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진│연애는 이미 시작되었다
연우진│연애는 이미 시작되었다
제법 잘 안다고 생각한 다정한 남자. 문득 서늘한 눈빛, 차가운 목소리를 마주하면 당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KBS 의 클라이막스는 살인사건도, 죽은 형의 비밀 연애도 아니었다. 여자의 사정을 몰라서 여자의 매력을 알아본다고 생각했던 남자의 속내가 드러나는 순간, 무방비의 윤혜(유다인)와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남자가 예상을 빗나갈수록 그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칠한 입술과 그렁그렁한 눈빛은 로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MBC 과 KBS 을 거치는 동안 남자든 연상의 여자든 상대방에게 항상 달콤한 미소를 보여주었던 연우진의 모습과는 분명히 다른 얼굴이었다. 그리고 의심하고 자책하고 포기하는 보통의 감정이 덧칠되면서 연우진은 알 수 없는 남자, 그래서 알고 싶은 배우가 되었다. 진지한 얼굴로 “제가 사실은 차분하고 점잖은 성격이거든요”라고 설명해 놓고, 매니저의 얼굴을 살피며 “아, 왜? 안그래요?”라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어버릴 때는 더더욱 이 남자를 알 수 없다.
연우진│연애는 이미 시작되었다
연우진│연애는 이미 시작되었다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그저 영화를 좋아했던 평범한 예비역 복학생이 배우로 변신한 마법 같은 시간에 대해 연우진은 “기회가 왔고, 걷잡을 수 없이 시작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고등학생 시절 영화만 보느라 따라잡을 수 없었던 모의고사 점수, 그래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일, 결국 서둘러 인생을 설계하는 친구들을 보며 오히려 꿈을 상기했던 경험을 되짚으며 어렴풋하게 승부욕을 도화선으로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빈 칸은 비워둔 채로, 굳이 모르는 답을 써 넣지 않는 것이야 말로 그의 진짜 원동력이다. “빤하지 않은 멜로라서” 를 선택했듯, 경험과 일상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나 자신도 모르는 연우진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그러하듯 “사람들이 연우진에 대해서 계속 궁금해 했으면 좋겠어요”라는 그의 목표는 그 자체로 기대를 갖게 만든다. 침착하게 포부를 밝히는가 싶더니 반짝, 장난스러운 표정이 스친다.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 기가 막힌 걸 보여 드려야 하는데, 하아.” 가까운가 싶으면 멀어지고, 밀어내는 줄 알았더니 바싹 당긴다.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이제 이 남자가 시청자들과 보통이 아닌 연애를 시작할 것 같다는 예감이다.
연우진│연애는 이미 시작되었다
연우진│연애는 이미 시작되었다
My name is 연우진. 소속사에서 작명소를 통해서 지어 주신 이름인데 부드러운 느낌이 있어서 좋다.
1984년 7월 5일생. 아버지와 남동생은 엄마에게 좀 무뚝뚝한 편이라 집에서는 그나마 내가 가장 살가운 남자다. 애교를 잘 부리지는 못하는데, 쇼핑도 같이 가 드리고 하는 편이다.
로 데뷔 할 때는 내가 직접 옥편 찾아가며 만든 이름, 서지후로 데뷔 했었다. 본명이 김봉회인데, 김조광수 감독님이 “그 이름으로 활동할 거 아니지?”하고 물으시길래 “에이, 설마요”하고 대답 했었지. 하하하. 항렬로 ‘회’를 쓰는데, 돌림자 같이 쓰는 형제들에게 미안하고 그렇네.
강릉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랐다. 버스를 타고 고향에 자주 내려가는 편인데, 요즘은 부쩍 외로운지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같이 그 길을 가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길이랑 풍경이 있거든.
초등학생 때는 반장도 곧잘 하고, 학예회에서 가면 쓰고 연극도 하고 좀 활달했던 것 같다. 그런데 키는 정말 작았다. 고등학생 때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이 성장 촉진제를 맞았냐고 할 정도였다. 갑자기 너무 커서 살이 틀 정도였다. 의 재광이는 욕먹고 컸다는데, 나는…… 두부 많이 먹었다. 아, 오렌지 쥬스도.
