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규│키다리 청년의 담백한 매력
유민규│키다리 청년의 담백한 매력
키만 쑥 컸을 뿐 영락없이 덜 자란 사내아이였다. 애교스런 미소로 누님들을 녹일 때는 능구렁이 같은 카사노바인가 싶더니, 알고보니 이뤄지지 못한 짝사랑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순정파였다. 경종(김민석)과 토닥거리면서 우정을 쌓아가고, 밴드 안구정화를 위협하는 녀석들과는 주먹다짐을 하며 의리를 지켰다. 그렇게 tvN 의 하진은 순간순간 밀려드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서 더욱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지난해 11월 꽃미남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인 tvN 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후, 하진 역으로 스타트라인에 선 유민규 역시 신인 특유의 주저함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한 사람이다. 질문에 뒤따르는 답변에는 머뭇거림이 없고, 좋은 것과 아닌 것은 확실하게 구분된다.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며 “이마도 되게 넓고, 코도 매부리코고, 팔자주름도 심하게 패어 있어서 객관적으로 잘 생겼다고 생각 안 해요. 그냥 조합이 괜찮은 거 아닌가?”라고 쾌활하게 웃을 땐, 그의 정직함에 함께 웃어버리게 된다.
유민규│키다리 청년의 담백한 매력
유민규│키다리 청년의 담백한 매력
남다른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무서운 속도로 자라난 키 덕분에 자연스레 모델이 됐고, 첫 컬렉션에서 무려 10개의 쇼에 서며 이름을 알렸다. 배우가 된 사연도 “솔직히 계기는 없었”다고 딱 잘라 말한다. 쉽게 이룬 성공은 “모델 별 거 아니네”라는 안일함으로 연기에까지 도전하게 만들었지만, 약 2년을 방황하고 나서야 데뷔라는 결실을 볼 수 있었다. “드라마를 하면 자기 생활은 없어도, 삶을 좀 더 타이트하게 압박해주기 때문에 모델생활 할 때보다 더 좋다”는 그의 제법 어른스러운 말은 그래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말 속에 치열하게 노력하겠다는 패기도,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도 담지 않는다. 다만 “연기는 너무 재미있는 것 같다”는 단출한 소감만이 있었다. 그러나 ‘좋아한다’는 진심이야말로 모든 일의 근본인 법이다. 명쾌하고도 담백한 출발이다.
유민규│키다리 청년의 담백한 매력
유민규│키다리 청년의 담백한 매력
My name is 유민규.
1987년 9월 18일에 태어났다. 엄마는 굉장히 쿨한 성격이시고, 아빠는 되게 소심하시다. 어, 아빠 인터넷 자주 하시는데. 이런 말 나가도 될까?
각각 세 살, 다섯 살 차이 나는 누나들이 있다. 그런데 작은 누나랑 옷 사러 가는 건 좀 싫다. 너무 오래 걸려서 힘들다. 내가 예쁘다고 한 옷을 사는 것도 아니면서, 왜 날 데리고 다닐까? 혹시 계산을 해달라고 그러는 건가? 설마, 서로 힘든 거 다 아는데.
큰 누나는 영화 공부를 했고, 작은 누나는 미술 쪽을 전공하고 있다. 거기에 나는 배우를 하고 있으니까, 언젠가 셋이서 일을 한 번 해보자는 계획이 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노 개런티로 할 순 없다. 받을 건 받아야지. 더불어 가는 세상인데. 하하.
고등학교 때 별명은 거미였다. 그땐 키가 되게 작아서, 몸통은 작은데 팔다리만 길다고 해서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다.
키는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10㎝ 정도 확 크더니, 그 뒤로 꾸준히 자랐다. 키가 갑자기 크니까 겁이 나서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정밀검사도 받았다. MRI도 찍고 성장판 검사도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많이 커봐야 184~187㎝ 정도일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거짓말이었어……… 한 2㎝ 정도만 작았으면 좋겠다.
큰 키 때문에 연기할 때 불편한 점도 있다. 감독님들한테 “키 좀 낮춰, 인마!” 하고 욕도 많이 먹고. 하핫. 하루는 감독님이 ‘조명 키를 낮춰라’고 하셨는데 나한테 말씀하신 건 줄 알고 얼른 숙인 적이 있다. 하도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괜히 찔린 거지.
처음에 하진 역할을 제의 받았을 땐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안 그래도 바람기 있게 생긴 얼굴이라고들 하는데, 역할까지 그러니까….. 바람기 있는 것보다는 순정파 쪽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난 진짜 카사노바가 아니라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귀를 처음 뚫어 봤다. 원래 액세서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포인트로 손목시계 같은 것만 하나 딱 있으면 되지, 귀걸이나 목걸이는 전부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어서. 그런데 막상 귀를 뚫어보니까 나쁘진 않다. 죽을 때까지 뚫고 있어야지.
밴드 안구정화 멤버들 중에서 옷을 가장 잘 입는 사람은 성준이다. 빈티지한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데, 내가 소화하긴 힘들 것 같다. 현재도 옷을 잘 입고, 민석이는 아직 본인이 직접 스타일링한 옷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엘이야 뭐, 자기 옷 입을 시간이 별로 없지 않을까. 스케줄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멜빵 하는 거, 바지 롤업해서 양말 보이게 신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여름에는 티셔츠만 입고 그 위에 멜빵을 메고 다닌다. 일부러 바지를 복숭아뼈까지만 오게 맞춰 입는 경우가 있는데, 간혹 가다 “너는 바지가 짧아서 이렇게 입는 거지?”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하하하. 참, 수트 입고 코트 걸치는 것도 좋아한다.
검도를 17년 정도 했다. 쑥스럽지만 중학교 때 한 번, 고등학교 때 한 번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다. 검도는 호면을 쓰고 하니까 동체시력도 좋아지고, 운동도 되게 많이 된다. 힘들다고 빨리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은데 2년 정도 해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운동은 당구 빼고 거의 다 좋아한다. 운동 욕심이 많아서 시작하면 장비를 다 사야 하는 편이다. 작년에는 볼링을 시작했는데 재미있네? 이러면서 장비 사고, 웨이크보드 장비도 사고. 당구는 가만히 서서 하니까 별로 재미가 없다. 열 번도 채 안 쳐봤다. 땀을 빼면서 해야 운동이지!
원래 온라인 게임을 즐겨한다. PC방은 잘 안 가고, 주로 집에서 한다. 요즘에는 친구가 추천해줘서 LOL(리그 오브 레전드)을 즐겨하고 있다. 예전에는 와우를 했는데 나름대로 그 세계에선 좀 유명했다. 후후. 서버는 티리온 서버, 아이디는 유민규였다.
히어로물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건 . 올 여름에 나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해보고 싶은 건 몸을 써야 하는 액션물이나 스포츠물이다. 강백호 같은 캐릭터라면 좋을 것 같다. 뭐 여자들이야 서태웅이나 윤대협을 더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강백호가 더 매력적이다. 멍청한데 똑똑한, 그런 거?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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