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 밤 10시 WOWOW에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가 첫 방송되었다. 는 2010년 으로 일본 열도를 놀라게 했던 미나토 카나에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복수와 용서 그리고 속죄의 감정이 뒤섞인 작품이다. 구로사와 기요시로서는 2008년 영화 이후 4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이며, 드라마로는 2003년 NHK-BShi에서 연출했던 단막극 이후 처음이다. 내용도 만큼 논쟁적이다. 15년 전 딸을 살해당한 엄마가 당시 사건을 목격했던 딸의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과정을 쫓는 는 살인과 미움, 복수와 용서를 거센 소용돌이 속에 그려낸다. 정적이지만 격정적이고, 차분하지만 도발적이다. 출연배우 중 한명인 코이케 에이코는 “소설을 읽었을 때 쇼크를 받았다”고 말했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주인공 엄마는 에서 구로사와 기요시와 함께 작업했던 코이즈미 쿄코가 맡았으며, 목격자 4인으로는 아오이 유우, 이케와키 치즈루, 코이케 에이코, 안도 사쿠라가 출연한다. 5부작으로 제작된 는 매주 일요일 방영된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일본 공포영화의 거장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그가 만든 영화 , 등은 도시의 보이지 않는 공포를 오감으로 극대화했다. 시미즈 다카시, 나카다 히데오가 현실에서 저승을 감지하며 공포를 추출했다면, 구로사와 기요시는 현실 세계의 평범한 풍경에 기묘한 공기를 불어넣어 관객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2008년 는 그의 새로운 정점이었다. 경기 침체와 실업난, 가정불화와 사회의 우경화 등으로 뒤죽박죽인 도쿄의 2008년을 구로사와 기요시는 공포 장르의 관습적인 기법으로 표현했다. 일상의 불편한 순간들이 의미도, 이유도 불분명한 미스터리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미나토 카나에의 세계가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와 만난다. 사회 불안의 요소를 인간 군상의 복잡한 심리로 풀어내는 미나토 카나에의 소설은 구로사와 기요시 세계의 재료를 모두 갖췄다. 불가해한 세상의 이면이 구로사와 기요시에게 공포라면, 미나토 카나에는 그 풍경을 개별 인물의 고백, 심리로 늘어놓는다. 사전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도 구로사와 기요시는 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을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변주했다.
화제의 소설가와 영화계 거장의 만남 구로사와 기요시의 는 소설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왔다. 모두 다섯 장으로 이뤄진 챕터는 5부작의 틀로 옮겨졌다. 1회가 ‘프랑스 인형’, 2회가 ‘PTA 임시총회’, 3회는 ‘곰의 오빠와 여동생’, 4회는 ‘토츠키토오카’, 그리고 5회가 ‘속죄’로 각 회의 타이틀이 소설 속 소제목을 그대로 따른다. 주인공 엄마가 매회 목격자 한 명씩을 찾아가는 흐름이며, 마지막 5회에서 이야기가 매듭을 짓는다. 1회 ‘프랑스 인형’에서는 아오이 유우가 출연하며, 이후 코이케 에이코, 안도 사쿠라, 이케와키 치즈루가 번갈아 목격자로 등장한다. 의 교차 시점과 공통되는 지점이다. 는 원망과 분노를 지닌 여성이 죄책감과 불안, 그리고 시기와 질투 속에 살아가는 네 명의 여성과 만나 일으키는 화학작용의 이야기다.
1회에서 아오이 유우는 15년 전 사고 현장을 목격한 공포에 남자를 멀리한다. 주선에 의해 결혼을 할 때까지 초경을 맞지 못했다. 막연한 두려움과 죄책감이 15년간 그녀의 성장을 지체시킨 셈이다. 여기서 아오이 유우는 무표정의 차가운 소녀 ‘프랑스 인형(bisque doll)’의 상징물이다. 이렇게 네 명의 여성이 각자 말 못할 아픔과 짐을 지고 살아간다. 어쩌면 는 한 소녀의 죽음을 통한, 그리고 네 여성의 삶으로 들여다본 ‘세상의 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번 드라마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분명 드라마는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지만, 재료들이 그의 구색에 맞다. 화제의 소설가와 영화계 거장의 감각이 만났다. 2012년 일본열도가 또 한 번 놀랄지 모른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구로사와 기요시는 일본 공포영화의 거장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그가 만든 영화 , 등은 도시의 보이지 않는 공포를 오감으로 극대화했다. 시미즈 다카시, 나카다 히데오가 현실에서 저승을 감지하며 공포를 추출했다면, 구로사와 기요시는 현실 세계의 평범한 풍경에 기묘한 공기를 불어넣어 관객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2008년 는 그의 새로운 정점이었다. 경기 침체와 실업난, 가정불화와 사회의 우경화 등으로 뒤죽박죽인 도쿄의 2008년을 구로사와 기요시는 공포 장르의 관습적인 기법으로 표현했다. 일상의 불편한 순간들이 의미도, 이유도 불분명한 미스터리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미나토 카나에의 세계가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와 만난다. 사회 불안의 요소를 인간 군상의 복잡한 심리로 풀어내는 미나토 카나에의 소설은 구로사와 기요시 세계의 재료를 모두 갖췄다. 불가해한 세상의 이면이 구로사와 기요시에게 공포라면, 미나토 카나에는 그 풍경을 개별 인물의 고백, 심리로 늘어놓는다. 사전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도 구로사와 기요시는 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을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변주했다.
화제의 소설가와 영화계 거장의 만남 구로사와 기요시의 는 소설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왔다. 모두 다섯 장으로 이뤄진 챕터는 5부작의 틀로 옮겨졌다. 1회가 ‘프랑스 인형’, 2회가 ‘PTA 임시총회’, 3회는 ‘곰의 오빠와 여동생’, 4회는 ‘토츠키토오카’, 그리고 5회가 ‘속죄’로 각 회의 타이틀이 소설 속 소제목을 그대로 따른다. 주인공 엄마가 매회 목격자 한 명씩을 찾아가는 흐름이며, 마지막 5회에서 이야기가 매듭을 짓는다. 1회 ‘프랑스 인형’에서는 아오이 유우가 출연하며, 이후 코이케 에이코, 안도 사쿠라, 이케와키 치즈루가 번갈아 목격자로 등장한다. 의 교차 시점과 공통되는 지점이다. 는 원망과 분노를 지닌 여성이 죄책감과 불안, 그리고 시기와 질투 속에 살아가는 네 명의 여성과 만나 일으키는 화학작용의 이야기다.
1회에서 아오이 유우는 15년 전 사고 현장을 목격한 공포에 남자를 멀리한다. 주선에 의해 결혼을 할 때까지 초경을 맞지 못했다. 막연한 두려움과 죄책감이 15년간 그녀의 성장을 지체시킨 셈이다. 여기서 아오이 유우는 무표정의 차가운 소녀 ‘프랑스 인형(bisque doll)’의 상징물이다. 이렇게 네 명의 여성이 각자 말 못할 아픔과 짐을 지고 살아간다. 어쩌면 는 한 소녀의 죽음을 통한, 그리고 네 여성의 삶으로 들여다본 ‘세상의 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번 드라마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분명 드라마는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지만, 재료들이 그의 구색에 맞다. 화제의 소설가와 영화계 거장의 감각이 만났다. 2012년 일본열도가 또 한 번 놀랄지 모른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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