키 때문에 촬영을 할 때 좀 고생을 했다. (유)다인 씨랑 같이 바스트 샷을 찍을 때는 시선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내가 다리를 엄청 벌리고 키를 낮춰야 했거든. 그 상태에서 뒤돌아 갈 때는 진짜 힘들었는데, 현장의 사람들은 많이 웃었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진짜 영화만 봤다. 고3이 되기 전에는 수업 끝나면 집에 가서 혼자 영화를 보는 게 일상이었다. 에드워드 노튼이나 장국영처럼 배우에 꽂히면 그 사람의 출연작을 다 보고, 좋아하는 감독이 생기면 연출작 다 챙겨보는 스타일이다.
사실 가고 싶은 대학의 건축과가 있었는데, 거길 진학했다면 배우가 안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미술 선생님이신데, 그 영향인지 어릴 적부터 건물 같은 걸 낙서하는 걸 좋아했다. 고등학생 때는 내가 월드컵 경기장을 만들 줄 알았는데…… 하하하하하
고3때 자율학습 시간에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 노래로 일종의 문화적 충격을 받아서, 콘이나 다른 록밴드에도 빠져들게 되었다. 지금은 동생이 음악을 하지만, 그때만 해도 내가 동생에게 음악 알려주고 그랬었지. 시간이 된다면 지금도 ETP 페스티벌에는 가 보고 싶다. 친구들이랑 같이 가면 막 옷 벗어던지면서 열광 할지도 모른다.
요즘은 유재하 씨의 음악을 많이 듣는다. 가사도 그렇고 지금 나이의 감수성에 잘 맞는 것 같다.
최근에 노래방에 간 건, 전주에서였다. 쉬는 날 (유)다인 씨 팀이랑 같이 밥을 먹었는데, 달리 할 일도 없고 해서. 그날도 유재하 씨 노래를 불렀구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날 내 노래가 좀 괜찮았는데.
부산에 다시 가보고 싶다. 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소속사도 없어서 메고 간 배낭을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넣고 부랴부랴 행사에 뛰어 갈 정도였다. 그때 처음으로 우리 영화 예고편을 봤는데, 1차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밤에 바닷가를 걷는데 알아보시는 분들도 생기고 ‘아, 내가 이쪽에 발을 담궜구나’하는 실감이 몰려오면서 2차 감동을 받은 거다. 갑자기 가족도 보고 싶고 행복하면서 복합적인 마음이 들었는데, 그게 불과 2년 전이다. 다시 그 바닷가에 가면 그 기분을 느낄 것 같다.
제일 챙겨보는 스포츠는 야구다. 강릉에 야구 연고지가 없어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는 롯데를 계속 응원하고 있다. 사직 운동장은 아직 못가봤는데, 잠실에 가면 막 눈 뒤집혀서 응원 하고 그런다.
만화 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윤대협이다. 진짜 실력자인데, 그게 겉으로 막 드러나지는 않는다. 비운의 천재, 마이너의 느낌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남들 모르게 노력하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 나도 실컷 운동해서 몸이 좋아져 놓고 누가 “운동 했어” 물으면 고개를 젓는 스타일이라. 하하.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비법은, 작은 욕심을 갖지 않는 거다. 큰 틀만 유지하면서 순리대로 가는 스타일이라서 대부분의 일을 운명으로 잘 받아들이는 편이거든. 목표라면 매 순간 행복하자, 정도? 그래서 30대에 대한 그림도 구체적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큰 틀이라면, 내 가정이 생겼으면 좋겠다. 연기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지고 자부심이 커져서, 그것으로 가족을 행복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
그동안 바빠서 연애는 한참을 쉬었다. 나는 좀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인데, 그래서 이상형을 말하기가 좀 어렵다. 굳이 말하자면 자기 일에 프로페셔널한 사람. (한참 고민) 그런데 성격은 약간 장난기가 있으면 좋겠다. 혹시 만나게 되면 저한테만 제보 해 주세요.

글. 윤희성 nin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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