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밤마다>, 지속 가능한 토크의 가능성
, 지속 가능한 토크의 가능성" /> 월 SBS 밤 11시 15분
가 세 번째로 부른 게스트의 조합은 임창정과 정준하였다. 첫 게스트인 김수로와 싸이가 그랬던 것처럼 MC들의 다양한 조합과 그 활용을 테스트하기 최적화된 섭외다. 덕분에 4회는 쇼의 강점만큼이나 약점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탁재훈과 박명수는 독한 개그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어처구니없는 말장난으로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아 오는 데 능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벌려놓은 판을 수습하고 정리하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예컨대 그들은 김구라처럼 이야기의 맥락 안에서 상대를 공격하기보다는, 맥락과는 다소 무관한 개그와 개인기로 상황을 만들어 낸다. 탁재훈은 임창정이 가수 은퇴를 슬그머니 번복하고 음반을 냈다는 상황 자체의 웃음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은퇴하고 금테하고 나오지 그랬어”와 같은 언어유희를 구사한다. 게스트 정준하를 리드하는 게 아니라 그에게 내내 리드 당하던 박명수는 자신의 일본인 관광객 흉내가 웃음을 자아내자 같은 흉내를 거듭 반복하며 순간의 웃음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부조리한 상황을 점층적으로 쌓아 올려서 클라이막스까지 올려놓는 MBC ‘라디오 스타’나, 깨알 같은 이야기의 리듬 자체에 집중하는 MBC 와는 달리 쇼의 리듬은 자주 튀거나 늘어진다. 에서 김제동의 존재가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김제동은 탁재훈과 박명수가 방사형으로 퍼뜨려 놓은 대화의 맥락을 잡아주며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흐름을 돕는다. 다소 불안해 보이는 MC들의 조합이 의외의 위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정리형 MC 김제동의 덕이 크다. 물론 이제 막 4회 째 방송한 프로그램에 독자적인 리듬을 완성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욕일 것이다. 하지만 가 버티고 있는 월요일 밤 11시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순간적인 웃음으로 소비되고 마는 게 아닌 지속 가능한 토크의 리듬감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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