이자, 뼈대 있는 가문의 자식이다. 반면 그와 사랑에 빠지는 최희진(유인나)은 촉망 받는 신인 여배우이긴 하나 좋은 집안과는 거리가 멀다. 이 상황에서 는 김붕도 스스로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다는 설정을 영민하게 활용해 판타지를 극대화시킨다. 붕도는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 수 있게 도와준 희진을 위해 선물을 하겠다 마음먹고, 과거에서 태조 이성계로부터 하사받은 아버지의 유품을 들고 현대로 온 후 내다 판다. 그리고 몇 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받아 자가용을 구입해 희진에게 안겨준다.

자칫 그저 그런 신데렐라 로맨스물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장면이지만, 작품은 희진을 연애에 있어 주도적이고 당당한 여성으로 그리면서 구태의연함을 비껴간다. 희진은 아무것도 모르는 붕도에게 차 안에서 키스를 하며 “차는 이런 용도로 쓰인다고요”라 말하고, “(붕도가) 과거에서 온 유령일지도 모를 조상님보다는 차라리 사기꾼이었으면 좋겠다”고 고백할 만큼 자신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다. 그동안 몇 편의 로맨스 드라마들이 2, 30대 여성들의 ‘쿨한’ 연애관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던 것과 달리, 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두 남녀의 ‘밀당’이나 엇갈림을 그리는 데 쓸데없이 시간을 소모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이 작품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애교스럽지만 얄밉진 않은 유인나의 표정과 말투, 순진한 듯 따뜻한 지현우의 눈빛과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사랑스러운 로맨스가 완성되고 있다. 본다고 안 생길 걸 알면서도 속을 수밖에 없는 판타지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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