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KBS 는 시즌 2의 예선 참가 신청을 마감했다. 600팀을 훌쩍 넘는 수많은 밴드들이 지원했고, 그 중에는 스타라 불릴 만큼 유명한 밴드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이는 화제성을 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나, 한편으로는 경쟁의 시스템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수많은 밴드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점에서 에게 벅찬 한편, 달리 공중파 출연의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은 인디 밴드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어깨가 무거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24일 1차 예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를 위해 앞으로 이 방송이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 모델을 정리해 보았다. 뼛속까지 음악 방송이되, 음악 이상의 것을 담아내야 하는 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는 당부다.

<톱밴드>가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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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도, 프로도 참여가 가능해졌다. 는 참가자의 기준 상한선을 해제함으로써 문턱을 낮췄다. 사전 선호도 조사에서 큰 점수를 얻은 팀과 예선전에서 살아남은 팀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경연에 참여할 자격을 얻게 된다.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가능한 골고루 기회를 주겠다는 이러한 지향은 KBS 을 연상시킨다. 가사가 완벽하지 못한 타령을 부르는 할머니와 샤우팅 창법을 구사하는 젊은이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이 가능한 은 궁극적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것보다 무대에 서는 것에 의의를 두는 방송이다. 3분 남짓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일종의 경품인 것이다. 그러므로 에서 무대 컨디션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포종점’과 ‘Live Wire’, ‘Gee’가 같은 밴드에 의해 유사한 템포로 연주 되지만 이것을 문제 삼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각 밴드의 특성을 헤치지 않을 의무가 있는 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방송은 전통적인 구성의 밴드 뿐 아니라 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팀들을 수용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아가 음악과 무대 분위기의 어우러짐이 중요한 야야의 의도를 전달하거나 파격적인 설정을 빼 놓을 수 없는 내귀에 도청장치의 분위기를 서포트 할 수 있는가. 모두가 똑같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최상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경쟁의 바탕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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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국카스텐이 의 축하 공연을 하기 위해 무대에 등장하자 방송을 처음 본 상당수의 시청자들은 이들을 우승자로 점쳤다. 마냥 웃을 수 없는 이 에피소드는 의 근본적인 맹점을 확인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양한 밴드들이 다양한 장르를 연주하는 이 경연에서 서로 다른 음악의 특징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밴드의 우위를 가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시청자들을 현혹하는 것은 목소리이며, 이것은 보컬의 역량이 경쟁 안에서 밴드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뜻한다. 지난 시즌 게이트 플라워즈는 심사위원으로부터 “보컬이 비호감”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고, 연주력이 월등하지 않았던 WMA은 보컬의 힘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 팀의 보컬리스트 손승연이 결국 Mnet 에서도 선전하고 있다는 점은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타의 보컬리스트 오디션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 는 스스로 이것이 밴드의 경연임을 상기해야 한다. 눈을 감고 목소리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밴드의 라이브가 주는 종합적인 매력을 심사의 기준으로 삼아 보다 풍요로운 음악 듣기로 안내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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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순위의 허점은 이것이 반드시 음악의 퀄리티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함량과 무관하게 인기를 누리는 행운이 포함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음악 순위는 고정된 팬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타카피처럼, 많게는 십년 이상 활동해 온 유명 밴드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번 의 불안 요소는 바로 그 세월만큼이나 공고해 진 팬덤이다. 예컨대, 해외 공연 요청을 받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칵스는 여전히 홍대라는 우물 안에 머무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에 참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물론, 신 바깥에서의 인지도에 갈증을 느끼는 이들의 고민은 타당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은 의 잠재 시청층에게는 너무나 유명한 스타다. 세상의 다윗임을 자청한 이들이 프로그램의 경쟁구도 안에서는 골리앗이 되어 버리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잘하는 밴드들이 서바이벌에서 살아남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결과가 새로운 밴드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 밴드들의 인기도를 서열화 하는 것에 그친다면 프로그램 본래의 목적은 훼손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팬들 역시. 다른 밴드보다 인기 순위가 낮은 팀을 응원한다는 서러움보다 각자에게 최고의 밴드를 응원하는 자부심이 유익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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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평등하게 적용하고, 심사를 공정하게 진행한다. 그것으로 밴드들이 평가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면, 는 새로운 차원의 평화를 구현하는 방송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음 시즌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청률의 상승이 필요하며, 오직 음악의 힘으로 이것을 구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유명 밴드들의 알려진 정보는 제작진에게 눈앞의 금광과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와이낫이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부르거나 예리밴드가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부른다면, 이것은 틀림없이 화재거리가 될 일이다. 하지만 는 가능한 출연진의 개인사와 비하인드를 외면해야 한다. 드라마의 개입이 음악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시즌, 코치로 참여했던 노브레인의 황현성이 “방송이 밴드들의 궁핍을 강조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밝혔던 것 역시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 음악 방송에 녹일 수 있는 개인사란 ‘근황’이 최대한이며, 섣부른 설명은 안하느니만 못한 법이다. 이 방송에 허락된 드라마란 오직 혜성처럼 등장한 무명 밴드가 걸출한 스타 밴드들을 물리치고 생존해 나가는 방식의 서사뿐이다. 그 외의 감동과 흥미는 음악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제작진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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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묵직한 참가 신청 명단 때문만은 아니다. 가 록페스티벌을 연상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헤드라이너 급의 스타 밴드와 신진 밴드가 좋은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페스티벌에 경쟁을 가미한 형식이 세간의 비유처럼 의 긴장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몽니피아, 데이 브레이크트랜스픽션, 피터팬 컴플렉스를 한자리에서 보는 것은 곧 이들 각자의 개성과 음악을 접하기 위해서다. 서로 다른 장르와 로컬을 존중하며 평화를 이루고 있던 균형이 경쟁이라는 하나의 지점으로 기울어진다면, 좋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나는 가수다’가 만들어낸 가장 속상한 장면은 유능한 뮤지션이 탈락하는 순간보다 경쟁에 이기기 위해 뮤지션들이 어울리지 않는 다이나믹을 시도할 때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는 더욱 경계할 일이다. 돌이켜 보면, 는 본래 전국의 모든 밴드들을 지지하며, 밴드의 꿈을 꾸는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최종 우승한 톡식의 프로페셔널 못지않게 기억되는 것은 예선 1위를 기록한 직장인 밴드 S1의 열정이었다. 이제 새롭게 시작될 는 함께 꿈꾸는 후원자가 될 수도, 성찬을 지켜보는 황홀한 관객이 될 수도 있다. 후자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자는 유일하기에 절실한 기회다.

글. 윤희성 nin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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